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옷장 - 개정판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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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완독한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아니 에르노의 첫 작품. 이미 같은 소재로 쓴 이 작품의 연장선 내지 해설서? 같은 ˝사건˝을 읽었기때문에 적나라한 자전 소설에 대한 놀라움은 접어두었다.
다만 낙태를 하게된 여대생이 자신의 지난날과 가족을 회상하며 끊임없이 주저리주저리 신세한탄 하는것을 이렇게 농밀하고 흥미롭게 풀어 한권의 소설로 만들어낸 저자의 필력은 정말 대단하다.


빅토르 위고나 페기처럼 교과 과정에 있는 작가를공부해 볼까. 구역질이 난다. 그 안에는 나를 위한 것,
내 상황을 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내가 느끼는것을 묘사하거나 이 끔찍한 순간이 지나가게끔 도와주는 대목은 한 구절도 없다. 탄생, 결혼, 임종, 모든 상황마다 그에 따른 기도가 존재하지 않는가. 모든 상황에맞는 구절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낙태 전문 산파의 집에 갔다가 나온 스무 살의 여자아이를 위한 그 여자아이가 걸으면서, 침대 위에 몸을 던지면서 생각하는 것에 관해 쓴 구절. 그렇다면 나는 읽고 또 읽을 것이다.
책은 그런 일에 대해 침묵한다. p9

괴물, 차라리 그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면...그들은 내게 별말을 하진 않지만, 내가 갖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을 사준다. 책, 책상, 책꽂이. 어머니는 발뒤꿈치를들고 와서 말한다. 편하게 글을 쓸 수 있게 의자가 갖고 싶지 않니? 네가 가서 직접 골라!> 책 책 어머니는그것을 너무 믿어서 내게 먹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p141

내가 아무리 학위를 쌓아 놓아도 절대 숨기고 싶은 것, 내 가족의 추함,주정뱅이들의 바보 같은 웃음, 내가 얼마나 천박한 말투와 몸짓으로 채워진 멍청한 년이었는지를 감출 만큼충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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