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 - 짓눌린 영혼에게 길은 남아있는가
헤르만 헤세 지음, 랭브릿지 옮김 / 리프레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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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는 작품은 성장 소설로 많이 거론된다. 『데미안』과 더불어 『수레바퀴 아래서』 또한 청소년에게 권장되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헤르만 헤세에 대해 이 책과 겹치는 부분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헤세 또한 선교사 부부의 장남으로 신학교에 입학하였다는 점이다. 이 책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와 겹치는 부분이 라 흥미로웠다. 하지만 작가는 기숙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망쳐 나와 서점과 시계 공장에서 일하며 작가로서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처음에는 시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1946년에는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리고 소설, 시뿐만 아니라 수많은 그림을 남겨 한스 기벤라트와는 차이가 있는 행로를 걸었다.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는 독일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총명한 소년으로, 마을 사람들과 아버지의 큰 기대를 받으며 성장한다. 그는 어려서부터 우수한 성적으로 주목받으며, 마을에서 유일하게 신학교 차석으로 입학하게 된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것은 지식과 성취의 기쁨이 아닌, 경쟁과 억압, 감정의 억눌림이었다. 한스는 주어진 틀 안에서 열심히 살아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면의 공허함과 피로를 느끼며 점점 지쳐간다.


그러던 중에 신학교에서 한스는 예술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지닌 하일너를 만나게 된다. 하일너는 기존 사회의 억압적인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걸으려는 인물로, 한스와는 정반대의 성향이다. 이 둘은 곧 서로에게 큰 영향을 주게 된다. 하일너와의 우정을 통해 한스는 자신이 억눌러왔던 감정과 진짜 자아에 대해 고민하게 되지만, 결국 그 자유를 따라가지 못한 채 무기력해지고, 건강까지 악화된다.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한스는 외로움과 좌절 속에서 방황하다가, 금속 세공 장인에게 일을 배우게 되지만 어느 날 너무나 허망하게 이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뛰어난 재능도 있지만 자연 속에서 평화를 느끼던 어린 시절의 한스는 점차 주변의 기대와 학업 경쟁에 짓눌려 더 이상 자연(낚시)을 벗하지 않는 시들어가는 청춘이 되어 무너져가는 과정이 아주 세밀하게 잘 표현되어 있어 읽는 내내 조마조마하기도 하다. 아마도 헤세 또한 신학교에 입학하여 스스로 학교를 그만두게 되는 경험을 한 장본인이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한스의 학업은 다시금 가장 충실한 상태로 돌아갔다. 그는 간혹 한 시간 정도 낚시를 하거나 산책을 하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어김없이 죄책감을 느꼈다. 매일 즐기던 목욕 시간마저도 이제는 자신을 가르치는 수학 선생님의 강의 시간으로 대체되었고, 그의 하루는 점점 더 단조롭고 팽팽한 긴장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학구열이 불타올랐다 할지라도, 대수학(알제브라) 수업은 결코 즐거운 것이 아니었다. 한낮의 무더운 시간, 그는 무겁고 지친 머리로 a+b와 a-b를 반복하며 문제를 풀어야 했고, 공기 속에 감도는 억눌린 기운은 때때로 우울함과 절망감으로 바뀌기도 했다.” - 84쪽


『수레바퀴 아래서』는 ‘수레바퀴’가 뜻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해본다. 가까이는 내가 살아가는 일상이고, 직장이고, 사람들과의 관계이며, 거대한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이라면 어른이라는 권위와 학교라는 교육제도라 할 수도 있겠다. 우리는 다들 거대한 수레바퀴 안에서 무사히 잘 버텨내고 있는 걸까? 헤세는 이 소설을 통해 수레바퀴에 억압되어 자신의 삶을 살아보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과 꿈을 억눌린 상태로 죽어간 한스와 같은 삶을 되풀이하고 있지는 않는지 묻는다. 이 작품은 발표된 당시의 독일 사회의 경쟁 중심 교육 제도와 인간의 개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오늘날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거기에 더해 작품 속 어디에도 한스에게 인생에 있어서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자유와 행복이 있음을 직접적으로 가르쳐주는 어른이 보이지 않아 더욱 가슴 아팠다. 가까이는 성공과 높은 명성을 바라는 아버지부터 한스에게 한껏 기대를 품은 마을의 어른들, 영혼의 구도자인 목사와 신학교의 교사들마저 철저하게 세속적이고 경쟁적인 잣대를 들이미는 장면에서 더 기댈 곳 없는 여린 한스의 슬픔도 느껴졌다.


