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카메라를 고집하는 사진사 아버지와 기하 둘만의 삶에 새엄마와 8살차이나는 재하가 함께하게 되면서 비슷한 시기의 이야기를 기하와 재하의 시선으로 그들이 느끼는 간극을 극명하게 서술한 중편 소설.작가는 소설속 인물들을 실제 배우를 머릿속 캐스팅으로 대입해보았다고 한다.신박하다 혹시나 단막극으로라도 조성하 배우와 배인혁 배우가 실제 캐스팅되어 상영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두고온 잊고있던 소중한 기억들을 회상한다. 이제는 만나고싶어도 만날수없고 만날수 있어도 메워지지않는 간극으로 가득찬 아쉬운 관계들. 그래도 두고오길 잘했다고 자위한다.사진첩을 덮습니다. 옷장 깊숙이 그것을 감추려다 원래놓여 있던 자리에 그대로 올려둡니다. 언젠가 또 우리는그것을 펼치겠지요. 우리 삶에서 가장 돌아가고 싶은 한순간을 그리면서요. 잘 지내시냐, 건강하시냐,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이들에게 닿지 못할 안부 인사를 보내며 말입니다. 재하 p89곰곰이 고민하다 저는 봉투의 공란에 오래전 우리가 함께 살던 집의 주소를 적었습니다. 사진관에 딸린 그 작은집의 주소를요. 한데 모여 밥을 먹고, 골목에 나가 자전거도 타고, 간간이 웃음을 터트리던 한때를 반추하면서요.누가 이 편지를 받을까요.재하야, 다정히 부르며 이마를 쓸어주는 아버지일까요.희고 따듯한 빛이 새어 들어오는 창가에 서서 해바라기를하는 어머니일까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다 가만히미소 짓는 형일까요.누구든 그곳에서는 더이상 슬프지 않기를 바라며 오오누키 씨에게 편지를 건넸습니다. 미처 못다 한 말이 봉해진 편지를요.재하 p143그무렵에는 내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이런 문장을 쓸 수 있었구나 그때는 몰랐던 것들을 다시 읽으며 조금 이해했던것 같아요. 간극이 상당해 처음에는 인물의 감정이 잘짚이지 않다 후에야 찾아들 때도 있었고요.그러다보니 사람이 유동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은 언제든 변할 수 있고, 그 변화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변화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과정이라는 생각이요. 생 안에서 고투하고 화해하며 기하의뾰족함은 그리움과 넉살로 바뀌고, 재하는 유년에 비해조금 쓸쓸해졌죠. 두 사람이 왜 그렇게 변했는지 일일이 설명하기보단 독자들이 그 변화의 간극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쓰고 싶었어요.˝ 인터뷰 p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