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형과 오로라 - 제10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이병승 지음, 조태겸 그림 / 샘터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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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카락은 아프지 않아요. 그러니까 마음도 머리카락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잘려도 안 아픈 걸로 쳐요. 그리고 잘린 머리카락은 또 자라잖아요. 마음도 그러면 돼요. -31P


제10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고릴라 형과 오로라>는 좌절, 아픔, 편견을 딛고 서는 주인공들의 여정을 통해 현재를 사는 어린이들에게 커다란 교훈을 주는 책이다. 총 세 편의 단편이 실린 동화책이다. 세 편의 단편은 각기 다른 교훈을 주며 어린이들에게 좋은 발판을 마련해주는 책이다.


저자 이병승 작가는 <비밀 유언장>, <침술 도사 아따거>, <마음도 복제가 되나요?>, <아빠와 배트맨>, <정글을 달리는 소년>, <구만 볼트가 달려간다>, <잊지 마 살곳미로>, <차일드 폴>, <톤즈의 약속>, <빛보다 빠른 꼬부기>등의 책을 집필했다.





<고릴라 형과 오로라>는 쉽게 닫지 못할 꿈을 향한 고군분투를 담은 편으로,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초심을 따스하게 데웠다. 처음엔 바라기만 했던 일을 시작하는 용기를 주는 동시에 자잘한 실패를 겪으면서도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에피소드 였다. 개인적으로 읽은 세 편의 에피소드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나쁜 기억 삽니다> 아픈 기억을 지워 버리고 싶은 충동과 수용을 담은 편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번이나 후회하곤 한다. 아주 사소한 일부터 인생의 막중한 기로에서의 선택까지. 우리가 후회하지 않는 날이 더 많을 정도로 후회를 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후회는 우리에게 도움되지 않는다. 후회를 통해 '다신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아야겠다.'라는 배움을 얻을 순 있겠지만, 굳이 그런 배움을 후회를 통해 얻을 필요도 없다. 어린이들도 아픈 기억들을 두고 후회하거나 지워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여도 그걸 수용하고 끝내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이상한 친구> 남다른 친구에 대한 편견 그리고 화해를 담은 편이다. 편견보다 게으르고도 못된 습관도 없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들이 <이상한 친구>라는 편을 읽고 편견이란 얼마나 못된 습성인지 깨닫고, 스스로 편견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을 얻길 바란다.



(2021 가을/겨울 물방울 서평단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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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오름에서 편지를 띄우며 - 마음속 빛나는 별을 품고사는 가장 보통의 당신에게
성희승 지음 / 지베르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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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들은

보이지 않는 것들에 기대고

소리가 나는 것들은

고요함에 기대어

홀로 있는 그들은

하늘에 기대고

저 하늘은

그들 마음에 기댄다.

기댐

'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서양화가 성희승의 첫 시화집이다. 별과 우주를 소재로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는 그의 작품은 빛의 위로, 희망, 사랑을 전한다. -(책날개)

1부 점에서는 '반복되는 일상 속', '같은 점, 동일한 선들이 반복되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면을 이루어내'는 18개의 무수한 점들이 이어진다.

2부 선에서는 점과 점을 이어주는 선에 관한 시어들을 풀어놓고 있다. 한 점을 지나서 다른 점으로 지나가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느끼게 되는 혼자 남겨진 기분, 사랑하는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지난 시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 등을 담은 '바람과 바람 사이에서', '존경합니다 - 사랑하는 아버지께, '기댐' 등 30개 이야기가 담겼다. 특히 '동주 - 윤동주 문학관에서'는 윤동주에게 희망이 되어 주었던 별이 자신에게도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에게도 희망으로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3부 면에서는 점들이 선으로 연결되어 면을 이루는 공동체를 풀어내고 있다. '예술가 마을', '지금 우리는', '모두를 위한 예술', '평화로운 세상' 등 21개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책 제목과 동명의 '별; 오름에서 띄우는 편지'에서 작가는 시화집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전한다. - (책소개)


배경지식을 갖고 책을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렇다 할 배경지식 없이 책을 읽어도 잘 읽히는 책이었다. 시처럼 짤막한 글 속에서는 에세이적인 매력이 함께 스며들어, 작가의 영감을 슬쩍 엿볼 수 있어 좋았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글은 친근하면서도 간략했다. 그게 참 좋았다.

작가의 작품을 읽고 나면, 전문가들의 평론을 곁들어 볼 수 있다. 미술 평론가, 문학 평론가, 건축가, 배우, 큐레이터의 다양한 평론들을 읽으면 작품 이해에 좀 더 심취할 수 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나마 낮에는 가끔 하늘을 보며 구름 모양을 살피기도 하지만, 여러 문제로 저녁을 밝히던 별이 사라진 이후로 저녁 하늘에 흥미를 잃었다. 그리고 당장 며칠 전, 한가위 때엔 달 구경을 한다고 목을 빼면서도 별구경은 하지 않았다. 별이 그리울 때쯤, <별; 오름에서 편지를 띄우며>를 읽으며 오랜 친구를 그리워해본다.


