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다.아니 꼭 내가 먼저 죽여야만 한다.최후의 순간까지도 나를 이용해 범죄를 계획한 너는!내가 먼저 죽인다.죽이고 싶을만큼 치가 떨리는 인간이 있었다.잊고 싶었다. 아니 잊을 수가 없었다.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내 인생을, 다른 이의 인생을 망쳐놓고도 죄의식 하나없이 사는 그 인간을....박상준. 그는 인간을 탈을 쓴 악마라는 표현으로도 모자란 범죄를 위해 태어난 자가 아닐까?박상준으로 인해 피해를 본 이는 수도 없을 것이다.그 중 한 사람인 손창환. 그는 그에게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짓밟혔다.그런 그가 박상준을 20년이 지난 후 자신이 운행하던 택시의 손님으로 만나게 된다. 정말 기가 막힌 우연?손창환은 그를 알아본 순간 박상준을 처음 만나 그에게 당하기까지의 치가 떨렸던 젋은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며 그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데....과연 손창환은 박상준을 상대로 완전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내가 먼저 죽인다>제목이 살벌하다 생각했다. 어느 정도의 원한이 있기에 죽이고 싶을만큼의 생각이 들까?소설을 읽기 전 나는 이 물음부터 시작했다. 읽어가면서 나의 분노게이지가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일을 저지르고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더 큰 범행을 계획하며 생활하는 악마같은 가해자가 살아있다는 것. 그로 인해 삶이 망가지거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피해자들의 소식은 먹먹함을 넘어선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같아 씁쓸함마저 들었다.박상준의 살해 계획을 세우고 그를 뒷조사하는 과정에서도 손창환은 아마추어같은 모습을 보인다.엠제이라는 여성의 등장, 50억 원을 요구하는 납치 사건, 경찰의 의심 등 작품 속에는 다양한 사건과 이야기가 담겨 있어 읽는 동안 지루할 틈없이 "뭔가 있는데...그게 맞을까?" 하는 생각과 과연 일이 어떻게 연결이 되어서 결말에 이르게 될까하는 궁금증에 중간에 끊김없이 읽어내려갔다.손창환이 과거 박상준의 계략으로 재판을 받게 되었을 때 형사와 그 사이의 대화가 내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지금 제일 하고 싶은 일이 뭐요?"(중략)" 아, 얘기가 길어졌네요. 형사님이 물은 건 지금 하고 싶은 일이었죠? 네, 지금 할 수만 있다면 침묵과 진실을 사고 싶습니다.""침묵과 진실이라. 나는 비싸서 사줄 수가 없군요. 기회가 된다면 다른 것은 한번 사리다." (251p)손창환의 억울함과 진실로 바라는 것이 담긴 말이 아닐까?손창환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되어지는 구성과 반전으로 이어지는 사건과 결말, 등장인물들의 심리전 등은 읽는 재미를 더 해주었다.<내가 먼저 죽인다>를 읽는 동안 덤덤히 읽어갈거라 여겼던 나의 마음은 철저하게 무너지면서 분노와 씁쓸함만이 가득한 채 책장을 덮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