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리더가 되라 - SNS시대, 새로운 기회를 창조하는
김대중 지음 / 다음생각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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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시대, 소셜리더로 거듭나라 
 

『소셜리더가 되라』
김대중 지음, 다음생각, 2011

‘요즘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제일 하기 싫어하는 게 뭘까?’ 정답은 ‘통화하기’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거나 스마트폰을 단지 ‘다른 버전의 휴대전화’ 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이라면 디지털 원시인으로 간주되기 십상이다. 자동차가 ‘굉장히 빠른 말’이 아닌 것처럼, 스마트폰은 단순한 ‘더 좋은 휴대전화’가 아니다. 2009년 국내에서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휴대전화로는 문자만 주고 받는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심지어는 이동중에도 업무처리까지 하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은 묘한 소외감까지 느낄 정도다. 그런데 이게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2009년 이미 휴대전화 통화보다 문자나 e메일, 음악감상에 쓰는 데이터의 양이 더 커졌다.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로는 e메일도 컴퓨터보다 스마트폰에서 더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이 책 ‘SNS시대, 새로운 기회를 창조하는『소셜리더가 되라』’는 다분히 실용적인 책이다. 마치 “당신이 정신없이 돌아가는 이런 디지털 세상을 모르니까 뒤처지는 거야”하고 말하는 듯 하다.

인쇄술 발명 이후 인류 최고의 혁명이라고 불리는 SNS는 ‘Social Network Service’의 약자로 웹상에서 이용자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많이 들었거나 이미 사용하고 있는 트위터, 싸이월드, 페이스북 등이 대표적이다. 2천만 스마트폰 시대가 열림으로써 인터넷 포털을 중심으로 한 블로그에 이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트위터는 지난 2006년 140자 이내 단문으로 이용자의 의견과 감정을 표현하는 이른바 ‘마이크로블로깅’으로 시작했다. 칼 들고 찌르는 게 아니라 툭툭 치는 거다. 현재는 세계적으로 2억명이 하루 1억4000만 건씩 전송할 정도로 트위터 이용이 대폭 늘어났다. SNS가 정권을 만들고 또 정권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는 2008년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일등공신이었다. 반면 중동에서 SNS는 독재를 종식시키는 혁명의 신무기가 됐다. 특히 트위터는 최근의 튀니지, 이집트에서 일어난 민주화 시위나 일본 대지진 현장에서도 실시간 긴급뉴스의 전달 통로나 소통의 허브 역할을 독특히 했다. 트위터를 열심히 하는 집단은 정치적 의지가 확고하고 적극적 의사 개진과 자기 확신이 강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선거국면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위터의 기업 가치도 최고 10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러한 트위터 열풍은 국내에서도 SNS 스타를 낳았다. 드림위즈 이찬진 사장, 소설가 이외수, 시골의사 박경철 등은 트위터를 통해 10만 명이 넘는 팔로워와 전파력 강한 글들로 사이버 세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됐다. 페이스북은 이용자가 더 많아 현재 약 7억 명이라는 엄청난 숫자가 가입되어 있다. 페이스북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우리나라의 싸이월드와 유사하지만 서비스 바탕에 깔려있는 철학을 보면 차이가 난다. 페이스북은 단순한 웹 서비스에서 이제는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 구글의 CEO인 에릭 슈밋도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사용자의 마음을 붙잡는다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을 보건데 가까운 미래에는 분명히 페이스북이 구글의 경쟁자가 될거라고 말했다. <타임>지는 매년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는데, 작년에는 우리나이로 27세인 페이스북의 창립자 겸 최고 경영자인 마크 주커버그를 선정했다. 컴퓨터 천재였던 마크 주커버그는 하버드대에 재학중이던 2003년에 인맥 교류 사이트인 페이스북을 개발하여 오픈했다. 페이스북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전세계로 번지면서 마크 주커버그는 기업가치 58조원의 전세계 최연소 억만장자가 되었다. 작년 11월에는 이를 소재로 한 ‘소셜 네트워크’라는 제목의 미국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다. 이렇게 언제 어디서나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해진 덕분에 모바일과 SNS는 정치나 경제는 물론이고 우리 생활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스마트혁명을 필두로 소셜미디어는 향후 10년간 변화를 이끌 핵심 화두다. 동시에 미래 리더십 변화의 키워드이다. 소셜미디어 컨설팅 전문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인 김대중 대표는 이 책에서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들의 특징과 사용법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기기와의 결합으로 온라인상 소셜네트워크가 재미를 넘어 편리함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소셜미디어를 활용해서 얼마든지 돈도 벌고 인맥도 쌓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단순한 재미는 세상을 바꾸기 힘들지만 편리함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소셜미디어의 확산은 개인과 개인, 조직과 기업, 기업과 개인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제는 고객과 조직의 새로운 소통방식을 익히지 못하는 기업과 리더는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들은 바로 스마트폰과 24시간을 함께 지내는 모바일 세대로서 회사와 일상생활에서 블로그, 미니홈피,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세상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결국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많이 연결되어 있고 또 얼마나 단단하게 네트워킹이 되어 있는가’가 중요하다. 스마트 혁명을 일으키는 동력이 바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있다는 말이다. “한 명의 천 걸음보다 천 명의 한 걸음을 움직이는 리더가 되라!”란 시골의사 박경철 소장의 말처럼 진정한 소셜리더는 한 명의 천재형 리더가 아니라 천 명의 한 걸음을 움직이는 소통형 리더다. 저자는 스마트한 시대에서는 이러한 SNS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툴을 만들고, 다수와 수평적으로 공감하며 사회적 이슈를 만드는 소셜리더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SNS는 문화, 기업, 인간관계, 마케팅, 미디어, 유통산업 등 모든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SNS를 활용해서 우리 자신을 홍보하거나, 우리가 속한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 주거나, 우리의 아이디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식으로는 알고 있지만 SNS를 직접 활용해 목표와 성과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저자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태블릿 PC의 등장으로 아이폰에 의해 학습된 변화보다 새로운 형태의 변화가 펼쳐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 책은 쉽게 썼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책은 저자가 직접 기업이나 관공서, 대학 등의 교육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들에 대한 답이 들어있다. 단순한 컨설팅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직접 SNS를 활용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소셜리더가 되기 위해 알아야 할 마인드와 SNS 활용법’을 제시하고 있다. 단순히 매뉴얼이나 트렌드에만 치중하지 않고 간단한 툴에 대한 설명은 물론 어떻게 해야 SNS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답과 실제 사례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이제 막 자신의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과 SNS를 잘 활용하고 싶은 개인이나 기업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이제 막 블로그나 트위터 또는 페이스북을 시작한 독자라면 2,3,4장을 먼저 읽어도 좋을것 같다. 특히 주위에서 자녀나 젊은 사람들이 팔로잉, 팔로어, 맞팔 등의 얘기를 하며 자기들끼리만 얘기할 때, 대화에 끼고 싶어도 몰라서 못 끼었던 중장년층이라면 얼른 사서 읽고 아는체 하기 좋은 책이다.-끝- (기획회의 2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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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전쟁 - 금융 위기 이후 중국 경제석학의 미래 보고서
취엔위엔치.량치똥 지음, 김준우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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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미국을 넘어설 것인가? 
 