해당 도서는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적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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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행복해야지
도대체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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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람으로 태어나길 원해서 태어난 게 아니듯, 개도 고양이도 그럴 것입니다. 태어나 보니 개였고, 태어나 보니 고양이였을 테죠. 그러고는 다짜고짜 개로서, 고양이로서 살아가야 했을 것입니다. 이 친구들이 세상을 뜨면서 '한세상 개로 살아보니 괜찮았다', '고양이로 사는 것도 괜찮았다'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줄 수 있다면 저는 오케이입니다. 태어났으니까, 이왕이면 행복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232p

책 표지에 그려진 강아지를 보자마자 '어? 태수 아닌가?'라는 생각에 인스타를 뒤져보니, 내가 아는 그 태수가 맞았다. 인스타툰으로 보던 태수를 종이책으로 만나니 꽤 반가웠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나 살고자 잠깐 떼어놓은 슬픔이 한 번에 몰아쳐 조금 힘들었다.

약 10년 전쯤, 전통시장 한편에 도열한 강아지나 고양이들을 구조해 임시 보호한 적이 있었다. 슬프게도 임시보호하며 살아남은 녀석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이유는 전염병이었다. 거의 대부분 손도 쓰지 못할 만큼 건강이 좋지 못했고, 그 몸으로도 사람 손길이 뭐가 좋다고 내게 정을 주고 떠났다. 그 과정들이 반복되자,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어졌고 지금은 임시보호를 그만뒀다. 그만두고 나서도 내내 마음이 안 좋았다. 나 살고자 벼랑 끝에 선 아이들을 외면하는 기분이란, 끔찍하다. 그래서 자연스레 시장을 찾지 않게 되었고, 그쯤에 알레르기가 심해졌다.

마치, 내 품에서 떠난 아이들이 내게 임시보호 못하도록 변명을 만들어 선물로 준 기분이었다. 하지만, 난 이 알레르기가 곧 저주라 생각한다. 내 손이 필요한 곳이라면 달려가 배변을 치우고 밥을 주고 싶은데, 그마저도 못하게 됐으니까. 내 체질이 밉다.


개인적으로 난 무심할 정도로 표현에 박한 사람이고, 인간에겐 기대가 없는 사람이다. 나 역시 나 자신에게도 차가운 사람이지만, 동물들과 곤충들에게만큼은 약해진다. 마치 인간들에게 베풀지 않은 정들을 모아, 적립하여 인간 외의 생물에게 베푸는 느낌이랄까. 난 그래서, 새벽에 길을 헤매는 거미를 집 밖 정원에 풀어주며 행복을 느끼고, 쓸데없는 육식을 지양하는 나 자신에게 행복을 느낀다. 그런 내가 좋다.

내게는 한낱 작은 행복이지만, 죽지 않고 정원으로 돌아간 거미는 목숨을 건진 셈이니까. 이런다고 혐오 받는 세상의 모든 거미들을 모두 살리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한 마리는 살리지 않았는가. 그런 마음으로, 더불어 이왕 태어난 김에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죄 없는 길 잃은 곤충들의 길을 찾아주는 편이다. ..해충 빼고.

이 책이 바라는 건 거대한 게 아니다. 밥 값 쪼개서 사료를 사다가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라는 게 아니며, 아픈 고양이들을 손수 구조해서 살려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하면 덧없이 좋겠지만, 그렇게 방대한 걸 바라며 쓴 책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끽해야, 지나가는 고양이에게 고함치지 않고 돌을 던지지 않는 것. 위협하지 않고 그냥 두기 정도다. 속된 말로 돈 많은 백수 생활처럼 쉬운 일이지 않은가? 그래, 정말 쉬운 건데 왜 일부 사람들은 그 쉬운 걸 안 지킬까? 던질 돌을 찾아서, 굳이 허리를 굽혀 돌을 집고, 그 돌을 굳이 힘 낭비하며 고양이에게 던진다. 이 과정으로 인간이 얻는 게 뭘까? 아마 평생을 걸쳐서라도 이해받지 못할 행위일 뿐일 테지.

