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담을 파는 가게 - 아시베 다쿠 연작소설
아시베 다쿠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늘 시작은 똑같다.
- 또 샀네.

긍정적일 때는 그런 생각이 안 들지만 부정적일 때는 엄청난 실수라도 저지른 것처럼 허무한 기분에 사로 잡히면서 내뱉는 그의 말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지는 건 뭘까?

가끔 이럴 때가 있다. 책은 그 책을 쓴 사람과 세상에 내놓은 사람의 흔적 같은 것이며, 특히 헌책에는 예전 주인의 마음이 담겨 있기도 하다. (60p)

예전에는 헌책방에 자주 들락날락했지만 요즘은 기술의 발달로 인해 온라인 중고 서점을 통해 손쉽게 내가 찾고자 구하고자 하는 책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발품팔고 헌책방에 들어 앉아서 이 책 저 책을 넘겨 보면서 무슨 보물찾기라도 하듯이 책을 고르다 생각지도 못한 책을 발견했을 때는 산삼을 발견해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외치는 말이 "심봤다. 아싸~~"이거늘.

<기담을 파는 가게>는 이런 나와 비슷한 취미를 가진 그와 여섯 권의 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화자는 나, 쓴 사람도 나.
그럼에도 이것은 '당신'의 이야기....
오직 당신을 위해서 만들어진 이 한 권을 부디 받아주십시오.

제목도 오싹하다 생각했는데 첫 장에 등장하는 이 문구는 그 오싹함을 배로 만들었다.
안 그래도 겁이 많아 호러물은 가급적 읽지 않지만 호기심에 선택을 하더라도 대낮에 읽는데 이 책은 어쩌다보니 모두 잠든 오밤 중에 읽게 되었다.

헌책방,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뭔가가 휘리릭~ 지나가는 느낌... 이러한 설정만으로도 반 이상 긴장한 상태로 읽고 있는 나였다.

작가인 그는 늘 지갑 걱정을 하면서도 헌책방에서 생각지도 못한 책을 발견하거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을 발견시 자연스럽게 지갑을 열게 되고는 후회와 기쁨이 교차하는 설정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작품 속에 또 다른 작품의 소개.
소개되는 작품의 이름 또한 기괴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 듯한 예상이 들면서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과 그 책들과 관련해서 일어나는 기이한 경험은 읽는 동안에도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섬뜩함을 준다.

연작 소설이라고 봐야할지, 액자식 구성이라 봐야할지...
사실 읽으면서는 한 편 한 편의 내용에 빠져 읽느라 이런 저런 생각을 못하다 글을 써서 정리를 해보려니 어떻게 작품을 풀어나갈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섯 편의 이야기의 총괄편이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는 <기담을 파는 가게>가 아닐까?
헌책방 매니아였던 작가였기에 주인공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으며, 읽는 독자들 중에도 헌책방과 중고 서점매니아들이 있기에 이 작품속 주인공이 또 다른 '나'일 수 있겠다 여길 수 있을 듯 하다.
기이하지만 몰입도나 가독성이 좋아 더운 여름밤 휘리릭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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