"한스는 감찰관이 내민 손을 잡았다. 감찰관은 그를 온화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렇지, 그래야지, 기벤라트. 절대 나약해지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결국 수레바퀴 아래로 깔려버리고 말 거야.”- 159쪽


“이처럼 학교라는 무대에서는 늘 법과 정신의 충돌이 벌어진다. 우리는 국가와 교육 기관이 해마다 출현하는 몇몇 뛰어나고 가치 있는 영혼들을 억누르고 짓밟기 위해 얼마나 필사적으로 노력하는지를 목격한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된다. 그들은 결국 교사들에게 미움받고, 자주 벌을 받고, 쫓겨난 후에야 나라의 귀중한 유산으로 남는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살아남지 못했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침묵 속에서 스스로를 갉아먹으며 쓰러져 갔을까? 아무도 알지 못한다.”-156쪽


이 책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통용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한민국의 많은 학생들은 수많은 경쟁과 성적, 부모와 사회의 기대 속에서 자신의 감정과 꿈을 깨닫지 못한 채 한 방향으로만 걸어가고 있다. 오히려 더욱 이르게, 더욱 심하게 수레바퀴가 속도를 내는 거 같다.

이렇게 정신없이 굴러가는 와중에 한 번쯤은 의문을 품어봤으면 한다. 우리는 정말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성공'이라는 이름 아래 원치 않는 수레바퀴에 억지로 태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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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의 비밀 친구 봄소풍 보물찾기 5
A. F. 해럴드 지음, 에밀리 그래빗 그림, 지선유 옮김 / 봄소풍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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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 비밀 친구가 있었던가? 아니 친구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상만으로 위안이 되는, 나의 상상이 나를 위하는 경우가 있었던가?

사람들은 상상을 할 수 있기에 희망을 가져보고, 꿈을 품으며, 고단한 현실을 견디며 살아가는 거 같다.

이러한 상상은 어릴수록 현실과 더욱 구분이 어려운데, 상상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시기에 멋진 단짝을 만들어 뛰어노는 어맨다라는 친구가 있다. 여자친구인데 워낙 활달하여 그녀와 놀려면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모험을 좋아하는 어맨다에게는 똑같이 모험을 즐기는 러저라는 남자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어맨다의 옷장 속에 살고 있으며, 어맨다의 눈에만 보인다. 어맨다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친구이다! 얼마나 이 친구를 자랑하고 싶었으면 어맨다는 학교에까지 데려간다. 물론 러저를 볼 수 있는 친구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들은 하루 종일 정원에서 논다. 정원은 가시덤불 아래 동굴도 되었다가 외계 행성으로도 변하고 어느 날은 정글과 사막, 심지어 해저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상상력이 풍부한 어맨다에게는 러저를 이해하고, 심지어 러저의 시리얼도 챙겨주는 마음 넓은 엄마 리지도 나온다.


평온한 일상에는 불청객이 따르기 마련. 어느 날 우울함이 감도는 검은 머리칼의 소녀를 데리고 번팅이라는 사내가 이들에게 나타난다. 하지만 그에게는 놀라운 능력이 있으니 러저가 보인다!


이 사내는 상상력을 먹으며 생명을 하루하루 연장하는 중이다. 그 옆의 우울한 소녀는 사내와 함께 상상 속의 존재를 사냥하러 다니는 하수꾼이다. 언제나 러저를 지켜줄 거 같은 어맨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어맨다의 상상으로 존재하는 러저에게 치명적인 위기가 찾아온다.


소설에는 상상 속 존재들이 도서관에 모여 자신을 상상할 또 다른 대상을 기다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은 여러 차례 많은 이들의 상상 속 존재로 살다가 차츰 소멸해간다.

생각하지 않으면 소멸해버리는 존재는 참 쓸쓸하다. 그게 상상 속 존재가 될 수도 있지만, 실재하는 존재이거나 실재했던 존재라면 더욱 그 느낌이 배가된다.



소설을 읽는 내내, 문득 어린 시절 내가 상상을 하며 만들어냈던 무수한 공주와 왕자님들은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으려나 궁금해지기도 했다. 어맨다 엄마의 프리지처럼 그 이름을 떠올리며 반갑게 회상하고 싶었지만 전혀 이름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내 아이의 상상 속 친구들은 지금도 우리 집에서 잘 생활하고 있을 텐데. 돌연 아이의 상상 속 친구의 이름을 휴대폰 다이어리에 적어본다.

'뒤뚱이, 쫑마, 토토로, 점박이, 목이.'