우린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인간 외의 생물의 생명을 중요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무서워서 사랑하지 못하겠더라면, 적어도 혐오는 하지 말아야 한다. 행동으로 지키기 힘들다면, 노력은 해야 한다. 노력도 힘들다면, 생각이라도 해야 한다. 그게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내내 귀여운 그림들도 너무 귀엽고, 못난이였던 장군이와 꼬맹이를 데려오게 된 계기도 재미있게 봤지만,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여러 생각들을 할 수 있게 해줘서 참 좋았다. 나도 인간인지라, 이 당연한 것을 가끔 잊고 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니지, 너무 당연해서 잊고 사는 걸지도 모른다. 우리가 숨 쉬는 법을 잊지 않는 것처럼.



강아지와 함께 지내며 사랑 주는 방법과 사랑받는 방법을 배웠다. 곤히 잠든 녀석의 단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몸을 웅크려 쪽잠을 자는 게 곧 사랑이 아닐까? 쉬이 잠들지 못하는 날에는 아무 말도 없이 다가와 내 품에 안겨주는 게 사랑이 아닐까?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들이 이왕이면 조금 더 행복하길 바란다.(은행나무 서포터즈 4기로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적었음을 알립니다.)



(은행나무 서포터즈 4기로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적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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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이론 -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거대한 유산
윤성철 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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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이론에 약간의 상상력을 더하면, 세계에 관한 막대한 양의 정보를 읽을 수 있다. -리처드 파인만


이 책은 "다음 세대에 물려줄 최후의 지식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되어, 지식인 7인이 리처드 파인만의 질문에 답한다.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질문에 21세기를 대표하는 국내 지성의 자존심, 7인의 석박이 모였다. 이 책은 코로나19, 경제위기, 끊이지 않는 전쟁 등 급변하는 시대에서도 절대로 변하지 않는 삶의 가치와 진리를 말한다. 다윈의 진화론부터 현대사회의 인간 심리 분석까지. 과학, 철학, 인문학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살펴보는 인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단 한 권의 책으로 모두 살펴볼 수 있다. (소개 참조)


현대천문학은 존재의 변화가 타락이기는커녕, 오히려 존재는 변화의 열매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우주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 (삶을 우주적 관점에서 살피는)천체물리학자


우리가 바이러스가 아닌 이상,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단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될 수 있는 인간의 본질을 일깨운다. 바이러스는 말한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 (평범함을 관찰하고 해석하는)사회학자


유전자는 과거 특정 시공간의 자연환경에 대한 정보를 간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유전자에는 지나간 생명의 자취가 남아 있다.

생명이란 우주의 메모리 반도체이다. - (철학에 빠진)미생물학자


뛰어난 공감 능력은 자신의 감정을 섬세하게 분류함으로써 신체로부터 오는 신호들을 매 순간 예민하게 포착해 적절한 반응을 찾는 삶의 태도로부터 온다.

마음은 신체와 환경의 소통에 기원한다. - (뇌를 연구하는) 신경심리학자



다가올 미래에 아무리 물리학이 발전하더라도, 그릇된 것으로 판정될 위험이 결코 없는 물리학의 이론이 바로 열역학이라고 아인슈타인이 이야기한 이유다.

인류 지식의 원전은 엔트로피다. - (세상의 회로를 독해하는)통계물리학


인간은 자기 욕구의 실체를 잘 모를 뿐 아니라 전혀 다른 영역으로 현재의 욕구를 전염시키거나 옮기는 존재다. 하지만 이런 오작동의 기제를 절묘하게 만들어 행복의 빈도를 높였고, 장수의 기초를 닦았다.

인간의 욕구는 전염된다. - (생각의 비밀코드를 분석하는)인지심리학자


진정한 의미의 이타심, 즉 어떤 층위에서도 자신에게 생존 혹은 번식상의 이득을 주지 못하는 형질은 진화할 수 없다. 보고 싶지 않고 믿고 싶지 않지만, 원래 진실은 차가운 법이다.

인간 정신은 진화의 결과다 - (마음의 기원을 찾는)신경인류학자


이 책은 대한민국 지성의 자존심인 지식인 7인이 파인만의 질문에 흥미롭게 대답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지성인들이 자신의 전공을 살려 답하는데, 이 부분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마치 수준 높은 교양 강의를 듣는 기분이랄까? 저자들마다 다른 관점과 다채로운 키워드를 제시하며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책이었다. 여태 모르고 지내온 여러 가지 사실들을 배울 수 있었으며, 더불어 독자들도 저자들의 생각을 곱씹으며 파인만의 질문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책이었다.

