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경계선을 긋는 건 인간의 마음이다. 그러나 다양한 입장과 윤리관이 혼재하는 곳에서 모든 사안을 선악으로 구분 짓기는 어렵다. 따라서 법이라는 개념이 필요해진다. 말하자면, 법률이란 선악을 결정짓는 최소한의 척도다.(238p)책을 읽기 시작할 때도 좋아하는 작가가 따로 있지 않았다. 그저 눈에 띄거나 마음이 가는 대로 선택해서 읽었다. 그러다 한 명 두 명의 좋아하는 작가가 생겼다.그 중 한명이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이다.법의학 교실 시리즈로 처음 접한 뒤 그의 작품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고 빠져들게 되었다.이번에 만난 <테미스의 검> 역시 작가의 참신한 관점과 소신이 담긴 작품이였다.의학에서는 히포크라테스, 법에서는 테미스의 여신이 있다.법의 여신인 테미스의 여신는 오른손에는 검이 왼손에는 천칭을 들고 있다. 검은 죄를 지은 이를 베기 위함이요. 천칭은 죄의 무게를 따져 물어 경중을 가리기 위함이 아닐까?그녀의 두 눈은 가려져 있는데 이는 공정함을 위함이 아닐지....사건이 발생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밤.'부동산 업자 강도 살해 사건'얼마 지나지 않아 범인 검거되고 범인의 자백까지 끝마친 상태로 재판에 넘겨지게 된다.하지만 범인은 무죄를 주장한다. 수사관의 강압적인 수사와 심문으로 인한 자백 강요로 이루어진 짜맞추기식 수사에 의한 자신의 희생자라는 것.법은 그의 말을 믿어 주지도 손을 들어주지도 않고 사형을 선고하고 범인으로 지목된 구스노키 이케히로는 구치소에서 자살하고 만다.자살로써 그는 자신이 죄가 없음을 끝까지 주장하고 싶었던 것일까?구스노키의 자살 이후 또 다른 강도 살해 사건이 일어나고 사코미즈 지로라는 자가 범인으로 검거된다.그를 심문하던 와타세형사는 그의 수법이 '부동산 업자 강도 살해 사건'과 유사함을 직감하고 그를 추궁한다. 사코미즈는 그 사건의 진범은 자신이라 말하면서 구스노키가 무죄이였음이 입증되고 원죄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나도 언젠가는 이렇게 될 것이다. 여우 사냥에 잔뜩 독이 올라 지금 내가 쫓는 사냥감을모조리 여우로 믿어 의심치 않는 눈 먼 사냥꾼. 겸손보다는 목표 달성을 우선시하고, 금지된 방법을 금지됐다고 생각하지 않는 광신도. (208p)자신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하는 나루미 형사를 보며 와타세는 생각했다. 자신도 여우 사냥에 눈이 멀어 진실을 보지 못하는 형사가 되는 게 아닐까하고...."다른 사람을 재판하는 것은 자신의 가치 판단과 윤리를 재판하는 것과 같아요. 재판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거나 심지어 끝낼 수도 있죠. 그 정도로 자기 자신도 철저히 다그쳐야 비로소 균형이 맞는 겁니다.(218p -사즈카판사의 본심이 담긴 말)와타세는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원죄 사건이 발생함을 알게 되자 그 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나루미 형사와 시즈카판사를 찾아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도 사람의 상반된 인식의 차이와 법을 집행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이게 비단 두 사람만의 극명한 차이는 아니기에 안타까움마저 들었다.불현듯 테미스의 상이 떠올랐다.법의 여신 테미스가 오른손에 쥔 검. 법의 권력을 상징하며 죄인을 베기 위해 휘두르는 검. 그 검이 지금은 법을 집행하는 자들을 향해 있다. (265p)법의 여신 테미스의 오른손에 들려 있는 검은 권력을 상징한다. 권력은 늘 정의와 한 몸이어야 하지만 정의가 사라진 권력은 폭력에 불과하다. 우리는 그 정의가 사라진 권력의 폭력 앞에 무참히 짓밟히고 상처입을 때가 있다.죄를 지은 이라면 누구나 그녀의 오른손에 들려 있는 검에 베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법망을 빠져 나가는 이들로 인해 무고한 사람이 그 검에 베이는 경우가 많으니 이를 막을 방도는 없는 것일까?이 작품은 수사원의 억측을 뛰어 넘은 증거의 날조, 배임 행위 등에 의한 원죄의 발생뿐 아니라 원죄가 부르는 해악과 원죄 발생에 따른 피해자및 가족의 고통, 사형제도의 찬반문제 등 폭 넓은 주제를 담고 있다.그리고 사건 발생의 중요함보다 와타세형사의 두 번 다시 원죄 발생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집념이 부르는 끈기있는 수사 태도를 보며 우리에게도 이렇게 일선에서 일하는 형사와 법 집행인들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게 만드는 작품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