훗날 가슴 따뜻해지는 순간을 느껴보게 하기 위한 작은 선물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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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의 공부 비법 초등학생을 위한 노트 필기 자습서
정훈실.정상은 지음 / 책다락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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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4학년부터 아이가 노트필기에 관심이 많아졌지만, 문구류 지원 외에 딱히 노트필기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좀더 업그레이드 된 노트필기의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던 와중에 제목부터 ‘초등학생을 위한 노트 필기 자습서’라 해서 눈길이 갔다.


살아오면서 글씨를 예쁘게 쓰는 친구들의 노트는 종종 봐왔지만, 체계적인 노트필기도 배울 수 있는 영역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노트필기도 체계적으로 배워질 수 있는 영역이라니!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핵심 정보를 파악하고, 복잡한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하며, 자신만의 필기 스타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단계. 내용 파악하기

1. 핵심 개념 찾기

2. 개념의 크기

3. 중심 문장 찾기

4. 단어로 요약하기

5. 종합연습


두 번째 단계. 노트 정리의 기본

6. 정보의 구조 잡기

7.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8. 줄 바꿈과 들여쓰기

9. 종합연습


세 번째 단계. 효과적인 정리 방법

10. 순서, 원인과 결과

11. 공통점과 차이점

12. 분류하기


네 번째 단계. 레벨업 꿀팁

13. 색을 사용하자

14. 그림을 활용하자

15. 포스트잇을 활용하자


초등학생들의 노트필기를 살펴보면 아이가 어떻게 정보를 학습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머릿속 구조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노트필기는 자신의 이해한 외부 정보를 구조적으로 정리하면서 내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는 과정이다. 내 손으로 직접 구상하여 필기한 내용이야말로 체득한 정보인 셈이다. 여기에는 많은 기술이 종합되는 거 같은데, 필기는 최종적으로 습득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이기에 메타인지가 가장 많이 작용하리라 여겨진다. 필기를 통해 정보습득, 정리도 하겠지만 이는 나아가 지식을 구조화하는 적극적인 학습 과정이라 여겨져 상위 1%로 나아가려는 학생들에게 아주 중요한 공부 비법이라 본다.


초4, 5학년에는 기존에 공부하던 학습량과 비교해 볼 때 그 내용이나 양도 많아지기에 필기할 기회가 늘어나는데, 이때 이러한 필기 방법을 체계적으로 배워둔다면, 초등뿐 아니라 중, 고등학교에서도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거 같다.

우리 집에서도 초등 5학년에 진급하는 아이의 노트필기 능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이번 봄방학을 이용하여 이 책을 날마다 30분씩 혼자 붙들고 연습하기 시작했다. 예비 초5학년 학생이 혼자 수행하기에도 적당한 양과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내용 중에는 초등 교과서에 나오는 대목도 있어 미리 예습 겸 필기 연습도 할 수 있다.

각 단계를 끝내면서 종합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종합연습 단계도 있어 되새기기에도 좋다.



내용 파악부터 노트 정리의 방법을 알려주니 노트필기 개인 교습을 받는 기분이 드는지 아이는 즐겁게 수행했다.

초등 때부터 차근차근 배워두는 필기 노하우를 바탕삼아 앞으로도 자신만의 필기 방법을 개발하여 학습의 질도 높일 수 있을 거 같다. 이 책을 노트필기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초등학생부터 좀 더 체계적으로 노트필기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은 중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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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어벤저스 3 - 아동 복지법, 위기의 아이를 구하라 어린이 법학 동화 3
고희정 지음, 최미란 그림, 신주영 감수 / 가나출판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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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어벤저스와 더불어 진정한 의사로 거듭나기를 꿈꾸다가도 <변호사어벤저스>를 통해 각종 사건 사고를 해결하며 멋진 변호사로 성장하기를 꿈꾸게 하는 어벤저스 시리즈~

우리 집에서는 이 시리즈라면 재미난 스마트폰 게임도 이겨낸다!



 

과장이 아니다. 한때 스마트폰이라면 사족을 못 쓰던 3학년 남자 친구도 변호사 어벤저스를 읽으며 진득하게 앉아 찐 독서를 즐긴다. 4학년 사촌 형아는 말해 무엇하랴.

책이 집으로 도달과 동시에 서로 읽으려고 하니 누구에게 먼저 읽힐지 난감하다.

 

무엇이 아이들을 이토록 당기도록 하는지 이제 넘겨 받아 3번째 순서로 읽은 필자가 그 매력을 파헤쳐 보기로 했다.

