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행복해야지
도대체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사람으로 태어나길 원해서 태어난 게 아니듯, 개도 고양이도 그럴 것입니다. 태어나 보니 개였고, 태어나 보니 고양이였을 테죠. 그러고는 다짜고짜 개로서, 고양이로서 살아가야 했을 것입니다. 이 친구들이 세상을 뜨면서 '한세상 개로 살아보니 괜찮았다', '고양이로 사는 것도 괜찮았다'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줄 수 있다면 저는 오케이입니다. 태어났으니까, 이왕이면 행복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232p

책 표지에 그려진 강아지를 보자마자 '어? 태수 아닌가?'라는 생각에 인스타를 뒤져보니, 내가 아는 그 태수가 맞았다. 인스타툰으로 보던 태수를 종이책으로 만나니 꽤 반가웠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나 살고자 잠깐 떼어놓은 슬픔이 한 번에 몰아쳐 조금 힘들었다.

약 10년 전쯤, 전통시장 한편에 도열한 강아지나 고양이들을 구조해 임시 보호한 적이 있었다. 슬프게도 임시보호하며 살아남은 녀석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이유는 전염병이었다. 거의 대부분 손도 쓰지 못할 만큼 건강이 좋지 못했고, 그 몸으로도 사람 손길이 뭐가 좋다고 내게 정을 주고 떠났다. 그 과정들이 반복되자,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어졌고 지금은 임시보호를 그만뒀다. 그만두고 나서도 내내 마음이 안 좋았다. 나 살고자 벼랑 끝에 선 아이들을 외면하는 기분이란, 끔찍하다. 그래서 자연스레 시장을 찾지 않게 되었고, 그쯤에 알레르기가 심해졌다.

마치, 내 품에서 떠난 아이들이 내게 임시보호 못하도록 변명을 만들어 선물로 준 기분이었다. 하지만, 난 이 알레르기가 곧 저주라 생각한다. 내 손이 필요한 곳이라면 달려가 배변을 치우고 밥을 주고 싶은데, 그마저도 못하게 됐으니까. 내 체질이 밉다.


개인적으로 난 무심할 정도로 표현에 박한 사람이고, 인간에겐 기대가 없는 사람이다. 나 역시 나 자신에게도 차가운 사람이지만, 동물들과 곤충들에게만큼은 약해진다. 마치 인간들에게 베풀지 않은 정들을 모아, 적립하여 인간 외의 생물에게 베푸는 느낌이랄까. 난 그래서, 새벽에 길을 헤매는 거미를 집 밖 정원에 풀어주며 행복을 느끼고, 쓸데없는 육식을 지양하는 나 자신에게 행복을 느낀다. 그런 내가 좋다.

내게는 한낱 작은 행복이지만, 죽지 않고 정원으로 돌아간 거미는 목숨을 건진 셈이니까. 이런다고 혐오 받는 세상의 모든 거미들을 모두 살리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한 마리는 살리지 않았는가. 그런 마음으로, 더불어 이왕 태어난 김에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죄 없는 길 잃은 곤충들의 길을 찾아주는 편이다. ..해충 빼고.

이 책이 바라는 건 거대한 게 아니다. 밥 값 쪼개서 사료를 사다가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라는 게 아니며, 아픈 고양이들을 손수 구조해서 살려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하면 덧없이 좋겠지만, 그렇게 방대한 걸 바라며 쓴 책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끽해야, 지나가는 고양이에게 고함치지 않고 돌을 던지지 않는 것. 위협하지 않고 그냥 두기 정도다. 속된 말로 돈 많은 백수 생활처럼 쉬운 일이지 않은가? 그래, 정말 쉬운 건데 왜 일부 사람들은 그 쉬운 걸 안 지킬까? 던질 돌을 찾아서, 굳이 허리를 굽혀 돌을 집고, 그 돌을 굳이 힘 낭비하며 고양이에게 던진다. 이 과정으로 인간이 얻는 게 뭘까? 아마 평생을 걸쳐서라도 이해받지 못할 행위일 뿐일 테지.

우린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인간 외의 생물의 생명을 중요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무서워서 사랑하지 못하겠더라면, 적어도 혐오는 하지 말아야 한다. 행동으로 지키기 힘들다면, 노력은 해야 한다. 노력도 힘들다면, 생각이라도 해야 한다. 그게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내내 귀여운 그림들도 너무 귀엽고, 못난이였던 장군이와 꼬맹이를 데려오게 된 계기도 재미있게 봤지만,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여러 생각들을 할 수 있게 해줘서 참 좋았다. 나도 인간인지라, 이 당연한 것을 가끔 잊고 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니지, 너무 당연해서 잊고 사는 걸지도 모른다. 우리가 숨 쉬는 법을 잊지 않는 것처럼.



강아지와 함께 지내며 사랑 주는 방법과 사랑받는 방법을 배웠다. 곤히 잠든 녀석의 단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몸을 웅크려 쪽잠을 자는 게 곧 사랑이 아닐까? 쉬이 잠들지 못하는 날에는 아무 말도 없이 다가와 내 품에 안겨주는 게 사랑이 아닐까?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들이 이왕이면 조금 더 행복하길 바란다.(은행나무 서포터즈 4기로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적었음을 알립니다.)



(은행나무 서포터즈 4기로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적었음을 알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