『패권전쟁』
취엔위엔치・량치똥 지음, 김준우 옮김, 21세기북스, 2010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관심사는 단연코 ‘중국’이다.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가 무너지고, 중국이 가세하는 양극 체제로 경제 패권이 형성되면서 중국 경제가 과연 미국을 넘어설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거기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 문제는 ‘환율전쟁’으로 불릴 정도로 세계 시장에서 심각한 갈등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동북아시아의 일원으로 중국 경제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중국 경제의 현재와 향방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패권전쟁』은 2007년 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시작하여 2008년 9월 '금융 쓰나미'로 확대되어 전 지구촌을 덮쳐버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세계의 미래를 모색하는 보고서다. 중국 베이징대학교 동북아전략연구센터의 취엔위엔치 교수와 랴오닝성정연구소의 량치똥 소장은 이 책에서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패권 전쟁의 중심에 선 중국 경제에 대해,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저자들이 일문일답하는 형식을 통해 풀어나가고 있다. 이런 참신하고 독특한 대담 형식은 자칫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주제를 생동감 넘기고 활기찬 언어로 바꾸어 놓는데 일조하고 있다. 

전체가 일곱 개의 대화 형식으로 꾸며진 이 책의 전반부는 지난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뒤돌아보고 그 원인을 밝히는데 상당부분 할애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 위기의 원인 진단과 해법에 대해서 미국과 중국의 시각 차이가 크다는 점이 잘 드러난다. 미국 정부 당국자나 경제학자들 중 일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중국에서 찾는다. 중국의 높은 저축과 무역수지 흑자, 그리고 막대한 외환 보유가 내수 진작으로 연결되지 않고 다시 미국으로 흘러들어와 만들어낸 ‘글로벌 불균형’이 금융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은 다르다. 그들의 세계 경제 위기 진단과 해법은 미국을 향해 있다. 탐욕스러운 투기 자본에 대한 미국 정부의 금융 감독 부실과, 거품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미국 경제 특유의 잘못된 시스템이 위기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미국식으로 앞당겨 소비하는 것을 장려하는 ‘당좌차월 경제’와 ‘소비사회’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이른바 ‘범해에 토끼해의 곡식을 미리 먹는’ 생활을 정상으로 여기는게 문제라는 것이다. 

