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변종모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여행은 떠나고 싶다.
하지만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에 쉽게 마음을 결정하지도 발걸음을 떼지도 못할 때가 많다.
미지의 세계도 아니거만 지금 내가 있는 곳을 이탈해서 어디론가 떠나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행동에 옮기는 게 왜 쉽지 않을까?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 해보지도 않고 나만의 세계에 갇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오랜 습성이 어쩌면 그 원인이지 않을까...

낯선 길이 두렵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여행자.

소개가 멋있다.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낯선 길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가 담아내고 있는 사진 속 그 곳의 풍경과 그 곳 사람들의 표정에서 또 다른 삶과 모습을 보게 되었다.

변종모 작가가 써 내려간 글들 속의 이야기는 여행에 대한 설레임과 낯선 곳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한 곳이 되어 또 하나의 안식처로 자신을 안아주고 보듬어주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여행에 대한 나의 두려움을 조금은 잠재워주었다.


더위 마저 잊게 해주는 설원이 펼쳐진 훗카이도의 사진은 잠시나마 온 몸에 소름이 돋을만큼 시원함을 선사해 주었다.

꽃을 사랑하는 이들로 인해 다시 꽃처럼 웃을 수 있었고 푸르른 색으로 가득한 모로코의 어느 지방은 신비로움마저 느끼게 해 주었다.

춤추고 노래하라.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라.
단 하루라도 그렇게 하라. 삶이란 의도적인 행위에 길들여지기도 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지면 너 또한 아름다워 보이리니.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일부러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나.


봄이 옴을 온 몸으로 느끼며 축하하는 곳이 있다. 꽃비가 내리는 마투라.
누구도 시키지 않은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도착한 나라인 인도에서 그는 온 몸에 붉은 가루를 뒤집어 쓰고도 좋다고 웃으면서 그들과 함께 축제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처럼 불편함도 감수하며 그 나라의 문화를 진심으로 즐길 줄아는 여행자가 되고 싶다.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에는 수많은 나라의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여행의 환상이나 여행을 통해 하나씩 배워가고 삶의 변화를 찾아가는 여느 여행 에세이와 달리 변종모작가의 이번 작품 속에는 그들 나라의 일부이지만 그곳의 삶과 생활 그리고 사람에 대한 진솔한 모습이 담겨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발길이 자주 닿는 곳이 아닌 조용하면서도 자신만의 문화를 간직하면서  살아가는 사람과 풍경을 담은 사진은 한 장 한 장이 작품처럼 내게 다가왔다.

여행이란 그런건가보다.
가기 전에는 설레임으로, 출발할 때는 두려움으로, 도착하고는 두려움과 익숙함을 지나 떠남의 아쉬움으로 다음을 기약하게 되는 것.
 
여행을 하는 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담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기에 한 장 한 장의 사진과 그때 그때 써내려간 작은 메모들을 모아 자신만의 여행 노트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같다.
이 책을 통해 비록 직접 나의 눈과 귀와 코로 그곳의 생동감있는 현장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작가와 함께 호흡하며 나 또한 여행자가 된 듯 들뜨고 설레인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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