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안는 것
오야마 준코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한동안 '네코스테 다리'라는 단어가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 소설의 시작과 끝을 이어주기라도 하는 듯 내게는 이 '네코스테 다리'가 고양이한동안 '네코스테 다리'라는 단어가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 소설의 시작과 끝을 이어주기라도 하는 듯 내게는 이 '네코스테 다리'가 고양이와 인간, 고양이와 고양이의 세계로 드나들 수 있는 미지의 다리같은 느낌으로 그 곳 다리밑에서 이루어지는 고양이들의 집회는 우리는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는 듯했다.

사실 나는 고양이를 무서워한다.
어릴 적에 겪었던 고양이에 대한 무서움이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 지금도 고양이를 보면 순간 움찔하게 된다.
그런 내가 고양이 그림이 담긴 책을 들고 읽고 있는 모습을 본 가족들의 반응은 "괜찮아?"
괜찮지 않았다. 괜찮은 척 했을 뿐.
이 소설을 읽는 동안은 나의 트라우마는 잠시 잊고 작품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고양이와 인간의 눈은 미묘하게 달라. 보고 있는 세계가 다른 거야. 너는 인간과 가깝게 지내다 보니 사고가 완전히 인간화되었지만, 아무리 친밀해져도 고양이와 인간이 보는 세계는 같을 수 없어." (40p)

자신이 인간인 줄 착각하는 요시오에게 키이로가 너는 인간이 아닌 사고가 인간화된 고양이라 말해주고 있다.
인간과 고양이가 보는 세계가 다르다?
그들이 눈에 비친 인간 세계는 어떨까?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고양이도 있지만 길고양이로 떠돌아다니는 고양이도 많다.
그리고 보면 반려견은 많이 봤지만 반려묘는 내 주변에서 많이 보지 못했다.
<고양이는 안는 것>이라는 작품 속에는 다양한 캐릭터의 사람과 고양이가 등장한다. 그들의 삶 또한 다양하다.
마음 속 상처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인간과 고양이의 이야기인가?하고 단순히 생각했던 내게 이 소설은 단순함이 아닌 '특별함'으로 다가왔다.
사오리라는 여성과 요시오라는 고양이의 만남, 고흐라는 화가와 키이로라는 고양이의 만남은 우연이 아닌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리고 네코스테 다리에서의 수 많은 고양이들이 모여 집회를 하지만 그곳에서 신적 존재로 역할을 하는 고양이의 신비로운 존재감은 이야기를 읽는 내내 궁금함을더해갔다.

집회에서는 온갖 이야기가 끊임없이 오가고, 회의와 잡담의 구별은 없다. 
막연한 불안을 서로 주절주절 늘어놓기도 한다. (172p)

인간은 알 수 없는 고양이들의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하는 집회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이 부분에서 나는 웃음이 나면서도 고양이 나름의 인간과 비슷한 면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하찮은 존재라 여겨지는 고양이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상실감을 느끼게 하는 소중한 존재로써의 고양이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따뜻한 소설이였다.
사오리에게, 고흐에게 요시오와 키이로가 그러하듯...

처음 이 소설을 읽다는 마음이 들게한 건 단연 책표지였다.
봄 내음을 가득 담은 벚꽃 나무 아래에서 장난을 치는 듯한 고양이의 모습이 이쁘다는 생각에서...
근데 반전이 숨어 있었다.
겉표지를 벗겨 있을 때만 볼 수 있는 속표지. 그 속에 담긴 그림은 더 귀엽다는 거.


이 작품은 단편같지만 이야기가 이어지는 연작소설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뿐 아니라 고양이들이 주는 각각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소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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