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미술관 - 미술관 담장을 넘어 전하는 열다섯 개 그림 이야기
이소라 지음 / 혜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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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미술관은 개점과 폐점 시간이 정해져 있다.
문을 여는 날과 닫는 날도 정해져 있고 사정이 있을 경우 임시 휴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24시간 언제든지 내가 보고 관람하고 싶은 시간, 관람하고 싶은 날에 볼 수 있고 문을 닫을까봐 걱정하거나 미술 작품 감상에 있어 안목이 없음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미술관이 있다.

늘 품에 지니고 다닐 수 있으며, 이동 중에도 미술 작품의 감상뿐 아니라 재미있는 해설로 인해 지루함이 없이 볼 수 있다는 장점까지 갖추고 있다.
단점이라면 다양한 미술 작품을 볼 수 없다는 점과 자신이 원하는 작품이 수록되어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아마도 모든 미술 관련 서적이나 미술관이 가지는 단점이 아닐까?
그래서 이 부분을 감안하고 본다면 더 없이 좋은 책이 있어 소개해보려 한다.

이소라 작가의 <한밤의 미술관>은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 나만을 위해 특별히 미술관의 문을 열어 놓은 듯 주제가 담긴 미술 작품을 전시해놓고 작품과 관련한 작가의 삶과 작품에 얽힌 에피소드와 함께 작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잘 담아내어 감성이 충만해지는 한밤에 미술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하였다.

미술에 관심이 있거나 미술을 전공한 이들과는 달리 미술에 거의 문외한이라 할 수 있는 나에게 이 책은 저자와 내가 나란히 걸으며 산책을 하듯 나의 눈높이에 맞추어 같은 작품을 바라보며 곁에서 때로는 해설가처럼, 때로는 동행자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주고 있다.


15장으로 구성된 이 책 속의 작품과 이야기 중 나는 8장의 무(無)로 돌아가라는 편의 모래 만다라가 인상적이였다.
티베트의 승려는 미세하게 갈아놓은 색색의 모래를 구리로 된 깔때기에 담아 널찍한 판 위에 ‘얹는다.’ 깔때기를 톡톡 두드리면 바람결처럼 고운 모래가 만다라의 형상의 밑그림 위에조금씩 떨어지게 되면서 작품이 완성되어 간다.
이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바닥에 펼쳐놓은 판 위에 한없이 낮은 자세로 몸을 구부려서 색을 채워야하는 것으로 한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으며,‘인내'와‘더딤’의 과정을 이겨내야지만 완성되는 작업인 것이다.

승려들은 만다라가 완성되자마자 그것을 없애버린다.
커다란 붓으로 화려하고 장엄한 만다라를 휘저어버리는 것이다.
바로‘해체 의식’이다.


그렇다. 힘든 작업을 통해 완성된 작품은 완성과 동시에 ‘해체 의식’을 통해 무(無)로 돌아가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을 보면서 충격과 함께 인생의 덧없음과 무로 시작해서 무로 돌아가게 되는 인간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작품뿐 아니라 작가에 의해 완성된 작품 속에 담긴 행복, 불안, 거짓, 죽음 등의 표현들을 보면서 그들이 살아온 삶과 내가 살아오고 살아가고 있는 삶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었다.

모든 것이 어둠 속에 잠든 한 밤
그 고요함을 뚫고, 나는 오늘도 미술관 뜨락을 잠시 거닐어 본다.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든 그 그림을 만나러 가고픈 마음이 몽글몽글 맺히게 해주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이 나의 마음에 닳아서인지 다시금 책장을 열어보면서 기회가 된다면 책 속의 작품들을 직접 가서 눈으로 감상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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