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서 이야기책까지 - 상상력을 키우는 독서가 진짜 독서!
와키 아키코 지음, 홍성민 옮김 / 현문미디어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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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를 기관에 보내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내가 데리고 있으면서 이것 저것 챙겨 주고 있는데 '마구잡이'로 해 주기는 싫어서 이것 저것 사다 읽는 것이 벌써 몇권인지 모르겠다. 일종의 자기만족 행위인 것 같아서 자제 하다가, 추천을 받고 '그림책에서 이야기책까지'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예전에 <하루 15분 책 읽어 주기의 힘>을 읽고 이에 대해 글도 쓴 적이 있는데,

이 책과 비교해서 둘 중 하나만 읽으라고 한다면 저자인 와키 아키코에게는 미안하지만, <하루 15분 책 읽어 주기의 힘>을 추천하겠다.

 

하지만 이 책도 버릴 것이 그리 많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이 된다.

우선,

전체 맥락은 <하루 15분 책 읽어 주기의 힘>와 같은 노선이다. 추천하고 있는 책은 <하루 15분 책 읽어 주기의 힘>보다 적다.

그러나 현실에서 책 읽기에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청소년 및 성인들을 진단해주고 있으며 이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지도를 해야 할지를 알려주고 있다.

 

그럼 책의 내용의 대강을 살펴 보겠다.

 


 1. 책을 읽는 것이 왜 필요한가?
예전에는 아이들 주변에 어른들이 많아서 다양한 이야기와 경험을 들려 줄 수 있었지만 요즘을 그렇지 못하고 심지어 어린이가 다양한 어른들의 생활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었다.

또한 가까이에 어른이 있다고 해도 그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전수 해 줄 생활문화가 없다. 또한 어린이도 이미 어른들에게 흥미를 잃어 가고 있다.

 

책은 비록 간접 체험에 불과하지만 실제 체험에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전체 상을 알 수 있고 다양한 세대, 다양한 입장의 등장인물들이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p.21).

 

정말 좋은 책은 읽는 사람이 쓴 사람과 공감대를 형성하게 해 주고 열린 눈으로 세계를 보게 해 주는 책이다.

 

어린 시절 부모의 무한한 애정을 받고 자라다가 사회생활(유치원, 학교)을 시작하게 되면 자신의 부모가 세상의 많은 사람중에 한 명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게 되고 그런 부모의 애정 위에 쌓은 자존심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역으로, 이런 위협에서 아이를 지키는 것도 가족의 애정이다.

이 시기가 되면 애정으로 아이를 지켜 주면서 동시에 필요할 때만 도움을 주거나 궤도를 수정해 주는 정도로 그 세계에 개입해야 하는 것이 좋다(p. 25).

이 '개입'의 한 방법이 '문화'이며 이 '문화'의 한 방법이 '독서'인 것이다.

 

책은 단순히 시야를 넓힐뿐 아니라 시공을 초월한 인간 이해를 가능하게 해 준다(p. 29).

책이 모든 사람을 잇고, 과거와 현대를 연결해 커다란 공동체를 만들어 왔다(p. 30).

 

따라서 어른들은 정말 좋은 책을 어린이에게 권하고 즐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2. 그림책은 대화의 도구

그림책은 사실, 없어도 되는 도구이다. 그러나 그것을 매개로 부모와 아이가 소통할 수 있게 되고 그러한 소통은 아이의 성장을 돕는다.

아이의 대화 능력 발달에는 일방적인 자극이 아니라 아이의 표현에 반응해 주는 일이기 때문에 TV를 포함한 영상물은 해롭다.

그러나 사실 대화 능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아이와 대화를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므로 그림책을 통하면 애정이 깊어지고 대화도 쉬워진다.

또한 유아기 때 그림책을 많이 접하면 책에 대해 자연스러운 접근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그림책의 질이다.

그림이든 짧은 글이든 그걸 통해 다음에 나올 말이나 장면을 예상하거나 어떻게 될지 의아하게 만드는 책이 좋은 그림책인데,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은 커진다.

상상력(imaginatio)은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힘'(p. 44)인데 말을 듣거나 읽고서도 인물과 정경을 떠 올릴 수 있는 힘이며, 이를 통해 현실 세계에서 앞을 예상해 계획을 세우거나 많은 사람과 원활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림책은 공부의 도구가 아니라 재미를 즐기는 도구이다(p. 47).