“금융위기 발생에서 매우 중요한 환경적 요인은 바로 미국인들의 소비관인데, 이는 미국인의 생활 방식이자 가치 이념입니다. 조금 과장해 말하면, 미국은 저축하지 않는 국가입니다. 미국은 정부도 재정적자 혹은 부채에 의존해서 운영된다고 하는데, 미국의 가정 역시 부채에 의존해서 앞당겨 소비하여 가계부채가 이미 15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55쪽) 

중국의 생각은 분명하다. 이번 금융위기의 폭발에는 심각한 경제적 원인 외에도 사회・역사적 원인, 심지어는 미국식 생활 방식과 소비 관념 등 문화적 원인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경제 패권국의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이쯤에서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때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떠돌았다는 말이 생각난다. “1949년,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다. 1979년, 자본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다. 1989년, 중국만이 사회주의를 구할 수 있었다. 2009년,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인의 탐욕에서 비롯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위기를 중국만이 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한편으로는 새로운 경제 패권국으로 등장한 중국의 과감한 행보에 대해서조심스럽게 경종을 울린다. 경제위기로 미국 경제는 가벼운 외상을 입었지만 중국은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피해는 주로 실물경제 부문에서 일어났다. 중국 동부 연안 지역과 수출주력형 기업과 노동집약형 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외부 수요가 감소하면서 상품은 시장을 잃고 공장은 경영난을 겪게 되었으며, 농민 출신 노동자들은 대거 일자리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는 중국 경제의 근본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수출주도 및 노동집약형 산업 중심의 성장이 한계를 맞이한 것이다. 중국이 새로운 패권국으로 등장하기 위해서는 중국 경제를 둘러싼 외부의 도전을 극복하고, 과잉생산과 중복투자, 발전격차 등의 내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수출주도, 노동집약형 산업 중심인 경제 성장 패턴을 내수중심과 기술집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 중국 경제에 나타난 회복 신호는 여전히 정부의 투자가 잡아끈 결과로, 기업은 재고를 소화하고 있을 뿐 소비 수요와 취업이라는 진정한 문제는 결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중국이 새로운 경제 패권국으로 등장했다는 논의는 주로 중국 외부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면서 중국이 현실을 엄밀하게 파악해야 하며, 들뜨거나 환상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40년 넘게 세계 경제 2위를 지킨 일본도 미국의 벽은 한 번도 넘지 못했다. 1980년대만 해도 일본이 곧 미국을 제칠 것이란 전망도 많았다. 하지만 1991년 거품경제 붕괴로 주저앉은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보내야 했다. 저자들은 1985년의 플라자합의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며 일본 경제를 추켜세웠다가 무너뜨렸던 세계 경제의 냉혹한 과거를 회상한다. “앞서가던 수레가 뒤집힌 것이 뒤따르던 수레에 본보기가 된다”는 옛말을 상기시키며 중국은 세계 경제의 패권을 쥘 충분한 힘을 보유하고 있지만,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자본시장에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일본의 금융위기와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에서도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 모두가 원흉이었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중국의 대도시 집값은 툭하면 평방미터당 2∼3만 위안이고, 심지어 최고가는 이미 11만 위안에 달해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높다. 베이징의 경우 부부 두 사람이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27년 동안 돈을 모아야 비로서 집 한 채 살 수 있을 정도로 부동산에 거품이 끼였다. 집값과 땅값이 가파르고 매섭게 오르면서 부동산의 ‘거품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택시기사가 부동산을 다섯 군데나 사고, 가사도우미가 세 군데나 사는 현상은 이젠 새롭지도 않다. 저자들은 중국식 거품이 붕괴되는 날이 바로 중국식 서브프라임 사태가 촉발되는 날이라며 급격히 팽창하는 중국식 버블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한 나라가 일정 시기 동안 단순히 부동산에 의존해 경제개발을 유지하면 대폭락으로 인한 시장 붕괴라는 결말을 피할 수 없습니다. 부동산에 기대어 움직였던 나라들이 시장 붕괴라는 결과를 맞이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중략) 특히 부동산과 금융이 긴밀하게 결합해 일종의 금융파생 수단을 형성했을 때는 반드시 붕괴되었습니다.” (321쪽)

