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난 무심할 정도로 표현에 박한 사람이고, 인간에겐 기대가 없는 사람이다. 나 역시 나 자신에게도 차가운 사람이지만, 동물들과 곤충들에게만큼은 약해진다. 마치 인간들에게 베풀지 않은 정들을 모아, 적립하여 인간 외의 생물에게 베푸는 느낌이랄까. 난 그래서, 새벽에 길을 헤매는 거미를 집 밖 정원에 풀어주며 행복을 느끼고, 쓸데없는 육식을 지양하는 나 자신에게 행복을 느낀다. 그런 내가 좋다.
내게는 한낱 작은 행복이지만, 죽지 않고 정원으로 돌아간 거미는 목숨을 건진 셈이니까. 이런다고 혐오 받는 세상의 모든 거미들을 모두 살리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한 마리는 살리지 않았는가. 그런 마음으로, 더불어 이왕 태어난 김에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죄 없는 길 잃은 곤충들의 길을 찾아주는 편이다. ..해충 빼고.
이 책이 바라는 건 거대한 게 아니다. 밥 값 쪼개서 사료를 사다가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라는 게 아니며, 아픈 고양이들을 손수 구조해서 살려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하면 덧없이 좋겠지만, 그렇게 방대한 걸 바라며 쓴 책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끽해야, 지나가는 고양이에게 고함치지 않고 돌을 던지지 않는 것. 위협하지 않고 그냥 두기 정도다. 속된 말로 돈 많은 백수 생활처럼 쉬운 일이지 않은가? 그래, 정말 쉬운 건데 왜 일부 사람들은 그 쉬운 걸 안 지킬까? 던질 돌을 찾아서, 굳이 허리를 굽혀 돌을 집고, 그 돌을 굳이 힘 낭비하며 고양이에게 던진다. 이 과정으로 인간이 얻는 게 뭘까? 아마 평생을 걸쳐서라도 이해받지 못할 행위일 뿐일 테지.
우린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인간 외의 생물의 생명을 중요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무서워서 사랑하지 못하겠더라면, 적어도 혐오는 하지 말아야 한다. 행동으로 지키기 힘들다면, 노력은 해야 한다. 노력도 힘들다면, 생각이라도 해야 한다. 그게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내내 귀여운 그림들도 너무 귀엽고, 못난이였던 장군이와 꼬맹이를 데려오게 된 계기도 재미있게 봤지만,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여러 생각들을 할 수 있게 해줘서 참 좋았다. 나도 인간인지라, 이 당연한 것을 가끔 잊고 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니지, 너무 당연해서 잊고 사는 걸지도 모른다. 우리가 숨 쉬는 법을 잊지 않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