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없는 나는?
기욤 뮈소 지음, 허지은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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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인생에 운명을 가름하는 남자가 두 명으로 축약된다고 볼때 그 한명은 나를 이 세상에 존재하게 해 준 아버지,나머지 한명은 함께 인생을 채워나갈 반려자일거다. 두 사람 중 어떤 한 사람을 택하라는 건 물에 빠졌을때 누굴 구할거냐는 질문을 받았을때랑 똑같다.

그런데 기욤 뮈소가 새로 펴낸 책속엔 그런 상황이 펼쳐져 있다.  가브리엘의 아버지와 사랑하는 남자. 아버지는 희대의 예술품 도둑이고 사랑하는 남자는 그 아버지를 잡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뭉친 경찰이다. 여자는 과연 누굴 택할것인가라는 기대감에 책을 읽었는데 실은 이 상황은 그야말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배경일뿐이다.

가브리엘과 마르탱.....스물 한 살의 빛나는 첫사랑을 지워내지 못하고 바다를 사이에 둔 채 고독하게 살아가는 남녀가 있고, 사랑하는 아내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딸 앞에 떳떳하게 나서지 못하는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안타까워하는 아버지 아키폴드가 있다.
세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 - 운명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듯하다 - 은 가브리엘과 마르탱의 사랑에 확신을 심어준다.
이 두 사람은 사랑할 수 밖에 없구나라는. 당신 없는 나는 그냥 생을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야라고 말 할 수 밖에 없는.

요즘 출간되는 책마다 화제를 뿌리는 작가인데 나는 처음 읽었다.
언젠가 걸어본것 같은 파리 시내, 마르탱과 함께 아우디를 몰고 있는 듯한 속도감, 늘 즐거울것 같은 샌프란시스코, 1960년대 히피, 아이팟, 블랙베리 폰, 화려한 고흐, 돔 페리뇽 ......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모든 것이 그려진다. 굉장히 감각적이다.
어울리지 않지만 재미있었던 마지막 부분의 환타지적 장치도 신선하다. 어울리지 않는데 신선하다니. 이상한 말이지만 그렇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어떤 어려움이든 감수해야겠다는 각오가 필요한 게 아닐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모든 걸 잃어도 좋다는 각오로 임해야 하는 헌신의 과정이 아닐까? 늘 받은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되돌려 주겠다는 양보와 희생의 각오가 필요한 게 아닐까?"  (<당신 없는 나는?> 242쪽 중, 가브리엘)

굉장히 진부하고 신파적인 사랑타령인데 가브리엘을 사랑했던 마르탱의 각오는 그랬었다.
누구나 사랑을 시작할때의 마음은 저렇겠지. 그런데 사랑에 익숙해지다 못해 지루해질 정도가 되면 진부하고 신파적인 사랑 타령이라는 말을 나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쓰게 되나보다.  

그래서 나는 마르탱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것 같다.
잘 생기고, 지적이고, 조금은 예민하고, 감성적이며 사랑에 아파할 줄 아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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