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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랑 - 김충선과 히데요시
이주호 지음 / 틀을깨는생각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어떤 사실들과 그것이 아닌 것들에 발목이 잡힌다. 사실이 나를 꾀어내지 못하니 이야기는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나는 이야기꾼이지 역사학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여기서 추진력을 다시 얻기 시작한다.
(작가 후기 중에서)
<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저자인 이주호 작가님이 6년 만에 신작 역사소설을 출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작을 재미있게 본 지라 기대감에 출간 전 원고 상태로라도 보고 싶은 마음에 신청했으며 그 영광을 안게 되었다.
그 분의 신작을 처음 읽을 수 있는 독자가 되었다는 사실과 어떠한 지식이나 코멘트가 없이 순수하게 작품을 읽어나가면서 포인트를 잡고 작품 속에 그려지고 있는 장면들을 머릿 속에서 영화화하며 읽다보니 어느 새 푹 빠져서는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앉은 자리에서 다 읽게 되었다.
아비가 역모죄로 처형을 당했다는 것말고는 자신의 부모에 대해 아는 것 없이 조선에서 일본으로 건너와 보모의 손에서 자란 병약한 아이인 히로.
그의 조선 이름은 김석운으로 분명 조선인이지만 조선말을 할 줄 몰랐으며, 일본에서 자라 일본말을 잘 하는 그였으나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런 그를 따뜻히 챙겨주는 용병부대의 대장인 겐카쿠와 아츠카 덕분에 그는 버틸 힘을 얻으며 부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생활했다.
"넌 꿈이 무엇이냐?"
"전 답을 찾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게 제 꿈입니다. "
겐카쿠는 수없이 많은 아이들의 죽음을 보았으며, 수없이 많은 아이들에게 꿈을 물었지만 히로와 같은 답을 한 아이를 본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의 대화 속 히로의 답은 어느 아이들과 달랐으며 그의 명석함과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은 그의 인생의 판로에도 영향을 주는 걸 볼 수 있다.
이 작품 속에는 가슴에 와 닿는 문구가 많다. 그 중 짧지만 강한 느낌을 준 히로의 대답은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핵심 문구로 추천^^)
일본은 권력쟁탈전이 난무하는 전국시대, 주군과 다이묘, 가신 등 이들의 천하통일을 위한 신경전과 전쟁도 불사하지 않는 쟁탈전과 자신이 갖고자 함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히데요시의 야욕과 잔혹함은 읽는 내내 혀를 내 두르게 했다.
소설은 일본의 전국 시대와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하기에 긴장감과 빠른 전개로 속도감을 높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그린 이야기 속에서도 히로와 아츠카의 애뜻하지만 함께할 수 없는 사랑이야기와 겐카쿠의 참혹한 죽음, 마음 한 편에는 잘 알지 못하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진 히로의 이야기는 먹먹함과 안타까움마저 들게 했다.
죽음을 각오하는 것은 누구나 가능했지만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는 것은 누구도 할 수 없는일이었다. 죽음이라는 것이 사람을 얼마나 나약하고 비겁하게 만드는가.
하지만 눈 앞에서 본 조선의 일반 백성들은 그렇지 않았다. 공포를 이기지는 못했으나 나약하지 않았고 비겁하지도 않았다. (272p)
임진왜란 당시의 조선의 백성들의 모습을 함축해놓은 말이 아닐까? 나라를 잃지 않기 위해 죽음의 공포앞에서도 끝까지 싸우려는 히로의 눈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나도 같은 상황이 된다면 과연 나약하지도 비겁하지 않을 수 있을까?
<김충신과 히데요시(가제)>는 실존인물이였던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중요 역사적 사건들을 상세한 묘사와 입체적인 느낌을 담아내고 있다.
기구한 운명을 가지고 끈질기게 명을 유지하며 결국은 돌아 돌아 조선에서 와서 조총부대를 창설하여 조선군의 사기를 진작시키는데 공을 세운 그는 조선의 임금으로부터 '김충선'이라는 이름을 하사받게 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주인공만이 아닌 조연들이라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행동하는 이들이 있었음을....
작품을 집필하면서 상충된 자료로 인해 글의 흐름이 끊기기도 한 상황을 이겨내고 우리의 곁에 내놓아지는 그의 신작을 읽고 다른 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영화로 제작된다면 내가 소설로 읽은 이 느낌이랑 어떻게 다를지 궁금한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