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의미의 이타심, 즉 어떤 층위에서도 자신에게 생존 혹은 번식상의 이득을 주지 못하는 형질은 진화할 수 없다. 보고 싶지 않고 믿고 싶지 않지만, 원래 진실은 차가운 법이다.
인간 정신은 진화의 결과다 - (마음의 기원을 찾는)신경인류학자
이 책은 대한민국 지성의 자존심인 지식인 7인이 파인만의 질문에 흥미롭게 대답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지성인들이 자신의 전공을 살려 답하는데, 이 부분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마치 수준 높은 교양 강의를 듣는 기분이랄까? 저자들마다 다른 관점과 다채로운 키워드를 제시하며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책이었다. 여태 모르고 지내온 여러 가지 사실들을 배울 수 있었으며, 더불어 독자들도 저자들의 생각을 곱씹으며 파인만의 질문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책이었다.
가장 눈여겨 본 부분은 통계물리학자 김범준 작가의 "인류 지식의 원전은 엔트로피다'라는 부분이었다. 잠시나마 화공학 공부를 했던지라 조금 반가웠다. 더불어, 신기했다. 문제풀이 책이 아니라 인문학 책에서 다시 재회할 줄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이 "인류가 곧 멸망해, 딱 하나의 물리학 이론을 먼 미래에 전달할 수 있다면, 무엇을 타임캡슐에 담겠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가정한 전제가 단순하고, 다양한 대상을 서로 연결하며, 적용 범위가 넓을수록 더욱 인상적인 이론입니다. (중략) 열역학은 현재 우리가 가진 물리학 이론 중 유일하게, 기본 개념만의 적용으로 보편적인 결과를 얻습니다. 열역학이야말로, 현재 우리가 가진 이론 중에서 다가올 미래에 잘못된 이론으로 판정될 여지가 전혀 없는 이론입니다."
열역학에는 몇 가지 법칙이 있는데, 그중에서 엔트로피에 관한 것은 열역학 제2 법칙이다. 학생 시절 열역학 제2 법칙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면 '방향'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엔트로피는 시간이 지나면 증가하고, 더는 증가할 수 없는 최종적인 평형상태에 도달하게 된다는 법칙이다. 볼츠만의 엔트로피를 이용하면 열역학 제2 법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시 상태의 수가 많아 관찰될 확률이 높은 거시 상태가 결국 관찰된다'라는 뜻이기에, 엔트로피 증가 법칙은 일어날 확률이 큰 사건은 결국 일어나게 마련이란 결과를 내놓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숫자와 영어가 많아서 읽기 힘들 수는 있겠지만 결국 저자와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건, 열역학은 우리가 가진 물리학 이론 중에서 기본 개념만으로 적용하여 결과를 얻고, 그 결과에 따르면 일어날 확률이 큰 사건은 결국 일어나게 마련이란 말이 아닐까? 그렇기에 인류가 멸망해, 다음 후대에 남길 물리학 이론으로 열역학을 꼽는 게 아닐까 유추해 본다.
저자들의 대답들을 읽고, 우리도 우리의 관점에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만일 기존의 모든 과학 지식을 송두리째 와해시키는 일대 혁명이 일어나, 다음 세대에 물려줄 지식이 단 한 문장밖에 남지 않는다면, 그 문장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