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안해 - 내 멋대로 살던 나. 엄마를 돌.보.다.
마쓰우라 신야 지음, 이정환 옮김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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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살던 나
엄마를 돌. 보. 다.

결혼 경험도 없는 독신남. 모든 것을 감정보다는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편인 그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했다.
어머니의 이상 행동과 청척벽력같은 선고.
이는 이제껏 자기 멋대로 자유롭게 살아오던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그저 '건망증'이라고 믿고 싶었다.

나에게도 그와 같은 믿음을 갖고 싶을 때가 있었다. 대상만 다를 뿐 그저 '건망증'이기를 바라고 바랬던 적이 있었다.
내가 사랑했던 할머니....그녀의 이상 행동을 처음 인지했을 때 나는 그랬다.
"우리 할머니가 건망증이 생겼나보다."

'치매'라니!
누구나 자신이 치매에 걸렸다고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25p)

겪어보지 않은 이라면 이 병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모를 것이다.
자신의 기억을 조금씩 갉아 먹다가 자신이나 주변에서 인정하거나 인지않고 방치하는 순간부터 진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상 행동과 함께 모두 것을 빼앗아갈 뿐 아니라 성격도 변화시키고 무엇보다 가족의 붕괴마저 가져오게 된다.

그 역시 그랬고 우리 집 역시 그랬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간병하기 시작하면서 그에게 찾아온 이상 징후는 그마저도 예전의 자신이 아니게 만들었다.
대상포진, 환각 등으로 점차 몸도 마음도 지치면서 찾아온 이런 현상은 간병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는 한 단면일 뿐이다.

고령화 사회.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그에 따른 문제들이 하나 둘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치매 문제'
우후죽순 생겨나는 요양 병원들을 보면서 노인 인구의 증가를 실감과 부모 봉양에 따른 인식의 전환 등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 역시 처음에는 집에서 자신이 혼자 어머니를 모시면서 간병과 일상적인 일들을 모두 해오다 힘에 부치면서 가끔 간병을 전문으로 해 주는 이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어머니와의 마찰과 갈등이 심화되면서 자신의 판단에 착오가 있었음을 느끼는 순간이 오게 된다.

자기 책임이라는 의식, 노인 간병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목을 조여오는 듯한 강렬한 스트레스가 시야를 좁혔다. (63p)

간병 보험을 이용하는 것은 권리다. 그러므로 본인이 직접 해결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의존하고 이용해야 한다. (64p)

정신이 온전한 상태라도 서로 다른 생활을 해 온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게 쉽지 않은데 정신마저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함께 살아가기란 정말 어렵다.
이는 단순한 마찰과 갈등이 아니다.
내 어머니이지만 어머니가 아닌 상태가 되어 막무가내로 떼를 쓰기도 하고 알아보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우리 집도 그의 생활과 다르지 않았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치매로 고생하신 할아버지를 간병하던 할머니마저 치매가 오면서 두 분만 지내기는 어렵다는 판단하에 우리 집에 오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때부터 말 그대로 전쟁과 평화가 수시로 반복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로 모든 가족들이 비상 상태임과 동시에 예민함으로 날이 서 있었다.
그때는 요양보호사라는 게 일반적이지 않았기에 부모는 당연히 집에서 모셔야한다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팽배할 때이기에 더욱 생활은 힘겨움 그 자체였다.
정말 어떻게 버텨내었나 싶을만큼 시간이 가기만을 간절히 바랬던 그때.
<엄마 미안해>는 나를 그 시절로 되돌려 놓았다.

입소를 결정하고 마지막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아들에게 잠깐 정신이 돌아온 상태였는지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너한테 이런 일을 하게 해서..."라고 말했다고 고백하는 듯한 그의 이 말은 그동안 담담하게 읽겠노라 다짐했던 나의 마음을 한 순간에 무너뜨렸다.

'치매'는 가정내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여기며 서비스의 개선과 함께 다각도로 대처 방안을 고민해봐야한다.
'내 일이 아니니 상관없다. 절대 우리 집은 해당되지 않을거야?'라는 생각이 아닌 어느 가정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간병은 나의 늙음, 나아가 나의 죽음에 관해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27p)

그의 이 글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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