그림책을 읽을 때는 그림책에 씌여져 있는 말로만이 아니라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림책은 대화의 통로임을 잊지 말자.

 

3. 그림책을 고를 때 자주 하는 실수

모르는 것이 나올 때마다 시끄럽게 질문을 했던 아이가 갑자기 입을 다무는 순간이 돈다.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 어른은 그 자리의 주역을 그림책에게 양보하고 쓰여진대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p. 62).

 

아이가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 책을 읽어 주지 않고 아이보고 직접 읽으라고 하는데 그것은 큰 잘못이다. 글자를 소리로 변환할 수 있는 능력과 그것을 단어로 이해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고 이제 갓 글을 읽기 시작하는 아이가 책을 직접 읽다 보면 상상력을 통해 내용을 체험으로 끌어 올리기 어렵다.

 

책은 가까운 어른이 하는 것이 좋지, CD에 의존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가까운 어른들이 읽는다면 그 마음의 움직임이 쉽게 전달되고 가까운 어른도 아이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전달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림책을 통하면 아이들의 세계를 넓혀줄 수 있는데 실제 생활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곳으로 아이들을 데려가 준다.

아이들은 호기심과 함께 두려움도 가지고 있어서 별 것 아닌 것으로 심한 편견을 갖기도 한다. 따라서 아이가 특별히 애착을 갖는 주제나 캐릭터에 대해서는 존중을 해 주어야 하지만 적절한 조정으로 새로운 세계와 만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또한 최근 그림책들의 삽화가 날이 갈수록 화려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림이 화려할 때 상상의 숲은 '자신의 것'이 아닌, '주어진 것'이 되어 버린다(p. 71).

어떤 그림책을 선택한 이유가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였다면 이야기를 잘 읽어 보고 글을 읽음으로 그림에 생명력이 더 해지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4. '글자'가 아니라 '책'을 읽게 하라.

아이들이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면 책을 저절로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별개의 문제이다.

책을 읽는데 필요한 것은 한 글자 한 글자를 읽는 힘이 아니라 글을 통해 상상력을 발휘하고 내용을 이해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가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림책에서 이야기책으로 넘어 가야 한 이 연령대의 아이들에게 '연결 다리'가 필요하다.

즉, 그림이 없는 짧은 이야기나 간단한 삽화가 있는 이야기를 들려 주어야 한다. 재미있는 책은 양이 너무 많고 잘라서 읽어주자니 흐름이 끊긴다.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원동력은 상상력인데 이 상상력이 발휘되면서 인물과 사건이 좋아지고 결말이 궁금하게 되기 때문인데 이 상상력은 어느 정도 독서 내공이 쌓이지 않으면 발휘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시기 아이들에게 책을 끝까지 읽어 줌으로 이야기책이 재미있다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그림이 화려하거나 글자가 적거나 자극적인 제목('비밀' '모험' '수수께끼' 등)을 가지는 책을 고르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들이 자유롭게 제대로 된 책을 고를 수 있게 되려면 충분히 훈련받아야 하기 때문에 책 선택에 있어서는 부모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

 

전래동화에 관해서는, 확실히 전래 동화에서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모티브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나, 전래 동화의 메세지를 그 자리에서 이해할 필요는 없으며 잉기로서 단순히 즐긴 것을 마음 속에 두고 있다가 언젠가 이해할 때가 되어 이해하면 된다. 어린이는 자신의 키에 맞는 상상을 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단편집에 대해서는, 단편집을 선택했으면 처음부터 다 읽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재미있는 부분부터 읽어주면 된다.

 

장편동화에 대해서는,

어찌 보면 장편동화가 더 쉬울 수도 있다. 여러가지 묘사가 자세하고 앞뒤 정황이 세밀하기 때문이다. 장편을 통해서 마음의 안식처, 집을 마련한 경우가 적지 않다.

장편을 느닷없이 읽어 주는 것은 무모하나 장편은 필요한 일이다.

장편을 읽어 주는 시기에 대해서, 자신의 힘으로 완벽하게 읽을 수 있을 때를 기다리면 발전이 없다.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아도 재미를 느끼게 되면 이해 못하는 단어도 그냥 넘어갈 수 있게 된다.

