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이 녹기 전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69
진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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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살아 있잖아!”

“이제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단다. 아저씨가 널 밖으로 꺼내 줄거야. 조금만 참으렴.”

“얘야, 넌 참 운이 좋구나.”

운이 좋은 아이, 세븐 보이, 럭키 보이, 세븐

이 많은 수식어는 한 아이를 가리키고 있다.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이 한반도에도 영향을 주면서 일부 지역의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무너진 건물에서 7일간 살아 있다가 구조된 7살 아이 .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를 따라 다니는 꼬리표가 위의 단어들이다.

곤은 분명 억세게 운이 좋은 아이다. 수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건물 더미에서 살아난 아이로 기억을 하든 하지 못하든 생과 사를 넘나드는 체험을 하였으며, 사(死)가 아닌 생(生)으로 다시 한번 새 삶을 얻어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우리만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곤에 대한 이야기이다.

곤 자신은 이런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가 부담스럽다 못해 스트레스로 인해 ‘행운병’이라고 럭키, 세븐, 행운과 관련된 단어만 들어도 울화가 치밀거나 이상할 정도로 화를 내는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사고 이 후 지진에 대한 불안도가 높아지는 등의 외상 후 스트레스에서 시달리면서 오히려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 같이 재수없는 얘는 없을 거야. 니 운을 나한테 반만 떼어 줄래?”

 

그와 달리 억세게 운이 좋지 않은 소녀가 있다.

곤과 같은 날 지진의 여파로 건물 붕괴가 있던 그때 자신을 살리고 엄마가 죽었으며, 지적 능력이 5살 수준인 오빠를 돌보면서 집안의 가장과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는 곤과 동갑내기의 같은 학교의 여학생인 경우이다.

그녀는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오빠를 돌보면서 제대로 먹지를 못해서인지 키도 딸막하고 힘든 삶으로 인해 여느 십대들과 달리 성숙하고 까칠해질 수 밖에 없는 생활력 강한 아이로 그려지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삶을 그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청소년의 한 명이라 여겼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경우가 왜 불안해하면서 곤의 행운을 부러워하게 되는지 알게 되면서 가슴 한켠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아이스크림이 녹기 전에>는 이 두 소녀 소년의 성장 소설이면서 달콤쌉쌀한 첫사랑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10대 청소년들의 생활과 생각도 엿볼 수 있는 청소년 소설이기도 하다.

자신의 오빠인 경석의 목욕을 부탁하는 경우, 경우의 느닷없는 키스로 인해 심장에서 대지진을 일으키는 것을 느끼는 곤, 결코 경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며 세차게 고개를 흔들고 부정해보는 곤이 서서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인정해나가는 과정, 경우와 경석남매의 남모를 사정, 사진공모전에 도전하려는 곤과 친구들의 이야기 등 한 권의 소설 속에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지진과 관련한 고통과 아픔을 이겨내는 아이들의 이야기라 여겼다. 하지만 스토리를 읽어가면서 지진은 둘을 연결하는 연결 고리의 역할을 하면서 두 아이의 불안을 드러내는 장치의 하나일 뿐 이야기의 중심은 두 소년 소녀가 서로를 통해 세상을 달리 보게 되고 상반되고 모순된 감정들을 서서히 받아들이게 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불안은 신기루처럼 홀연히 나타났다가 또 사라져 버리는, 그러다 또 번개처럼 나타나 심장을 꼬집는 해괴한 불량배, 그렇기에 곤은 그 악동 녀석을 사각 프레임안에 잡아 가두고, 분석하고, 해부하고, 야단치려 한다. 썩 물러가라고! (212p)

곤의 이같은 모습은 불안이라는 감정을 버리고 살아가지 못하는 청소년들과 나에게 작가가 전하고픈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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