2010년 한국의 무역수지는 412억 달러의 흑자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별 수출비중을 보면 대중국 수출비중이 25%로 1위이고, 미국과 일본 비중은 10%, 7%에 그쳤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 중국에는 지금 어떤 변화가 있을까? 중국은 2010년부터 금융위기 이후 서방세계의 몰락을 보면서 성장전략을 바꿨다. 일부 지역만 먼저 성장한다는 ‘선부론(先富論)’을 버리고 분배로 방향을 틀은 것으로 보인다. 작년 10월 중국 정부가 발표한 1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수출중심에서 내수중심으로, 노동집약서 기술집약으로 골격을 바꾸겠다는 핵심내용을 담고 있다. 누군가는 그 변화를 ‘중국 리스크’로 말하고, 누군가는 ‘중국 대망론’을 말한다. 중국이 두려운 위협이 될지 거대한 기회가 될지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어쨌든 중국은 우리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다. 중국이 너무 잘돼도 걱정이고, 문제가 생겨도 우려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갈수록 커지는 중국의 경제우산 속에서 중국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대응전략을 찾는게 시급하다. 『패권전쟁』은 중국 내부 지식인이 본 중국 분석이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석학의 미래 보고서’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이 다분히 중국적 시각에서 서술한 한계가 엿보이지만, 중국과 세계 경제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책임에 틀림없다.  

-끝-(기획회의 2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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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13 : 중국 1 근대 편 - 청나라의 멸망과 중화민국의 수립 먼나라 이웃나라 13
이원복 지음, 그림떼 그림 / 김영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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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나라 거쳐 이웃나라로 돌아왔다 

『먼나라 이웃나라13-중국1』
이원복 글・그림, 김영사, 2010

최근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국제적 위상과 자신감이 몰라보게 달라졌는지 중국 중심의 사고와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한국은 스스로를 동북아 국가로 본다. 일본은 스스로 동아시아 국가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중국은 아시아 국가라고 하겠다.” 또 중국 전체 수출액 중 한국 비중은 4.5%에 불과하며 중국 31개 성시 중 하나인 광동성의 소득이 조만간 한국 전체를 제칠 수도 있다고 큰소리치는 나라가 중국이다. 한국이 보는 중국과 중국이 보는 한국은 이처럼 다르다. 한때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다음과 같은 재미난 글이 떠돈적이 있다. ‘1949년(중국 성립)에는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고, 1979년(개혁개방 시작)에는 자본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으나, 1989년(텐안먼 사태)에는 중국만이 사회주의를 구할 수 있었고, 2009년(금융위기)에는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신(新)중국을 탄생시킨 사회주의 혁명서부터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60년을 돌아보며 나름의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말 세계 수도의 지위가 뉴욕에서 베이징・상하이로 이동하며, 국제 무역 시장에서 영어가 아닌 중국어로 거래하는 날이 조만간 올지 모른다. 우리는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이라는 덩치 큰 4대 열강을 이웃으로 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과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함께 부대끼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이래저래 신경 쓰이는 일이다. 세계패권을 위해 부활하는 중국의 눈에 이웃나라인 한국의 존재가 자칫 작아지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럴때일수록 중국을 제대로 보고 공존의 길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고, 중국을 제대로 알기 위한 공부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러던 참에 맞춤한 책이 눈에 띄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만화였다. 

덕성여대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는 전국의 집집마다 적어도 한 권씩, 학교 도서관마다 한 질씩은 가지고 있을 만큼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국민 교양 만화다. 지난 1981년부터 ‘소년한국일보’에 연재됐던 유럽 6개국 편이 사실상 시작이라고 보면 작업에만 29년이 걸린 셈이다. 당시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던 국내 독자들을 전세계 역사・문화에 눈 뜨게 만든 최초의 대중 교양서 역할을 했으며, 1987년 첫 출간 후 세계 시민의 마인드를 제시하며 글로벌 시대를 열어준 국민 교양 만화로 평가받고 있다. 당초 저자는 '미국 편'을 끝으로 이 시리즈를 접으려고 마음먹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중국을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 늘 허전함으로 자리잡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은 감히 함부로 손댈 수 없는 거대하고 뿌리 깊은 나무였기에 엄두를 내지 못하던 중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 역학 변화 속에서 끊이지 않는 독자들의 '중국 편' 출간 요구를 받아 고심끝에 작업에 들어갔다. 그 결과로 나온 책이 화려하고 장대한 역사 뒤에 감춰진 중국의 재탄생 과정을 쉽고 자세하게 그려낸 <먼나라 이웃나라> 13권『중국1-근대편』이다. 