 

첫째, 주인공이 초등학생 변호사다!

어린이변호사가 등장하는 설정을 통해, 어린이들이 엮일 수 있는 관련 법과 함께 어린이도 법을 공부하고, 대부분 약자의 입장인 피해자를 변호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토리에는 대게 환상 속에서나 가능한 무법의 지대에서 호방하고 힘센 주인공에 의해 악한 강자로부터 약자를 보호하는 통쾌하지만 현실 속에서 내 힘으로 도저히 물리칠 수 없는 그야말로 환상과 같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변호사어벤저스에 나오는 어린이 변호사들은 그야말로 좌충우돌 수습변호사들이다. 초등 아이들과 같이 감정적이고 앞뒤 따지지 못한 온정이 앞설 때도 많고, 실패도 맞닥뜨리지만, 그런 과정 또한 성장의 과정이라 여기게 이야기를 잘 구성한 점이 아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이번 변호사 시리즈 3편에서는 의뢰인 박금순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아동학대 의심 사건을 맡는다. 변론을 준비하면서 속속 밝혀지는 정황에 아이들은 점점 의뢰인에게 속았음을 깨닫고 의뢰한 변호를 포기하게 된다. 이러한 실수나 실패의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변호사가 된 초심을 되짚어 보며 변호사로서의 신념을 확인해 본다.

 

둘째, 역시 그림이다! 이야기 중간중간 만화로 보는 쉬운 법률 정보가 담겨있다.

시리즈의 권마다 이슈화되는 법률 키워드와 관련 정보를 쉽고 재미있는 만화로 제공한다. 그림을 담당한 최미란 작가는 자칫 따분할 수 있는 법률 전문 정보를 재미있는 이야기처럼 술술 읽게 만화로 잘 엮어냈다. 그림을 보다 보면 어른도 설명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법률 개념이 한눈에 이해가 되도록 잘 그렸다는 생각에 필자도 계속해서 이 시리즈를 보게 만든다.

 

셋째, 변호사 어벤저스시리즈는 어린이들과 밀접한 주제들로 구성되었다.

1권에서는 명예 훼손죄를 다루었는데, 실제 학폭의 온상이 된 온라인 활동에서의 명예훼손을 다루며 아이들에게 직접 와닿게 주제를 설정했다. 뒤이어 나온 2권은 동물 보호법, 3권은 아동학대까지 아이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사례와 판결이 나온다. 실제 이야기를 엮은 작가는 <의사 어벤저스>시리즈를 쓰고 있지만 <딩동댕 유치원>, <방귀대장 뿡뿡이>,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꼬마 요리사> 등등 유수의 어린이 방송을 직접 만들어 낸 방송작가이기도 하다.

어린이 세계를 잘 알아서일까? 어린이에게 와닿을 법한 소재를 법률에서도 잘 선정하여 이야기로 엮어냈다.

어디 그뿐인가? 이 책의 감수를 맡은 신주영은 실제 변호사로 활약하며 수많은 법 관련 저서를 썼고, 가장 대표적으로 최근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에피소드 원작자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본문 에피소드와 비교되는 각종 판례를 살펴보면서 풍부한 이야기 속으로 안내한다.

3권에서도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진우의 이야기가 나온다. 초등학교 6학년 진우는 한부모 가정이지만 어릴 때부터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보호자인 아버지와 살게 되지만 실상은 혼자서 생활해야 하는 처지이다. 이 이야기가 소설 속에만 존재하면 좋겠지만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례이기에 더 가슴 아프다. 급기야 진우는 아버지를 방임에 의한 아동학대로 고소하게 된다. 어린 친구가 느끼는 비참한 현실을 법의 도움으로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는 진정 변호사어벤저스의 이야기로 딱 들어맞는다.

 

어린이에게 와닿게 쉽고 재미나게 썼으면서도 심오한 법률의 세계에 퐁당 빠져들기에 이토록 친절한 안내자 <변호사 어벤저스> 3! 아직 1권을 안 읽었다고 낙담하지 말자! 이 책은 3권부터 읽어도 마치 1권을 읽기 시작한 거 같이 캐릭터와 내용을 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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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독서평설 2024.10 독서평설 2024년 10월호
지학사 편집부 지음 / 지학사(잡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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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역사를 자랑하는 최장수 독서 월간지이자 이른 나이부터 학령기의 나중까지 아우르는 믿을 만한 독서 학습지이기도 한 독서평설!

우리 집에서도 자연스레 초저 학년부터 독서평설 첫걸음을 시작하여 이제 초등 독서평설을 정기구독하고 있다.

