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빵 집을 발견한 건 정말 우연이었다.모든 것이 '우연'에서 시작되었다.기호가 빵 집을 이어 받은 것도 하경이 빵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 것도 모두 우연함이였다.그 우연이 그들을 연결시켜주고 많은 이들이 이 우연한 빵 집을 들고나면서 빵을 사먹고 빵을 통해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게 된다.이 빵 집은 제대로 된 간판이 없이 신경써서 찾지 않으면 모르고 스쳐 지나갈 정도로 낡고 허름한 빵 집이다.글 쓰는 걸 좋아해서 작가 지망생이 꿈이였던 기호는 생각에도 없었던 부모님의 가업인 이 빵 집을 이어나가게 되었다.하루에 대여섯 시간씩, 일주일에 사나흘 정도 일하실 분 찾습니다.안으로 들어와 문의하세요.사람을 구하는 구인 광고. 시간이며 급여에 대한 명확함이 없이 두리뭉실하게 표현하고 있는 이 광고가 이상하게 눈길이 간다.나와 같은 마음의 아이가 있었는지 띠리리~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가 있었으니 그 아이가 이 곳에서 일하게 된 하경이였다.하경과 기호는 비슷하게 말이 거의 없이 묵묵히 일만 하면서 일과 관련한 말이 아니고는 서로 대화가 없어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두 사람이다.갓 구운 빵을 진열하고 다 팔리면 문을 닫는 이 자그마한 빵 집.이 빵집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라 여겼다.<우연한 빵 집>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연결 고리였다.태환, 윤지, 하경, 영환, 진아 등 이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과 추억이 이 빵 집과 연결이 되고 빵 집을 통해 아픔을 위로받고 치유해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너무도 밝고 꿈도 많았던 아이 윤지가 있었다.그런 윤지로 인해 웃을 수 있던 태환과 진아, 그리고 늘 노래를 흥얼거리면 지내던 윤지 아빠.하지만 어느 날부터가 노랫 소리도 들리지 않고 웃음도 않게 되었다.영원히 함께 할 줄 알았던 윤지가 갑작스런 사고로 죽게 된 것이다."나보다 네가 가지고 있어야 했어. 받지 말아야 했어. 내가 이걸 받지 않았어도 네가 저 차가운 물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지 않았을 거야."윤지의 사고를 유추할 수 있게 하는 이 문구를 읽는 순간 머릿 속에 번쩍 떠올리게 되는 사건이 있었다.아마도 작가도 그 사건을 떠올리며 이 글을 쓰지 않았을까?이건 그저 슬픈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사랑하는 사람을 하루 아침에 잃어버린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그들에게 갓 구운 향긋한 빵을 먹이고 싶었다.그들 모두 함께라면 슬픔이 조금은 덜어질 수도, 힘을 좀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말)중에이 소설은 빵 내음이 가득한 빵 집의 이미지와 행복 가득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은 아니다.그렇다고 지나치게 우울하거나 슬픔을 자아내는 소설도 아니였다.일상 속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때로는 울컥하기도 하고 뭉클함도 느끼면서 작가가 전하고자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였다.우리가 보이기에는 비슷한 모양의 빵같아도 즐거워 보이는 빵, 우울해보이는 빵 등 빵에도 저마다의 표정이 있다는 윤지의 말 때문인지 빵 집에서 나도 모르게 빵들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