어린이의 이해력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5. 책을 재미있게 읽지 못하는 이유

지나치게 '다독'을 중시하여 경쟁하게 하는 풍토가 잘못이다. 단순히, 쉽고 재미만 있는 책을 여러권 읽어 '권수'만 채운 아이는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독서력이 떨어지게 된다.

빨리 읽으려고만 하면 상상력은 발휘되지 않고 이제까지의 지식과 책의 내용을 연결하는 사고력도 발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리즈 도서를 무분별하게 읽는 경우도 잘못이다. 1년의 시간이 성인의 수년에 맞먹는 어린아이들에게 장기간 같은 작가의 작품에 빠지도록 방치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시리즈를 고를 때는 더욱 엄격한 기준을 두어야 한다.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어린이들이 왜 읽어야 하는지를 명심하고 양서를 찾아서 어린이와 책과의 거리를 좁히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다이제스트도 문제이다. 원작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기억하자.

시험삼아, 원작과 다이제스트를 비교하는 작업을 해 보자.

 

6. 독서력이란 무엇인가

책을 읽는 그 순간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서도 책을 계속 읽을 수 있는 원동력(독서력)이 되는 책이 좋은 책이다.

어린이에게 독서는 지식과 즐거움을 얻는 수단인 동시에 훈련이기도 하며 다른 수단으로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좋은 책이란,

1) 제대로 읽으면 만화나 게임보다 재미있다: 영상이나 음향 보다는 자신의 상상력으로 그려낸 세계가 더 재미있음을 체험하게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저절로 상상력이 발휘되고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주는 책과 많이 만나야 한다(p.139).

2)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따뜻해야 한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있어야 한다.

3) 이야기 속에서 마음에 드는 어른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어린이가 어른을 이해할 수 있는 가이드북 역할을 하기도 한다.

 

독서력은 문장 수준의 말을 구사하는 힘과 상상력, 그리고 전체를 보고 이론적으로 생각하는 힘이다. 문장 수준의 말을 익히기 위해서는 독서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독서력의 발휘는 (만 10세 이후에 절정을 이룬다.

즉, 메타인지능력이 독서력과 직결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메타인지능력은 고도의 지성을 갖출 수 있게 하고, 자기제어기능을 발휘하도록 한다. 이 능력이 부족하면 충동적, 지속력부족, 같은 실수 반복, 대안 생각 불가, 추상적 개념 형성 불가 등의 문제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독서를 하면 메타인지능력이 키워지는데 추상개념의 구사와 사물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해서 이해하는 것도 책을 읽으면 가능해지고, 다른 입장에 놓인 등장인물들의 눈으로 같은 사건을 해석해 볼 수도 있게 한다.

그런데 10세 전후에 이 능력이 발달하기 위해서 '감정의 뇌'가 충분히 발달해서 '생각하는 뇌'를 위한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감정의 뇌'란 감수성이 풍부해진다는 뜻이다.

 

7. 좋은 책을 고르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정말로 좋은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직접 실감해야 한다.

처음에는 뒷 내용이 궁금해서 읽고 두 번째는 한줄 한줄 자세히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세번째는 시간이 흐른 후 읽으면서 이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요소를 발견하거나 인물의 다른 매력을 알게 되어 재미를 느끼게 되는 책이 좋은 책이다.

 

오랫동안 좋은 책과 함께 한다면 자신이 성장하고 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물과 사건을 보는 눈이 달라져 있음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책을 소개 할 때는 재미를 전달함과 동시에 책을 읽기 시작해서 재미있어질 때까지의 과정 중에 방해요소를 미리 알려주는 일이 필요하다. 혹시 장애물이 많으면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다 읽은 후,

책의 형식에서는 뒤로 갈수록 중언부언하고 다소 지친 느낌이 있다. 번역의 오류인지, 원작이 그러한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매우 아쉬운 점이었다.

 

많은 책이 예시로 소개되고 있는데 여러 독서 지도서에 제시된 권장도서와 중복이 되는 책들이 많았다.

이런 책들을 위주로 아이의 책 목록을 짜면 유용할 것 같다.