가장 눈여겨 본 부분은 통계물리학자 김범준 작가의 "인류 지식의 원전은 엔트로피다'라는 부분이었다. 잠시나마 화공학 공부를 했던지라 조금 반가웠다. 더불어, 신기했다. 문제풀이 책이 아니라 인문학 책에서 다시 재회할 줄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이 "인류가 곧 멸망해, 딱 하나의 물리학 이론을 먼 미래에 전달할 수 있다면, 무엇을 타임캡슐에 담겠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가정한 전제가 단순하고, 다양한 대상을 서로 연결하며, 적용 범위가 넓을수록 더욱 인상적인 이론입니다. (중략) 열역학은 현재 우리가 가진 물리학 이론 중 유일하게, 기본 개념만의 적용으로 보편적인 결과를 얻습니다. 열역학이야말로, 현재 우리가 가진 이론 중에서 다가올 미래에 잘못된 이론으로 판정될 여지가 전혀 없는 이론입니다."

열역학에는 몇 가지 법칙이 있는데, 그중에서 엔트로피에 관한 것은 열역학 제2 법칙이다. 학생 시절 열역학 제2 법칙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면 '방향'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엔트로피는 시간이 지나면 증가하고, 더는 증가할 수 없는 최종적인 평형상태에 도달하게 된다는 법칙이다. 볼츠만의 엔트로피를 이용하면 열역학 제2 법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시 상태의 수가 많아 관찰될 확률이 높은 거시 상태가 결국 관찰된다'라는 뜻이기에, 엔트로피 증가 법칙은 일어날 확률이 큰 사건은 결국 일어나게 마련이란 결과를 내놓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숫자와 영어가 많아서 읽기 힘들 수는 있겠지만 결국 저자와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건, 열역학은 우리가 가진 물리학 이론 중에서 기본 개념만으로 적용하여 결과를 얻고, 그 결과에 따르면 일어날 확률이 큰 사건은 결국 일어나게 마련이란 말이 아닐까? 그렇기에 인류가 멸망해, 다음 후대에 남길 물리학 이론으로 열역학을 꼽는 게 아닐까 유추해 본다.

저자들의 대답들을 읽고, 우리도 우리의 관점에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만일 기존의 모든 과학 지식을 송두리째 와해시키는 일대 혁명이 일어나, 다음 세대에 물려줄 지식이 단 한 문장밖에 남지 않는다면, 그 문장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해당 도서는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적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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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주름에는 스토리가 있다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안나 마시니 그림, 황유진 옮김 / 샘터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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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그런데 주름 만드는 법을 제 얼굴이 어떻게 알아요?"

"때가 되면, 알게 될 거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 작가 '다비드 그로스만'이 전하는 아름다운 동화 <모든 주름에는 스토리가 있다>. 작가는 이스라엘 현대 문학의 거장이자, 소설, 희곡, 논픽션, 아동서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집필한 작가이다. 2017년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으며, 사회문제에 귀를 기울이며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작품의 주된 테마로 삼는다. (저자 소개 참조)



어린 손자의 천진한 물음에 할아버지의 대답이 무척이나 따듯했다. 그리고 한편으론 씁쓸했다. 요즘 우리는 나이에 참 예민하다. 25살들은 반오십이라며 한탄하고, 30살들은 계란 한판이 넘었다며 한탄한다. 쉰 조금 넘은 우리 엄마도 반백살이 넘었다며, 벌써부터 장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신다. 왜들 그렇게 급할까? 뭐가 그렇게 그들을 급하게 몰아 세웠을까?


28살에 친구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데, 아주 가관이었다. 그때당시 하던 일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을 때였는데. 동창 중 한명은 '우린 꺾였어.'라는 말만 되뇌였다. 처음엔, 도대체 뭐가 꺾였는지 궁금했는데, 그애의 한탄을 계속 듣다보니 '얘가 꺾으려는 건 내 의지인가?'라는 생각마저 들었었다. 그리고는 그 친구에게 '우린 아직 시작도 안 한 나이야. 그만해.'라며 나도 모르게 짜증을 냈다. 그래도 그 친구는 여전히 꺾였다는 말을 되뇌였다. 고작 나이 28살인데도, 그 친구는 마음이 늙는 병에 걸린듯했다. 그리고, 그 병을 홀로 갖지 않고 곁에 있는 우리들에게까지 전염시키고자 했다.


난 늙더라도 요탐의 할아버지처럼, 내 주름을 보며 추억을 되뇌이고 싶다. 반오십이네, 꺾인 나이네, 계란 한판이네, 반백살이네 등등 그런 한탄으로 주름을 탓하고 미워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사람은 다 늙기 마련이고, 죽기 마련이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요탐의 할아버지처럼 나 역시 여유롭게 늙고 싶다. 나이 드는 것이 손해란 생각도 들지 않게. 매일을 열심히 살 순 없겠지만, 자그마한 보람이라도 만들며 살고 싶다. 그래서 미간 사이 주름보다는, 웃을 때 만들어지는 주름이 더 많도록. 행복한 주름을 더 많이 안고 살고 싶다. 더불어, 앞으로 생길 주름들을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겠단 생각도 해본다.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적은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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