‘중국’의 역사는 기원전 221년 진나라 시황제부터 시작된다. 이집트, 로마, 몽골, 오스만트루크 제국 등 지구상 모든 제국이 사라졌어도 현재까지 꿋꿋이 버티고 있는 유일한 나라가 중국이다. 그러나 청나라 초기 130여 년의 태평성대를 보내며 지속된 안정과 평화는 중국이 몰락하는 큰 원인이 되었으며, 정치・경제 혁명을 통해 발전을 거듭한 유럽에게 추월당하는 결과를 낳았다. 중화사상으로 천하의 중심이 되고자 했던 동양의 제국이 서구 열강의 강탈과 수모를 겪으며 약체 국가로 추락하면서 중국인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중국은 어떻게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100년 만에 세계 최강국으로 부활을 이뤄냈을까? 중국편 첫 권은 17~18세기 태평성대를 누리며 세계 최강 제국이었던 청나라가 19세기 유럽 제국들의 침략을 받고, 오랑캐로 여기던 일본의 지배와 남북 군벌의 대립을 겪으며 무너지는 과정을 그렸다. 이후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학생·노동자들의 봉기로 공화국의 싹이 트는 과정도 보여준다. 이렇듯 중국은 19세기부터 20세기 초에 걸친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내부의 분열에다 유럽 제국주의 열강들의 기나긴 수난과 침탈에 안팎으로 맞서 싸우며 변화해 왔다. 아편전쟁, 태평천국의 난, 청일 전쟁, 신해혁명, 5・4운동 등 세계사시간에 한번쯤 들어봤을 사건들이 글과 그림으로 어우러져 단번에 꿰어진다. 그런데 두 번에 걸친 아편 전쟁에서 패배하고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중국과, 중국의 몰락을 지켜보며 위기감을 느낀 일본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자기 개혁을 시작한다. ‘중체서용’ 사상으로 중심을 잃지 않고 서양의 앞선 기술만 받아들여 국력을 키우려던 중국의 양무운동이 실패로 돌아간 데 비해, 탈아입구・화혼양재 이념으로 전통적 가치와 질서를 스스로 부정하고 근본부터 서양식으로 바꾼 일본은 급속한 발전을 거쳐 서구 열강과 대등한 강대국으로 성장한다. 이는 중국이 과거 오랑캐로 여기던 일본에게 지배를 받는 결과로 이어진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의문을 제기한다. 외세의 침략 앞에서 스스로를 바꾸려는 자기 개혁의 몸부림이 어찌하여 일본은 성공하고 중국은 실패하였는가? 세계 제일의 경제 대국을 꿈꾸며 승승장구하던 일본은 왜 이제 비틀거리며, 폄하되고 멸시받던 중국은 세계 최강국을 향한 웅비를 거듭하는가? 저자는 특유의 탁월한 통찰력과 날카로운 분석력으로 이 질문의 해답을 중국의 근현대사에서 찾아 풀어낸다. “중국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온갖 혼란과 고통을 감내해야 했으며 서구열강과 일본에 침략과 멸시를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중국은 끝내 중화사상을 버리지 않았고 민족적 자존심을 지켜왔으며 동양인・아시아인의 정체성을 지켰고 문화 정체성을 확고히 유지해왔기에 역설적으로 ‘문화의 세기’라는 21세기에 뚜렷한 문화 정체성이 성장의 정신적 동력이 되어 세계 제일의 대국을 향한 무서운 비상을 거듭하고 있다.(89쪽)” 책은 그밖에도 아편 전쟁이 중화사상에 어떤 상처를 남겼는지, 청・일, 러・일 전쟁은 청나라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외세의 침략에 맞서 싸운 의화단 운동은 어떻게 일어났는지, 군벌 정부의 몰락과 중화민국의 성립과정 등을 한눈에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특히 중국 국내상황 뿐만 아니라 중국의 같은 시대에 우리나라와 일본의 시대상황까지 곁들인 설명 덕분에, 역사책 몇 권 을 함께 펼쳐놓고 각 나라끼리 비교하며 읽는 듯한 느낌까지 들게 한다. 

중국 문명을 평가하는데 인색한 서양 학자들조차 11세기부터 16세기까지 중국의 경제력과 문화수준은 유럽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고 인정한다. 우리에게도 중국은 경외의 눈을 가지고 쳐다보던 문화대국이었다. 청나라 시대 수도 베이징은 세계의 지식에서부터 서양의 과학기술까지 모든 학문을 한꺼번에 접할 수 있는 문명의 백화점이었다. 조선의 수많은 지식인들이 앞다투어 베이징으로 가는 사신단에 합류하길 가슴 설레며 소원했다. 최근 몇 년동안 출장이나 여행으로 북경・상해・서안・돈황 등 중국 곳곳을 다녀본 개인적 경험이나, 한 독서모임에서 ‘중국 전통사회의 백과사전’이라 불리는 중국 최고의 명작소설 <홍루몽>을 윤독하면서 받은 느낌도 비슷했다.

