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서 이야기책까지 - 상상력을 키우는 독서가 진짜 독서!
와키 아키코 지음, 홍성민 옮김 / 현문미디어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아이를 기관에 보내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내가 데리고 있으면서 이것 저것 챙겨 주고 있는데 '마구잡이'로 해 주기는 싫어서 이것 저것 사다 읽는 것이 벌써 몇권인지 모르겠다. 일종의 자기만족 행위인 것 같아서 자제 하다가, 추천을 받고 '그림책에서 이야기책까지'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예전에 <하루 15분 책 읽어 주기의 힘>을 읽고 이에 대해 글도 쓴 적이 있는데,

이 책과 비교해서 둘 중 하나만 읽으라고 한다면 저자인 와키 아키코에게는 미안하지만, <하루 15분 책 읽어 주기의 힘>을 추천하겠다.

 

하지만 이 책도 버릴 것이 그리 많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이 된다.

우선,

전체 맥락은 <하루 15분 책 읽어 주기의 힘>와 같은 노선이다. 추천하고 있는 책은 <하루 15분 책 읽어 주기의 힘>보다 적다.

그러나 현실에서 책 읽기에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청소년 및 성인들을 진단해주고 있으며 이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지도를 해야 할지를 알려주고 있다.

 

그럼 책의 내용의 대강을 살펴 보겠다.

 


 1. 책을 읽는 것이 왜 필요한가?
예전에는 아이들 주변에 어른들이 많아서 다양한 이야기와 경험을 들려 줄 수 있었지만 요즘을 그렇지 못하고 심지어 어린이가 다양한 어른들의 생활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었다.

또한 가까이에 어른이 있다고 해도 그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전수 해 줄 생활문화가 없다. 또한 어린이도 이미 어른들에게 흥미를 잃어 가고 있다.

 

책은 비록 간접 체험에 불과하지만 실제 체험에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전체 상을 알 수 있고 다양한 세대, 다양한 입장의 등장인물들이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p.21).

 

정말 좋은 책은 읽는 사람이 쓴 사람과 공감대를 형성하게 해 주고 열린 눈으로 세계를 보게 해 주는 책이다.

 

어린 시절 부모의 무한한 애정을 받고 자라다가 사회생활(유치원, 학교)을 시작하게 되면 자신의 부모가 세상의 많은 사람중에 한 명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게 되고 그런 부모의 애정 위에 쌓은 자존심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역으로, 이런 위협에서 아이를 지키는 것도 가족의 애정이다.

이 시기가 되면 애정으로 아이를 지켜 주면서 동시에 필요할 때만 도움을 주거나 궤도를 수정해 주는 정도로 그 세계에 개입해야 하는 것이 좋다(p. 25).

이 '개입'의 한 방법이 '문화'이며 이 '문화'의 한 방법이 '독서'인 것이다.

 

책은 단순히 시야를 넓힐뿐 아니라 시공을 초월한 인간 이해를 가능하게 해 준다(p. 29).

책이 모든 사람을 잇고, 과거와 현대를 연결해 커다란 공동체를 만들어 왔다(p. 30).

 

따라서 어른들은 정말 좋은 책을 어린이에게 권하고 즐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2. 그림책은 대화의 도구

그림책은 사실, 없어도 되는 도구이다. 그러나 그것을 매개로 부모와 아이가 소통할 수 있게 되고 그러한 소통은 아이의 성장을 돕는다.

아이의 대화 능력 발달에는 일방적인 자극이 아니라 아이의 표현에 반응해 주는 일이기 때문에 TV를 포함한 영상물은 해롭다.

그러나 사실 대화 능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아이와 대화를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므로 그림책을 통하면 애정이 깊어지고 대화도 쉬워진다.

또한 유아기 때 그림책을 많이 접하면 책에 대해 자연스러운 접근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그림책의 질이다.

그림이든 짧은 글이든 그걸 통해 다음에 나올 말이나 장면을 예상하거나 어떻게 될지 의아하게 만드는 책이 좋은 그림책인데,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은 커진다.

상상력(imaginatio)은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힘'(p. 44)인데 말을 듣거나 읽고서도 인물과 정경을 떠 올릴 수 있는 힘이며, 이를 통해 현실 세계에서 앞을 예상해 계획을 세우거나 많은 사람과 원활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림책은 공부의 도구가 아니라 재미를 즐기는 도구이다(p. 47).

