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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공지영의 소설을 잘 안 읽는 편이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신작이 출간되면 나도 모르게 손이 간다.
이번 책도 그랬다.
신체적 장애가 있고 거기다 지적 장애까지 있으면 게다가 얼굴이 예쁘면, 아니면 발육이 좋기라도 하면 여아의 경우 성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임상장면에서는 지적장애가 있는 여아가 초등학교 고학년에 들어갈 즈음부터 성교육을 한다.
이 책에서는 국가에서 40억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을 타 쓰는 그리고 동시에 교회 장로인 특수학교 교장, 행정실장, 그리고 생활주임이 청각장애아들을 집단적으로 그리고 장기간 성폭행, 추행했고 이를 밝히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리고 결국 집행유예를 받는다는 내용이다.
물론, 소설에서까지 '교회'의 중직으로 이런 사람이 묘사된다는 것이 불편했다.
그런데 왜 불편할까?
아마도 정말 교인 답지 않은 교인이 많아서이고, 나 자신도 교인다운 교인이라고 큰소리 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 아닐까?
전 국민의 1/4이 기독교인이라는 통계가 나오는 현실에서, 그 많은 사건과 사고, 비리와 스캔들에 기독교인이 연루 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는 것이 흔한 일이라면 무언가 잘못 되어 있는 거다.
그리고 이 책 속의 우리 사회는 다 얽혀 있다.
모두 사돈의 조카의 동창의 한 교회 교인으로.. 뭉쳐있다.
돈 많은 사람은 송사에 휘말려도 막 옷을 벗은 판사를 찾아 변호를 맡기고 전관예우로 특혜를 받는다.
경찰에 신고해도 다 얽혀있어서 수사가 진행이 안된다.
방송국에 자료를 보내도 방송국 고위직의 압력을 받게 된다.
우리 사회는 다 얽혀 있는데 이 얽힘 때문에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물론, 이 책이 현실을 더 과장했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럴 거라는 것을 짐작 못하고 사는 것은 아니다.
이정도는 아니겠지 하면서 사는 거지...
상식이 통하고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를 위해
더럽고 추악한 현실 사회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도가니.
책 전체에서 '도가니'라는 말은 딱 두 번 나온다.
(내 기억으로)
'감동의 도가니'라는 말처럼 어떤 상태를 지칭하는 말이지만, 두 번의 '도가니'는 의미가 다르다.
한번은 인권사무실 대표가 현실을 표현하면서 하는 말이고,
두번째는 교회 목사가 기소된 장로 둘을 옹호하는 설교를 하면서 하는 말이다.
우리는 어떤 도가니에 속해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