 

아이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대형 출판사에서 알아서 만든 전집 목록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아이 책 보는 안목을 넓히고 키워서 양서를 함께 읽고 추천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서점에 나가 보거나 온라인 서점을 기웃거려 보면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걸 하나하나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나름의 기준이 있으면 확실히 아닌 책을 일찌감치 치워 버릴 수 있으니 안심이 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내용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을 꼽으라면

삽화가 화려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이 매우 특이하면서 인상깊었고, 전래동화의 위해성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 나로서, 전래 동화를 읽을 때 아이는 아이의 눈 높이에 맞는 해석을 한다는 표현이 매우 와 닿는다(나도 어릴 때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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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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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소설을 잘 안 읽는 편이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신작이 출간되면 나도 모르게 손이 간다.

 

이번 책도 그랬다.

 

신체적 장애가 있고 거기다 지적 장애까지 있으면 게다가 얼굴이 예쁘면, 아니면 발육이 좋기라도 하면 여아의 경우 성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임상장면에서는 지적장애가 있는 여아가 초등학교 고학년에 들어갈 즈음부터 성교육을 한다.

 

이 책에서는 국가에서 40억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을 타 쓰는 그리고 동시에 교회 장로인 특수학교 교장, 행정실장, 그리고 생활주임이 청각장애아들을 집단적으로 그리고 장기간 성폭행, 추행했고 이를 밝히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리고 결국 집행유예를 받는다는 내용이다.

물론, 소설에서까지 '교회'의 중직으로 이런 사람이 묘사된다는 것이 불편했다.

그런데 왜 불편할까?

아마도 정말 교인 답지 않은 교인이 많아서이고, 나 자신도 교인다운 교인이라고 큰소리 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 아닐까?

전 국민의 1/4이 기독교인이라는 통계가 나오는 현실에서, 그 많은 사건과 사고, 비리와 스캔들에 기독교인이 연루 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는 것이 흔한 일이라면 무언가 잘못 되어 있는 거다.

 

그리고 이 책 속의 우리 사회는 다 얽혀 있다.

모두 사돈의 조카의 동창의 한 교회 교인으로.. 뭉쳐있다.

돈 많은 사람은 송사에 휘말려도 막 옷을 벗은 판사를 찾아 변호를 맡기고 전관예우로 특혜를 받는다.

경찰에 신고해도 다 얽혀있어서 수사가 진행이 안된다.

방송국에 자료를 보내도 방송국 고위직의 압력을 받게 된다.

우리 사회는 다 얽혀 있는데 이 얽힘 때문에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물론, 이 책이 현실을 더 과장했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럴 거라는 것을 짐작 못하고 사는 것은 아니다.

이정도는 아니겠지 하면서 사는 거지...

 

상식이 통하고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를 위해

더럽고 추악한 현실 사회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도가니.

책 전체에서 '도가니'라는 말은 딱 두 번 나온다.

(내 기억으로)

'감동의 도가니'라는 말처럼 어떤 상태를 지칭하는 말이지만, 두 번의 '도가니'는 의미가 다르다.

한번은 인권사무실 대표가 현실을 표현하면서 하는 말이고,

두번째는 교회 목사가 기소된 장로 둘을 옹호하는 설교를 하면서 하는 말이다.

우리는 어떤 도가니에 속해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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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공격과 수비
안정효 지음 / 세경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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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도교수님의 번역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 것을 알게 된 동생이 선물한 책.

'안정효'라는 사람을 '소설가'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계기로 알아본 결과, 영문과 출신의 번역가였다.

또한 학부 재학시절부터 영어로 소설을 써서 외국 언론의 주목을 받을 정도로 상당한 실력가였다.

 

 

책의 내용은 2년 동안 인터넷 번역가 과정 강의를 한 것을 모아 놓은 것으로, 어투는 상당히 직설적이다.

여기에 인용된 번역문의 주인공들이 읽는다면 기분이 상당히 나쁠만큼 자극적인 평가도 있다. (기본이 안됐다, 어떻게 이렇게 번역을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등등...)

하지만 아무 말 못하지 싶다, 왜냐면 그 말이 옳고, 저자가 실력가니까....-.-

 

1.  좋은 스승.

먼저, 이 책을 통해 이런 작가 한 사람을 알게 된 것, 이런 사람을 '간접적 스승'으로 만나게 된 것에 기뻤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저자의 다른 '영어 관련 책'을 읽어 보고 싶었지만 상당 수 이미 절판이었다.