그림책을 읽을 때는 그림책에 씌여져 있는 말로만이 아니라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림책은 대화의 통로임을 잊지 말자.

 

3. 그림책을 고를 때 자주 하는 실수

모르는 것이 나올 때마다 시끄럽게 질문을 했던 아이가 갑자기 입을 다무는 순간이 돈다.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 어른은 그 자리의 주역을 그림책에게 양보하고 쓰여진대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p. 62).

 

아이가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 책을 읽어 주지 않고 아이보고 직접 읽으라고 하는데 그것은 큰 잘못이다. 글자를 소리로 변환할 수 있는 능력과 그것을 단어로 이해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고 이제 갓 글을 읽기 시작하는 아이가 책을 직접 읽다 보면 상상력을 통해 내용을 체험으로 끌어 올리기 어렵다.

 

책은 가까운 어른이 하는 것이 좋지, CD에 의존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가까운 어른들이 읽는다면 그 마음의 움직임이 쉽게 전달되고 가까운 어른도 아이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전달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림책을 통하면 아이들의 세계를 넓혀줄 수 있는데 실제 생활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곳으로 아이들을 데려가 준다.

아이들은 호기심과 함께 두려움도 가지고 있어서 별 것 아닌 것으로 심한 편견을 갖기도 한다. 따라서 아이가 특별히 애착을 갖는 주제나 캐릭터에 대해서는 존중을 해 주어야 하지만 적절한 조정으로 새로운 세계와 만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또한 최근 그림책들의 삽화가 날이 갈수록 화려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림이 화려할 때 상상의 숲은 '자신의 것'이 아닌, '주어진 것'이 되어 버린다(p. 71).

어떤 그림책을 선택한 이유가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였다면 이야기를 잘 읽어 보고 글을 읽음으로 그림에 생명력이 더 해지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4. '글자'가 아니라 '책'을 읽게 하라.

아이들이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면 책을 저절로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별개의 문제이다.

책을 읽는데 필요한 것은 한 글자 한 글자를 읽는 힘이 아니라 글을 통해 상상력을 발휘하고 내용을 이해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가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림책에서 이야기책으로 넘어 가야 한 이 연령대의 아이들에게 '연결 다리'가 필요하다.

즉, 그림이 없는 짧은 이야기나 간단한 삽화가 있는 이야기를 들려 주어야 한다. 재미있는 책은 양이 너무 많고 잘라서 읽어주자니 흐름이 끊긴다.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원동력은 상상력인데 이 상상력이 발휘되면서 인물과 사건이 좋아지고 결말이 궁금하게 되기 때문인데 이 상상력은 어느 정도 독서 내공이 쌓이지 않으면 발휘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시기 아이들에게 책을 끝까지 읽어 줌으로 이야기책이 재미있다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그림이 화려하거나 글자가 적거나 자극적인 제목('비밀' '모험' '수수께끼' 등)을 가지는 책을 고르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들이 자유롭게 제대로 된 책을 고를 수 있게 되려면 충분히 훈련받아야 하기 때문에 책 선택에 있어서는 부모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

 

전래동화에 관해서는, 확실히 전래 동화에서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모티브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나, 전래 동화의 메세지를 그 자리에서 이해할 필요는 없으며 잉기로서 단순히 즐긴 것을 마음 속에 두고 있다가 언젠가 이해할 때가 되어 이해하면 된다. 어린이는 자신의 키에 맞는 상상을 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단편집에 대해서는, 단편집을 선택했으면 처음부터 다 읽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재미있는 부분부터 읽어주면 된다.

 

장편동화에 대해서는,

어찌 보면 장편동화가 더 쉬울 수도 있다. 여러가지 묘사가 자세하고 앞뒤 정황이 세밀하기 때문이다. 장편을 통해서 마음의 안식처, 집을 마련한 경우가 적지 않다.

장편을 느닷없이 읽어 주는 것은 무모하나 장편은 필요한 일이다.

장편을 읽어 주는 시기에 대해서, 자신의 힘으로 완벽하게 읽을 수 있을 때를 기다리면 발전이 없다.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아도 재미를 느끼게 되면 이해 못하는 단어도 그냥 넘어갈 수 있게 된다.

어린이의 이해력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5. 책을 재미있게 읽지 못하는 이유

지나치게 '다독'을 중시하여 경쟁하게 하는 풍토가 잘못이다. 단순히, 쉽고 재미만 있는 책을 여러권 읽어 '권수'만 채운 아이는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독서력이 떨어지게 된다.