중국의 본질과 중국인의 내면을 정교하게 읽어내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사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특히 중국의 근・현대사를 모르고 중국에 대해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역사는 현실을 읽고 내일을 유추하는데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은 문자 텍스트 뿐만 아니고 그림 한 컷 한 컷을 통해 보고 넘기는 만화책이 아닌 읽고 곱씹는 역사책으로서의 역할을 독특히 해내고 있다. 유익함은 물론이고 덤으로 흥미와 재미까지 안겨 주기에 자녀들에게 주는 선물로도 적당하다. 뿐만 아니라 국민 교양 만화라는 명성에 걸맞게 성인들의 서재에 꽂혀 있어도 결코 손색이 없는 책이다. 먼나라를 거쳐 이제야 이웃 나라로 돌아온 <먼나라 이웃나라 중국 편>, 근대편에 이어서 나올 현대편이 기다려지는 까닭이다. -끝- (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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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정도 - 윤석철 교수 제4의 10년 주기 작作
윤석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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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함이 개인과 기업을 구한다 
 

『삶의 정도』
윤석철 지음, 위즈덤하우스, 2010

"지난 2010년 8월 칠레 산호세 광산이 붕괴했을 때, 칠레 정부는 매몰된 광부들을 크리스마스에나 구출할 수 있을 것같다고 했고, 이것은 광부들에게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그래서 '구출시간 최소화'를 목적함수로 하였고, 목적함수 달성을 위한 수단매체로서 드릴 공법만이 아닌 망치 공법이 채택되었다. 그 결과 구출시간이 두 달 이상 단축되었고 매몰 광부 모두가 구출되었다. 코스트 절감 같은 복잡한 문제는 제거되고, '단순화'된 목적함수와 그에 필요한 수단매체라는 이진법적 구조로 문제가 간결화되면서 인명구조에 성공한 것이다." 

윤석철 한양대 석좌교수는 『삶의 정도』에서 '복잡함(complexity)'을 떠나 '간결함(simplicity)'을 추구하라고 말한다.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사람들의 머릿속 생각이 복잡해지고, 욕망과 가치관도 복잡해진다. 물리학적으로 말하면 엔트로피, 즉 무질서가 증가하는 것이다. 현상을 파악하기도 어렵고 해법을 찾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복잡한 것은 자기 스스로의 복잡함에 얽매여 힘이 없다. 복잡한 것은 단순화 쪽으로 진화해야 살아 남는다. 기업도 조직이 복잡해지면서 경영 이념과 목표가 혼란에 빠지고, 의사결정의 기준도 모호해지고 의사결정의 속도도 느려지게 된다. 그런 가운데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중요한 것을 찾아내고, 덜 중요한 것은 버려 문제를 간결하게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수단매체'와 '목적함수'라는 2개의 개념으로 인간 삶의 세계를 분석하며, 이것으로 삶에 필요한 모든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목적함수란 인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방향이며, 수단매체란 목적함수를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수단적 도구이다. '칠레 산호세 광산 광부 구출사건'은 간결화의 위력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한국의 피터 드러커'로 불리는 저자는 서울대 독문과에서 물리학과로 전과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하고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는 등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들며 양 분야를 아우르는 독특한 학문 역정으로 유명하다. '한국이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윤석철 교수가 여러 방면의 공부를 하게 된 출발점이었다. 독일의 경제발전 모델을 배우고 싶어 독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했고,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과학과 기술 발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물리학과 전기공학을 공부했다. 또 미국 유학 시절 만난 한국 기업인들로부터 '경영학을 공부해 기업을 도와달라'는 말을 자주 들은 것이 경영학으로 들어선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의 책에서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학문적 너비와 깊이를 느끼게 되는 이유도 거기에 기인한다. 이 책은 <경영학적 사고의 틀>(1981), <프린시피아 매네지먼트>(1991), <경영학의 진리체계>(2001)에 이어 10년 주기로 펴내는 저서의 네 번째 산물로 저자의 학문 세계와 철학을 집대성한 역작이다.

"1960년대 후반, 미국의 한 자동차 회사가 수은공해의 위험성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텔레비전 방영 직전, 이 회사는 사내에서 시사회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중대한 의견이 제기되었다. 다큐멘터리 방영 1시간 동안 '수은'이라는 단어, 즉 '머큐리(mercury)'가 수백 번 음성으로 나가는데, 이는 이 회사의 경쟁사 자동차 모델 '머큐리(Mercury)'를 수천만 소비자들의 귀에 심어주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수백만 달러의 연구비와 제작비가 들어간 다큐멘터리는 폐기되었으며, 일반 국민들은 수은의 위험에 대해 알 기회를 박탈당한 셈이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경쟁 속 이익 최대화 목적함수가 만들어내는 '부조리'의 단적인 케이스다. (158쪽)

