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요즘은 에세이를 많이 읽고 있다.
더워도 너무 더운 요즘 책 읽는 것도 쉽지 않다보니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 공감도 힐링도 되는 책이 없을까 찾다보니 에세이에 손이 가게 된다.
이번에 읽게 된 에세이는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이다.
'떡볶이'라는 단어에 꽂혀서는 선택하게 된 책이라고 솔직한 먼저 밝힌다.
사실 제목만 보자면 유쾌함이 담긴 에세이가 아닐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유쾌함이 아닌 너무도 진솔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 읽고 난 후 한동안 먹먹함에 글을 쓰지 못했다.
"자기가 힘든 줄도 모르고 사는 사람이 많아요.
이유 없는 허전함에 시달리면서."
심리적인 부분을 다룬 책들을 좋아하기에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더라도 꼭 한권 이상은 심리 관련 이야기가 담긴 책을 빌리게 된다.
예전에는 전문가들의 설명적인 서술 방식을 담은 책들이 많았다면 요즘은 그림에세이나 사례를 통한 심리치유서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 책은 위에 언급한 책들의 형식과는 달리 직접 심리치료를 받은 내원기록을 바탕으로 작가 자신과 전문의의 상담내용을 그대로 옮겨서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을텐데 작가는 너무도 솔직하게 자신의 단점까지도 드러내면서 치료과정 속에서 오가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심리 상태의 변화와 자신이 가진 문제를 인지해나가는 과정뿐 아니라 치료의 효과를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한때 육아로 인한 우울증을 겪었던 나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기에 그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속의 내용들에 공감이 되거나 그때가 떠올라 먹먹하기도 했다.
양극단적인 성향, 알콜 문제, 외모에 대한 강박, 낮은 자존감 등 복합적인 문제들로 힘들어 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어쩌면 누군가에게 드러내지 못하고 들킬까봐 두려워하는 우리 주변의 누군가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문제가 있음을 인지를 하고 치료를 받으면 나아질 수 있음에도 병원에 가기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책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위안도 있겠지만 많이 힘든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생각하기에 가끔 심리적인 문제로 힘든 경우 나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치료를 받아보기를 권하는 경우도 있다.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건
내가 자유로워지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것 또한 나라는 걸
내 소중한 사람들이 꼭 알아주면 좋겠다."
이 책을 모두 읽고 난 후 첫 장에 씌여진 문구를 다시 보았다.
자유로워지는 하나의 방법으로 자신의 어두운 면을 과감히 드러내고 있는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현재진행형인 그녀의 삶이 그녀가 원하는 모습으로 한층 나아지고 있길 기대해본다.
힘내라는 말, 자신감을 가지고 위축되지 말라는 말은 때론 독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의 속내를 파고드는 상처다. (중략)
모자라도 괜찮고 서툴러도 괜찮다. 힘내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오늘 잘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자체가 경험이다. 괜찮다. (166p)
이 말은 나 자신과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다.
완벽하려하지 말자고, 잘하려고 하지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