대형서점에 문의하고 출판사에 직접 문의해도 재고가 없고 앞으로 재출간할 계획도 없다고 하니 안타깝다.

도서관에서 대출을 하든지, 흑산도에 부탁해서 다음에 빌려 달라고 해야겠다.

 

2. 우리말의 중요성.

나도 그렇지만, 요즘 많은 사람들이 우리말보다 영어가 더 편할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말을 쓰지만, 영어 단어를 많이 섞어 쓰게 되고, 그것이 우리말로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냥 그거는 그거라고 생각하고 산다.

가령, '그 탤런트가 입은 드레스 아주 럭셔리 하던데?'라는 말을 한다면, 우리는 이 한 문장 속에 '탤런트, 드레스, 럭셔리'라는 외래언지 외국어인지 모를 말을 쓰지만 그것이 정확히 우리 말의 어떤 단어와 맞아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금방 말하기 어렵다는 거다.

 

또한 우리가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얼마나 우리 말을 유창하지 못하게 쓰는가에 관한 문제다.

(이런 글을 쓰면서 내가 쓴 글이 '평가'를 받게 될까 두렵기도 하다)

이에 관해서는 읽으려고 계획하고 있었던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글 바로쓰기>와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가 더욱 도움이 될듯 하다.
      
 

 

이렇듯, 번역은 외국어 실력의 문제만은 아니다.

오히려 외국어 실력의 부족함은 사전을 찾아 봐서 매운다고 할지라도, 우리글 실력의 부족은 보충해 줄 곳이 없어 더 난감한 것 같다.

 

3. 저자의 충고.

(1) 부지런해라.

번역은 부지런해야 한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단어까지 사전을 찾아 가면서 가장 적합한 표현을 찾아야 하고,

작가에 관련된 사항, 작품의 배경지식이 될만한 것들도 모조리 찾아 읽어야 한다.

글자뿐 아니라 행간, 단락, 구두점, 문체, 문장의 리듬까지 모조리 번역한다.

구두점, 띄어쓰기, 맞춤법이 틀리지 않아야 함은 상식이다.

 

(2) 번역한 사람이 보여서는 안된다.

번역가의 솜씨가 남의 눈에 띄어서는 안된다.

원작보다 훌륭한 번역은 오역이라는 뜻이다.

 

(3) 번역은 귀로 한다.

작가가 독자에게 하는 이야기가 우리말로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 들어 보듯, 번역해야 한다.

입에 안 감기는 말, 우리가 쓰지 않는 표현 등을 쓰지 말자.

예로, 영어에 12집법 단위는 미터 법으로 고쳐 번역하는 것이 옳다.

(이와 관련해서, 다은이 그림책 고르면서 "OO가 50센트예요"라는 문장이 있는 책이 있었는데 그냥 덮어 버렸다. 그렇게밖에 번역에 안되는 내용의 책이라면 차라리 나중에 원서로 사 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인 것 같다.)

 

(4) 번역이 끝나면 원문을 덮어 놓고 다듬기를 하라.

독자들은 원문과 번역을 같이 놓고 번갈아 읽지 않는다.

오역인 것 같은 부분이 나왔을 때 원문으로 돌아가 찾아 볼 정도의 사람은 번역본을 보지 않는다.

번역본만 봐서도 이해가 되게 해야 한다.

원문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막연하게만 기억하는 상태에서, 우리말로 써 놓은 글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를 봐야 한다.

번역이 끝난 다음 하루 이틀 손을 놓고(가능한한 영어에 모두 손을 놓는다) 있다가 다시 번역한 작품을 보고 고치라는 뜻.

 

4. 책 속에 등장한 작가들과 읽어 보고 싶은 작품들..

 John Steinbeck



 

Erskine Caldwell

 

Ernie Pyle

 

 

 

물론, 이 책은 '문학' 번역에 도움을 주기 위한 책이고, 내가 하고 있는 번역은 '전공서적'번역이니 상황이 많이 다르기는 하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번역 및 글쓰기에 관한 일반적인 원리나 기술을 배울 수 있었고, 무엇보다 진행이 재미있고(강의식이라) 내용이 알차서 막힘없이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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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 책읽어주기의 힘 - 아이의 두뇌를 깨우는
짐 트렐리즈 지음, 눈사람 옮김 / 북라인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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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쿨러들의 필독 작가인 '짐트렐리즈'의 책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책이다.