빨리 읽으려고만 하면 상상력은 발휘되지 않고 이제까지의 지식과 책의 내용을 연결하는 사고력도 발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리즈 도서를 무분별하게 읽는 경우도 잘못이다. 1년의 시간이 성인의 수년에 맞먹는 어린아이들에게 장기간 같은 작가의 작품에 빠지도록 방치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시리즈를 고를 때는 더욱 엄격한 기준을 두어야 한다.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어린이들이 왜 읽어야 하는지를 명심하고 양서를 찾아서 어린이와 책과의 거리를 좁히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다이제스트도 문제이다. 원작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기억하자.

시험삼아, 원작과 다이제스트를 비교하는 작업을 해 보자.

 

6. 독서력이란 무엇인가

책을 읽는 그 순간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서도 책을 계속 읽을 수 있는 원동력(독서력)이 되는 책이 좋은 책이다.

어린이에게 독서는 지식과 즐거움을 얻는 수단인 동시에 훈련이기도 하며 다른 수단으로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좋은 책이란,

1) 제대로 읽으면 만화나 게임보다 재미있다: 영상이나 음향 보다는 자신의 상상력으로 그려낸 세계가 더 재미있음을 체험하게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저절로 상상력이 발휘되고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주는 책과 많이 만나야 한다(p.139).

2)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따뜻해야 한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있어야 한다.

3) 이야기 속에서 마음에 드는 어른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어린이가 어른을 이해할 수 있는 가이드북 역할을 하기도 한다.

 

독서력은 문장 수준의 말을 구사하는 힘과 상상력, 그리고 전체를 보고 이론적으로 생각하는 힘이다. 문장 수준의 말을 익히기 위해서는 독서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독서력의 발휘는 (만 10세 이후에 절정을 이룬다.

즉, 메타인지능력이 독서력과 직결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메타인지능력은 고도의 지성을 갖출 수 있게 하고, 자기제어기능을 발휘하도록 한다. 이 능력이 부족하면 충동적, 지속력부족, 같은 실수 반복, 대안 생각 불가, 추상적 개념 형성 불가 등의 문제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독서를 하면 메타인지능력이 키워지는데 추상개념의 구사와 사물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해서 이해하는 것도 책을 읽으면 가능해지고, 다른 입장에 놓인 등장인물들의 눈으로 같은 사건을 해석해 볼 수도 있게 한다.

그런데 10세 전후에 이 능력이 발달하기 위해서 '감정의 뇌'가 충분히 발달해서 '생각하는 뇌'를 위한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감정의 뇌'란 감수성이 풍부해진다는 뜻이다.

 

7. 좋은 책을 고르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정말로 좋은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직접 실감해야 한다.

처음에는 뒷 내용이 궁금해서 읽고 두 번째는 한줄 한줄 자세히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세번째는 시간이 흐른 후 읽으면서 이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요소를 발견하거나 인물의 다른 매력을 알게 되어 재미를 느끼게 되는 책이 좋은 책이다.

 

오랫동안 좋은 책과 함께 한다면 자신이 성장하고 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물과 사건을 보는 눈이 달라져 있음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책을 소개 할 때는 재미를 전달함과 동시에 책을 읽기 시작해서 재미있어질 때까지의 과정 중에 방해요소를 미리 알려주는 일이 필요하다. 혹시 장애물이 많으면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다 읽은 후,

책의 형식에서는 뒤로 갈수록 중언부언하고 다소 지친 느낌이 있다. 번역의 오류인지, 원작이 그러한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매우 아쉬운 점이었다.

 

많은 책이 예시로 소개되고 있는데 여러 독서 지도서에 제시된 권장도서와 중복이 되는 책들이 많았다.

이런 책들을 위주로 아이의 책 목록을 짜면 유용할 것 같다.

 

아이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대형 출판사에서 알아서 만든 전집 목록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아이 책 보는 안목을 넓히고 키워서 양서를 함께 읽고 추천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서점에 나가 보거나 온라인 서점을 기웃거려 보면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걸 하나하나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나름의 기준이 있으면 확실히 아닌 책을 일찌감치 치워 버릴 수 있으니 안심이 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내용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을 꼽으라면

삽화가 화려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이 매우 특이하면서 인상깊었고, 전래동화의 위해성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 나로서, 전래 동화를 읽을 때 아이는 아이의 눈 높이에 맞는 해석을 한다는 표현이 매우 와 닿는다(나도 어릴 때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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