수단매체가 아무리 좋아도 목적함수 없이는 소용없다. 저자는 먼저 의미있는 목적함수를 설정하라고 조언한다. 유한한 자원을 살아가는 생명체인 인간은 자원과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코스트 최소화(minimization of cost)’를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목적함수로 삼아야 한다. 코스트 최소화 목적함수와 쌍벽을 이루는 또 하나의 목적함수를 들자면 이익 최대화(maximization of profit)이다. 경제 활동의 자유가 보장되는 현대 사회에서 이익 최대화 목적함수는 사회의 경제 발전을 견인하는 원동력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익 최대화 목적함수가 그림자 코스트(shadow cost)를 유발하고, 이것이 고용 축소의 주범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익 최대화 목적함수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 생존부등식 이론을 탐구해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생존부등식은 가치(V)>가격(P)>원가(C)로 표시할 수 있다. '소비자가 느끼는 제품의 가치가 가격보다 크고, 또 가격은 생산자가 부담하는 원가보다 커야 한다'는 논리다. 소비자는 가치에서 가격을 뺀 만큼을 순가치로 얻고, 생산자는 가격에서 원가를 뺀 만큼의 순이익을 얻을 수 있다. 즉 가격 이상의 가치를 주는 기업이 성공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 수단매체와 목적함수를 결합하는 생존부등식의 충족요건으로 감수성과 상상력ㆍ탐색시행을 꼽고 있다. 특히 한국적 풍토에서 혁신적인 기업가정신과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올림픽 양궁에서 금메달을 가장 많이 따는 나라는 한국이다. 하지만 올림픽 성화 점화에 가장 먼저 불화살을 이용한 나라는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불화살을 이용한 성화 점화라는 참신한 방법을 이용하여 세계인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심었다. 만약 불화살 점화를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했다면 우리나라가 양궁의 강대국임을 과시하는 한편, 우리가 생산한 정밀 조립제품의 품질을 선전하는 계기도 마련했을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는 활을 잘 쏘면서도 활을 쏘아 성화에 불을 붙인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자유로운 분위기와 토양, 그리고 실패할 수 있는 여유가 숨 쉬는 조직 분위기가 상상력 부족으로 나타난 탓이다.” (225∼226쪽)

학문의 진정한 가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있다. 문제의 구조가 복잡해지고 상호 연결이 심오해진 오늘날에는 단편적이고 부분적인 방법만 갖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여러 각도에서 문제를 보고 해답을 찾는 통섭(統攝)의 방법론이 필요한 시대다. 수 많은 사례와 사진ㆍ그림ㆍ도표를 동원하여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단순하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복잡함을 떠나 간결함을 추구하라'는 것과 '이익을 가치 위에 두지 말라'는 것이다. 보다 가치 있고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심하는 노학자의 충고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할때다. -끝- (기획회의 2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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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로버트 하일브로너 & 윌리엄 밀버그 지음, 홍기빈 옮김 / 미지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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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자본주의, 너는 누구냐? 

『자본주의 :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로버트L. 하일브로너・윌리엄 밀버그 지음, 홍기빈 옮김, 미지북스, 2010

경제 입문서는 흔하다. 그중에는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경제라는 거대한 산맥을 주마간산 식으로 대충 훑고는 경제를 다 말했다고 하는 책들도 있다. 하도 사람들이 경제 경제 하니 나도 한번 ‘경제’를 이해해보겠다고 이런 책을 펼쳤다가 던져버린 사람들도 많을듯 하다. 그러나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원제:The Making of Economic Society)는 체급부터 다르다. 뛰어난 경제사상 입문서로 꼽히는 <세속의 철학자들>로 이미 필명을 알린 미국의 경제사상가이며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주의 경제사학자인 로버트 하일브로너가 이 책의 저자다.

이 책의 내용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책의 탄생과 역사, 그리고 저자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책은 1962년에 초판이 나온 이래로 현대 자본주의의 변화에 발맞추어 40년 이상의 시간을 넘기며 개정과 보증을 거친, 경제사에 있어서는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이다. 12번째 개정판인 이 책은 중국의 폭발적인 경제 성장,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정보 기반 사회 등도 새롭게 조명했다. 저자는 이른바 주류 신고전파 경제학은 물론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도 줄곧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자본주의는 어떠한 이론이든 그것만으로는 제대로 이해 할 수 없으며 자본주의를 둘러싼 정치, 사회적 맥락을 동시에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의 경제생활과 유리된 이론이나 법칙으로는 자본주의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경제학자’ 대신에 ‘경제 사회학자’로 자처한 그는 경제현상을 전체 사회의 맥락에서 파악하고자 노력했다. “역사는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다. 그러나 역사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하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 그가 2005년에 숨졌을 때 여러 부음은 그에게 ‘진실을 말하는 자’란 칭호를 헌사했다.

