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1~4 세트 - 전4권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쉽지 않았다.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었다.
긴 호흡과 함께 작품읽기가 시작되었다.
구상에서 완결, 완전한 퇴고까지 24년, 등장인물 총 559명, 문학계의 거장이자 불멸의 작품이라 손꼽히는 그런 그의 작품인 <전쟁과 평화>를 읽어보겠다는 나의 도전이 무모한다 느끼질 때도 많았다.
하지만 한 번은 읽고 싶었다. 주변의 찬사때문이 아닌 그냥 오랜 고뇌의 시간을 끝내고 세상 밖으로 알을 깨고 나온 작품 속에 담긴 톨스토이의 철학과 그가 풀어내고 있는 깊이 있는 이야기가 궁금해서였다.

총 4권으로 구성된 이 작품에는 여러 가문들과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주축은 볼콘스키가와 로스토프가라는 두 명문가들의 구성원으로 이들 가문의 개개인의 이야기가 나폴레옹의 러시아원정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연결되어 거대한 서사로 완성되었다.

안나 파블로브나가 이끄는 상류층의 사교계의 화려함과 그 속에 오고가는 탁상공론같은 대화나 풍자적 대화속에서 당시 러시아의 지도층의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과 사회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철저히 계급 사회였던 러시아는 군대에서조차 군대내의 계급나 규율 외에 본질적인 계급이 있음을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다.

그가 그려내고 있는 전장의 모습은 분명 글을 읽고 있음에도 눈으로 보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으며, 전장 속에서의 병사들과 지휘관들의 생활과 전장을 앞둔 상황이나 예기치 못한 프랑스군의 전투 장면에서의 그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는데 아마도 톨스토이 역시 크림전쟁에 참여했던 경험이 바탕이 된 것이 아닐까?

"전쟁이란 참 무서운 것이다. 정말 무서운 거야! 전쟁은 정말 무서운 거야!" (1권 - 494p)

격렬한 교전이 이루어졌던 소도시의 광장의 치워지지 않은 전사자와 부상자를 본 황제가 한 이 말은 누구나가 그 장면을 본다면 참혹함에 이런 말을 할 것이다.

이 작품에서 주목해서 보게 되는 인물이 있었다.
안드레아 공작, 니콜라이, 피예르로 숨가쁜게 변화되는 환경 속에서 이들의 감정 변화는 톨스토이의 철학과 작품을 읽는 재미를 주었다.

전쟁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안드레아 공작이 죽음의 문턱에서 드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자신이 왜 그 동안은 이 드높은 하늘을 보지 못했는지, 모두 허무하고 거짓이라 여기는 부분과 나폴레옹의 눈을 보면서 위대함의 부질없음, 삶의 부질없음,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느끼면서 이 후 자신의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짐을 보여주는 부분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피예르에게 구원자처럼 나타난 프리메이슨에 관한 내용이나 악이란 무엇인가를 두고 안드레아 공작과 피예르 사이에 벌어지는 논쟁, 농노해방과 관련 내용 등에서는 톨스토이 자신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활동해 온 일들이나 종교적 인도주의 즉 '톨스토이즘'이 반영됨을 볼 수 있었다.

방대한 양의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내 자신이 얼마나 그가 표현하고자하고 전달하고자 함을 이해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 속을 떠나질 않았다.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없을 뿐아니라 역사적 지식과 작가에 대한 배경 지식의 필요성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였다.
한 번으로는 이 작품을 보았다고 할 수 없을만큼 작가의 문체와 표현력에는 깊이가 있었고 역사적으로 큰 사건을 개개인의 인물을 통해 문학적으로 써내려갔다는 점에서 읽는 내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작품 속에 담긴 철학적인 질문들을 우리도 한번쯤 답을 찾으려 할 때가 있을 듯하다는 생각을 하며 나의 <전쟁과 평화>라는 작품읽기의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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