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의 공격과 수비
안정효 지음 / 세경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지도교수님의 번역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 것을 알게 된 동생이 선물한 책.

'안정효'라는 사람을 '소설가'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계기로 알아본 결과, 영문과 출신의 번역가였다.

또한 학부 재학시절부터 영어로 소설을 써서 외국 언론의 주목을 받을 정도로 상당한 실력가였다.

 

 

책의 내용은 2년 동안 인터넷 번역가 과정 강의를 한 것을 모아 놓은 것으로, 어투는 상당히 직설적이다.

여기에 인용된 번역문의 주인공들이 읽는다면 기분이 상당히 나쁠만큼 자극적인 평가도 있다. (기본이 안됐다, 어떻게 이렇게 번역을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등등...)

하지만 아무 말 못하지 싶다, 왜냐면 그 말이 옳고, 저자가 실력가니까....-.-

 

1.  좋은 스승.

먼저, 이 책을 통해 이런 작가 한 사람을 알게 된 것, 이런 사람을 '간접적 스승'으로 만나게 된 것에 기뻤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저자의 다른 '영어 관련 책'을 읽어 보고 싶었지만 상당 수 이미 절판이었다.

대형서점에 문의하고 출판사에 직접 문의해도 재고가 없고 앞으로 재출간할 계획도 없다고 하니 안타깝다.

도서관에서 대출을 하든지, 흑산도에 부탁해서 다음에 빌려 달라고 해야겠다.

 

2. 우리말의 중요성.

나도 그렇지만, 요즘 많은 사람들이 우리말보다 영어가 더 편할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말을 쓰지만, 영어 단어를 많이 섞어 쓰게 되고, 그것이 우리말로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냥 그거는 그거라고 생각하고 산다.

가령, '그 탤런트가 입은 드레스 아주 럭셔리 하던데?'라는 말을 한다면, 우리는 이 한 문장 속에 '탤런트, 드레스, 럭셔리'라는 외래언지 외국어인지 모를 말을 쓰지만 그것이 정확히 우리 말의 어떤 단어와 맞아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금방 말하기 어렵다는 거다.

 

또한 우리가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얼마나 우리 말을 유창하지 못하게 쓰는가에 관한 문제다.

(이런 글을 쓰면서 내가 쓴 글이 '평가'를 받게 될까 두렵기도 하다)

이에 관해서는 읽으려고 계획하고 있었던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글 바로쓰기>와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가 더욱 도움이 될듯 하다.
      
 

 

이렇듯, 번역은 외국어 실력의 문제만은 아니다.

오히려 외국어 실력의 부족함은 사전을 찾아 봐서 매운다고 할지라도, 우리글 실력의 부족은 보충해 줄 곳이 없어 더 난감한 것 같다.

 

3. 저자의 충고.

(1) 부지런해라.

번역은 부지런해야 한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단어까지 사전을 찾아 가면서 가장 적합한 표현을 찾아야 하고,

작가에 관련된 사항, 작품의 배경지식이 될만한 것들도 모조리 찾아 읽어야 한다.

글자뿐 아니라 행간, 단락, 구두점, 문체, 문장의 리듬까지 모조리 번역한다.

구두점, 띄어쓰기, 맞춤법이 틀리지 않아야 함은 상식이다.

 

(2) 번역한 사람이 보여서는 안된다.

번역가의 솜씨가 남의 눈에 띄어서는 안된다.

원작보다 훌륭한 번역은 오역이라는 뜻이다.

 

(3) 번역은 귀로 한다.

작가가 독자에게 하는 이야기가 우리말로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 들어 보듯, 번역해야 한다.

입에 안 감기는 말, 우리가 쓰지 않는 표현 등을 쓰지 말자.

예로, 영어에 12집법 단위는 미터 법으로 고쳐 번역하는 것이 옳다.

(이와 관련해서, 다은이 그림책 고르면서 "OO가 50센트예요"라는 문장이 있는 책이 있었는데 그냥 덮어 버렸다. 그렇게밖에 번역에 안되는 내용의 책이라면 차라리 나중에 원서로 사 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인 것 같다.)

 

(4) 번역이 끝나면 원문을 덮어 놓고 다듬기를 하라.

독자들은 원문과 번역을 같이 놓고 번갈아 읽지 않는다.

오역인 것 같은 부분이 나왔을 때 원문으로 돌아가 찾아 볼 정도의 사람은 번역본을 보지 않는다.

번역본만 봐서도 이해가 되게 해야 한다.

원문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막연하게만 기억하는 상태에서, 우리말로 써 놓은 글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를 봐야 한다.

번역이 끝난 다음 하루 이틀 손을 놓고(가능한한 영어에 모두 손을 놓는다) 있다가 다시 번역한 작품을 보고 고치라는 뜻.

 

4. 책 속에 등장한 작가들과 읽어 보고 싶은 작품들..

 John Steinbeck



 

Erskine Caldwell

 

Ernie Pyle

 

 

 

물론, 이 책은 '문학' 번역에 도움을 주기 위한 책이고, 내가 하고 있는 번역은 '전공서적'번역이니 상황이 많이 다르기는 하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번역 및 글쓰기에 관한 일반적인 원리나 기술을 배울 수 있었고, 무엇보다 진행이 재미있고(강의식이라) 내용이 알차서 막힘없이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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