공저자인 뉴스쿨 경제학과의 윌리엄 밀버그 교수는 이 책의 서론에서 로버트 하일브로너 교수가 경제학에 대해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을 밝혀 놓았다. “경제학의 목적은 경제생활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는, 물질적 조달과 사회의 재생산이라는 ‘경제적 문제’를 풀기 위한 인류의 오랜 노력에 있어서 독특한 단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자본주의는 스스로의 고유한 구조와 논리를 가지고 있지만 또한 다른 사회적 힘들에 의해 이리저리 떠밀리면서 계속 변화하는 것이라고 하일브로너는 강조했다. “경제적 충동과 경제적 제도들에서 역사의 모든 원동력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사회주의는 실패했지만 이는 경제적 이유보다는 정치적 이유에서였다. 자본주의가 앞으로 성공을 거둔다면 이는 그 경제적 여러 힘들을 길들일 정치적 의지와 수단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핵심은 경제적 힘들만으로 사회적 변화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경제적 변화를 이해하려면 경제가 묻어 들어 있는 사회적 도덕적 맥락을 의식할 필요가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주류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과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은 기본적인 세계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견해가 일치하는 것이 하나 있다. ‘경제’라는 것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스스로의 운동법칙을 내장한 채 독자적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를 불변의 내재적 법칙을 가진 완성된 체제로 보는 셈이다.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은 희소성 원리, 생산·효용 함수 등을 근거로 내세우며 초역사적인 경제법칙을 말한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은 자본-임노동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모든 지점을 ‘자본주의’로 규정해, 역시 초역사적인 경제법칙을 발견해낸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애덤 스미스가 지적한대로 그간 자본주의 시장체제는 자기 조정 메커니즘을 갖고 질서정연한 방식으로 발전돼 온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대 경제사를 들여다보면 시장경제가 완결적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많다. 특히 2008년 지구촌을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는 미국식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의심과 성찰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보여준다. 그는 우선 인류가 생산과 분배 즉, 경제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왔는가를 통사적으로 짚어가며 시대 변화의 모습을 꼼꼼하게 그려낼 뿐 아니라 시대마다 변화의 동력이 무엇이었나를 살핀다. 인류 역사 속에 이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인간을 조직하는 방법으로 존재해온 유형을 크게 전통, 명령, 시장이라는 세 가지로 제시한다. 인류는 이 세 가지 방법 혹은 이들의 조합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왔다. 즉 자본주의의 발흥에 대해 “전통과 명령에 복속되어 있던 경제적 장치들이 각종 제약에서 풀려나 시장의 자극과 지도를 받게 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나 도덕, 기술 변화 등 여러 가지 힘들에 의해 끊임없이 진화해와, “아주 다양한 종류의 사회를 포괄할 수 있을 만큼 탄력적인 것이 됐다”고 말한다. 또 이 책은 시장 이전의 경제, 중세사회에서의 자본주의 기원, 산업혁명, 대공황, 자본주의의 황금시대, 지구화와 정보기반 사회 등 자본주의 역사의 굵직한 경제 주제를 다루면서 자본주의가 여러 개의 상충되는 이념들로 구성되며 끊임없이 진화해왔음을 설명한다. 지난 역사에서 물질적 조달과 사회의 재생산이라는 ‘경제적 문제’를 풀기 위해 인류가 맞닥뜨린 수많은 문제와 이를 어떻게 맞서며 유동적으로 변모시켜 왔는지를 서술한다. 시장 체제 혹은 근대 자본주의가 얼마나 독특한 체제이며 이렇게 독특한 체제가 발전하는 과정은 또 얼마나 엄청난 규모의 전 사회적 역동성과 맞물려 있는가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이 책은 ‘경제사 산책’류의 범속한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단순한 역사 이야기가 아니다. 자본주의라는 독특한 경제 체제가 어떻게 발생했고 또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수식과 통계 위주인 주류 경제학의 따분한 서술 방식 대신, 저자 특유의 ‘글발’ 넘치는 경제학 언어를 동원하여 스토리 위주로 흥미롭게 풀어쓴 일종의 역사-경제-사회학이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나온 인문사회 책 중 화제작이었던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번역한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이 번역했다. 쉽고 간결한 번역과 한국 경제상황까지 반영한 친절한 각주도 돋보인다. 번역자의 말처럼 단순히 자본주의의 ‘과거’에 대해 알고 싶은 이들이라면 굳이 이 책을 보지 말고 잘 정형화된 기존의 경제사 책들을 보는 게 나을 지 모른다. 하지만 자본주의 변화의 큰 ‘궤적’을 그려보고 싶고, 앞으로 인류가 나아갈 방향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딱이다. 580쪽에 달하는 책을 덮을때 쯤이면 훌륭한 석학에게 한 학기 동안 강의를 들은 것처럼 충만감이 가득찰 것이다. 특히 지난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가 어떤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요즘 같은 때 ‘지식의 십전대보탕’으로 생각하고 읽으면 든든해지는 책이다. -끝- 

* 기획회의 289호 기고 (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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