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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인간 - 사도세자의 죽음과 조선 왕실 ㅣ 문학동네 우리 시대의 명강의 2
정병설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애정하는 정조대왕의 아버지,
아비 영조에의해 뒤주에 갖혀 죽임을 당한 비운의 왕세자,
사도세자.
그 죽음을 당파싸움의 희생양이다, 광기때문이다 등등 아직도 설왕설래 논란이 많은듯하다.
이 책은 사도세자가 죽임을 당한 이유를 광기로 영조를 죽이려 했기때문이라는 관점으로 서술하였다.
역시 정병설 교수님이 역자인 부인 혜경궁 홍씨가 말년에 기록한 ‘한중록‘은 일전에 독서모임에서 읽었는데 여기에 영조의 강박증과 육아방식에 의한 세자의 광기가 여러곳에 서술되어 있었고 생각외로 재밌었다.
노론음모론을 내세웠던 이덕일의 ‘사도세자의 고백‘도 흥미진진하게 읽었었다.
부록에 실려있듯 저자간에 공방전이 치열했던것 같다.
과거는 기록한 자들의 것이라 했던가?
미미한 남겨진 기록의 편린에서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유추해 내는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은건 어쩔수 없다.
좀더 많은 사료가 발굴되어 후대인들에게 진실을 알려주었음 하는 바램이다.
권력앞에 인간은 자식과 형제, 친우를 죽이고 속이는 비정함을 보이기도 한다. 권력을 유지한다는 것은 극도의 외로움에 쌓여 그 안위를 염려해야 하는것.
인간에게 권력은 무엇일까?
한번은 영조가 사도세자에게 이런 훈계를 한 적이 있다. ˝음식은한때의 맛이요, 학문은 일생의 맛이다. 배부르면서도 체하지 않는 것은 오직 학문뿐이다.˝(『영조실록」, 1749. 2. 17) 학문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탈이 없으니 최선을 다하라는 주문이다. 사도세자는 공부를 싫어하고 밥 먹기만 좋아했는데, 그것을 빗대어서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미련하게 밥만 탐하지 말고, 아무리 먹어도 체하지 않는 공부를 하라는것이다. 하지만 사도세자는 타고난 성격이 영조와 전혀 달랐다.
p107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힌 날, 영조가 세자를 처벌하기 위해 용포를 벗겨보니 그 아래에 생무명옷이 있었다. 무명옷을 본 영조는 사도세자를 헐뜯는 자들의 말을 떠올리고는 격분했다. 더욱이 염색을하지 않은 생무명옷이라 영조의 화는 더했다. 생무명옷은 부모의 상례 때나 입는 옷이니 이것만 봐도 자기가 죽기를 바란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어린 시절 무명옷을 입겠다는 사도세자의 선언은 무명옷을입고 죽게 된 자신의 처지를 예언한 셈이 되어버렸다.p119
금등지서는 실물이 공개되지도 않았고 전문이 알려지지도 않았다.
정조는 전체 글 가운데 단 스무 자의 시만 베껴서 신하들에게 보여주었다. ˝피 묻은 옷자락이여, 피 묻은 옷자락이여. 오동나무 지팡이여, 오동나무 지팡이여. 누가 안금장과 차천추와 같은 충신인가. 내 죽은 자식을 그리워하고 있노라(血衫血衫 桐桐 誰是金藏千秋 懷歸來望思)‘.p239
조지 오웰은 유명한 소설 『1984」에서 ‘빅브라더의 전제 권력하에서 ˝과거는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계속 바뀌어갔다(The past not onlychanged, but changed continuously)˝라고 썼다. 정조 역시 아버지 사도세자를 위해, 또 자기 자신과 조선 왕실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위해, 사도세자의 이미지를 조금씩 바꾸어나갔다. 금등지서는 그 과정에서 민들어진 조작으로 추정된다.p245
정조는 자신의 통치 철학을 드러낸 「만천명월주인옹자서를 현판으로 만들어 궁궐 곳곳에 걸게 했다. 일반적으로 만천명월의 밝은달‘ 메타포는 세상을 두루 비추는 임금의 은혜로 이해하는데, 사실정조의 달빛은 은혜의 빛이 아니라 세상을 감시, 조종, 통제하는 통치의 빛이다. 임금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어떤 구석을 비추어 그들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묶어서 정치라는 조화 속에 넣는 것이다.
여기서 임금은 세상을 이끄는 유일한 조종자다.p310
세상사가 그렇듯이 인간은 때가 되면 떠나야 한다. 죽음이 두려워평생 죽을 사(死)‘자와 돌아갈 귀(歸)‘ 자는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던영조도 죽었다. 권력은 때가 되면 놓아야 하는 것이지만, 사람이 죽을때를 모르는 것처럼 권력도 놓을 때를 알지 못한다. 권력이라는 보석은 크고 화려한 것도 있지만 작고 소박한 것도 있다. 작고 소박한 것조차도 못 놓는 사람이 대부분이니 큰 것을 포기하기란 정말 힘들다.p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