 

'아이의 두뇌를 깨우는'이라는 제목 앞머리가 '자극적'이라서 망설이다가,

책 읽어 주기의 철학을 세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때여서 읽어 보기로 결심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다은이가 좋아하는 신호를 보내는 책을 그냥 읽어 주었다.

물론, 이 책을 읽은 후에 특별한 방법이나 원칙이 생겼다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 소개한 이상금 선생님의 책과 더불어 그림책 고르는 지침서 역할 및 유아독서의 필요성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여러 이론적 바탕 및 추천 도서를 알게 된 수확이,

이 책을 통해서 얻어지게 되었다.

 

나는 다은이가 끊임없는 경쟁의 시대에서 1등, 최고만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비록 1등을 못해도 느낄줄 알고, 최고라는 소리를 듣지 못해도 말할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그럼, 제대로 느끼고 제대로 말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교육의 어떤 점이 잘못 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느낄줄 모르고 말할줄 모르는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찾는다면 그것은 '읽기 교육'이 잘못 되어서라고 한다.

 

이 책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활자를 읽어 이해한다는 뜻보다는

부모가 읽어주어 아이의 귀에 책의 내용을 불어 넣어 준다는 뜻이 더 가깝다.

매우 어려서부터 '듣기 훈련'을 하는 아이들은 나중에 읽고 쓰는 능력뿐 아니라 듣기 능력도 향상될 것이다.

또한 부모가 읽어주는 것은 아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도 계속되면 좋다.

핀란드 아이들은 8세가 되어야 활자를 일는 법을 배우지만 읽기 성적은 세계 최고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한다.

 

이 책 또한 소리내어 읽기에 좋은 책을 추천해 주고 있다.

이 책들은 이야기가 재미있고, 그림이 아름답다.

이왕 책을 사 줄 거면, 이 목록을 참고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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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좀 도와줘 - 노무현 고백 에세이
노무현 지음 / 새터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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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쓴 책 중,

가장 오래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김영삼 집권 시절 지은 것으로, 당시 고인은 14대 총선에서 낙선하여 여의도에 '연구소' 간판을 내 걸고,

진보운동 등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글을 시작해 보겠다.

난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생각이 된다.

사람의 삶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를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이런 결론이 나기도 하고 저런 결론이 나기도 하지만

광의의 '정치'란 우리의 삶이고 우리의 인간관계이다.

 

그러나

인간 노무현의 삶은

내가 생각하는 '정치적인 삶'과는 다른, 더 투쟁적이고 더 치열한..

매우 정치적인 삶이었다

 

그가 '정치인'이 된 후에는 당연하고 그 전에도

그리고 그 더 전에도..

진영 봉하마을에서 멱을 감던 시절도,

그리고 '양숙씨'와 연애하던 시절도..

그는 '정치적'이어서 그는 '정치'를 '운명'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나는 고인의 죽음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였던 사람도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한

모순된 현실이 안타까왔고

동시에

차라리 정치를 하지 않았으면 '좋은 인권변호사'로 힘든 말년을 보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왜 정치를 했을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보니,

정치를 할수밖에 없었던 그가 이해가 되려고 했다.

 

물론,

이 책은,

표지도 촌스럽고,

문단정열도 맞지 않았고,

맞춤법이 틀린 곳도 생각보다 많았다.

(이 책이 1990년대 중반에 출판되어 이제까지 10년이 넘게 재판에 또 재판을 찍어내면서 피드백을 받았을법한데도

오타가 그대로인 걸 보면 고인의 원본 원고 그대로를 살리려고 한 출판사의 '전략'인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어린시절 이야기, 연애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사시 이야기, 정치입문 이야기 등등 산만한 느낌도 있다.

 

그러나

솔직한 이야기의 흐름이 심지어 순진하기까지 하고,

대담한 표현이 심지어 시원하기까지 하다.

 

죽어야,

자신의 신념이나 자취가 제대로 평가받는 씁쓸한 시대에 사는 우리가,

이미 고인이 된 전(前) 대통령을 기리면서,

한번쯤 읽어 볼만한 책이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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