처음 아이의 잡지로 독서평설을 선택한 이유는 초, 중, 고교까지 이어지는 연계성과 매월 다른 주제를 접할 수 있는 다양함, 분야별 얕지 않은 정보에 있다.


초등 자녀를 키우고 있지만 아이가 앞으로 보게 될 다음 단계의 독서평설에 대해서도 궁금하던 차에 2024년 10월 고교 독서평설을 펼쳐보게 되었다.

우선 기사의 분량을 가늠해 보니, 고등학생들이 공부시간 사이사이에 가볍게 펼쳐볼 수 있도록 한 기사 당 10분 내외의 읽기 분량인 듯하다.

내용은 문화 예술 전반, 문학, 비문학, 입시 정보, 사회의 이슈 등을 다룬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고등학생들이 틈을 내어 다양한 분야의 내용을 짬짬이 읽어나갈 수 있도록 잘 구성하였다. 수능 대비로 여러 분야의 정보를 접해야 하는데, 시간적 한계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수험생들도 잘 활용할 수 있겠다.



길지 않은 분량이라고 해서 정보의 수준이 낮지 않다. 이번 호의 금융, 경제, 과학, 기술 등 비문학 분야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를 보자면, 자산유동화, 녹색혁명, 중국의 과학기술, 자유에너지, 뉴턴의 물리학과 인과적 결정론 등등 다채롭다.

경제면의 내용을 훑어보자면, 자산유동화를 설명하며, 그것의 한 형태인 부동산담보대출을 들어 부동산의 유동화를 쉽게 풀이한다. 미래의 부동산 가치를 당겨서 유동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들어 더 와닿게 설명하여 경제 상식과 세계 경제 이슈도 접할 수 있다.



녹색혁명을 다룬 파트에서는, 우리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에 대해 다루면서 매년 GMO 종자 사용료를 내는 한국 농업의 현실도 알게 되고, 인류 전체의 식량을 독점한 소수의 외국 종자 기업과 그 폐해의 심각성도 느끼게 된다.

잡지 한 권만 들여다봤을 뿐인데 네 다섯 이상 분야의 전문지식을 알게 되어 여러 권의 책을 하루 만에 흡수한 기분이라 과연 독서학습 잡지계의 일인자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독서평설은 재미와 감동도 함께 싣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소설을 영화로 만든 <한국이 싫어서>, <딸에 대하여>에 대해 나오는데, 이 부분을 읽은 뒤 장강명 소설 <한국이 싫어서>가 궁금하여 일부러 찾아 읽게 되었다. 잡지를 통해 소설과 영화의 개요나 주목할 부분을 알고 관심을 갖고 소설을 접하니 더 잘 와 닿았다.


그리고 '사랑이 쓴 역사, 역사로 읽는 사랑'이라는 코너에서 이옥봉이라는 여인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 아이의 독해 주간지에서 읽었던 시 <몽혼>의 저자라는 걸 알았다. 그때는 그냥 조선의 여느 시인이가 보다라고 넘겼다가 이번에 가부장제가 낳은 조선의 혼인 문화로 피해를 본 가슴 아픈 한 여인의 일생 읽어보니 <몽혼>의 내용이 더 애절하고 시인에 동화되어 서글픈 마음까지 들게 한다.



지식과 감동은 물론 입시 정보도 알차게 담았다.

'지리 소매상의 캠퍼스 지리 여행'에서는 경희대학교 인근을 답사하면서 주변 풍경과 상권, 캠퍼스의 모습, 경희대의 역사 등을 알려주고 있다. 인근 주민으로서 이 글을 읽으니 더욱 친숙하고, 태권도 학원에 '경희'가 유독 많은 이유도 알게 되었다. 이는 경희대의 전신이 신흥무관학교인데, 이에 뿌리를 둔 세계 최초의 태권도학과가 경희대에 신설되었기 때문일 거라 저자는 보고 있다.


'우리 학교로 놀러 와', '유성룡의 입시 코칭'에서 더 전문적이고, 실질적으로 입시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정 대학과 학과에 입학하기 위해 선배 재학생을 인터뷰하며 입시 포인트를 구체적으로 짚어주며 진로코칭을 한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2025학년도 수능시험 마무리 학습 전략에 대해서도 등급별 전략을 세세히 설명한다.


문해력은 물론이고, 전문적인 지식과 알찬 정보, 잠시 숨 고르며 독서할 수 있는 10분 간의 여유까지 안겨주는 독서평설을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여러모로 34년 간 장수하는 데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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