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상 속의 비밀 친구 ㅣ 봄소풍 보물찾기 5
A. F. 해럴드 지음, 에밀리 그래빗 그림, 지선유 옮김 / 봄소풍 / 2025년 3월
평점 :

상상 속 비밀 친구가 있었던가? 아니 친구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상만으로 위안이 되는, 나의 상상이 나를 위하는 경우가 있었던가?
사람들은 상상을 할 수 있기에 희망을 가져보고, 꿈을 품으며, 고단한 현실을 견디며 살아가는 거 같다.
이러한 상상은 어릴수록 현실과 더욱 구분이 어려운데, 상상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시기에 멋진 단짝을 만들어 뛰어노는 어맨다라는 친구가 있다. 여자친구인데 워낙 활달하여 그녀와 놀려면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모험을 좋아하는 어맨다에게는 똑같이 모험을 즐기는 러저라는 남자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어맨다의 옷장 속에 살고 있으며, 어맨다의 눈에만 보인다. 어맨다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친구이다! 얼마나 이 친구를 자랑하고 싶었으면 어맨다는 학교에까지 데려간다. 물론 러저를 볼 수 있는 친구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들은 하루 종일 정원에서 논다. 정원은 가시덤불 아래 동굴도 되었다가 외계 행성으로도 변하고 어느 날은 정글과 사막, 심지어 해저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상상력이 풍부한 어맨다에게는 러저를 이해하고, 심지어 러저의 시리얼도 챙겨주는 마음 넓은 엄마 리지도 나온다.
평온한 일상에는 불청객이 따르기 마련. 어느 날 우울함이 감도는 검은 머리칼의 소녀를 데리고 번팅이라는 사내가 이들에게 나타난다. 하지만 그에게는 놀라운 능력이 있으니 러저가 보인다!

이 사내는 상상력을 먹으며 생명을 하루하루 연장하는 중이다. 그 옆의 우울한 소녀는 사내와 함께 상상 속의 존재를 사냥하러 다니는 하수꾼이다. 언제나 러저를 지켜줄 거 같은 어맨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어맨다의 상상으로 존재하는 러저에게 치명적인 위기가 찾아온다.

소설에는 상상 속 존재들이 도서관에 모여 자신을 상상할 또 다른 대상을 기다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은 여러 차례 많은 이들의 상상 속 존재로 살다가 차츰 소멸해간다.
생각하지 않으면 소멸해버리는 존재는 참 쓸쓸하다. 그게 상상 속 존재가 될 수도 있지만, 실재하는 존재이거나 실재했던 존재라면 더욱 그 느낌이 배가된다.

소설을 읽는 내내, 문득 어린 시절 내가 상상을 하며 만들어냈던 무수한 공주와 왕자님들은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으려나 궁금해지기도 했다. 어맨다 엄마의 프리지처럼 그 이름을 떠올리며 반갑게 회상하고 싶었지만 전혀 이름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내 아이의 상상 속 친구들은 지금도 우리 집에서 잘 생활하고 있을 텐데. 돌연 아이의 상상 속 친구의 이름을 휴대폰 다이어리에 적어본다.
'뒤뚱이, 쫑마, 토토로, 점박이, 목이.'
훗날 가슴 따뜻해지는 순간을 느껴보게 하기 위한 작은 선물을 담아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