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이하 <허삼>)를 먼저 읽고 옌렌 커의 <딩씨 마을의 꿈>(이하<딩씨>)을 나중에 읽었을 법한데, 이 반대의 순서로 읽었다. 그러다보니 <허삼>은 삶의 페이소스가 있는 책이건만 나에겐 그저 가볍게만 느껴지는 것이었다. 나름의 해피엔딩이어서 더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허삼관은 병에 걸리지도 않았고 그저 나이에 맞게 쇠약해져 간 것뿐이니까 말이다. 사실 중간에 큰아들 살리려고 지역을 이동하며 피를 뽑을 때는 허삼관이 죽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는데, 이것도 너무나 비극적인 <딩씨>의 영향이 아니었나 싶다.
단연 올해 책읽기의 충격적 경험은 <딩씨>가 아니었나 싶다. 사실 중간에 한 번의 위기가 있었는데, 친구가 추천해준 책이라-그리고 사실 그 친구가 평소 나보다 더 깊이 있는 책읽기를 하는 친구가 아니라서-그가 읽으먼 나도 읽지하는 마음으로 다시 책을 집어 들었는데 정말 다 안 읽었으면 어쩔뻔했냐 이말이다. 옌렌 커는 처음 접하는 중국 작가인데 중국에서 왜 싫어하는지 알 것 같았다. 돈에 미치면 인간이 어디까지 악랄해질 수 있는지 너무 잔잔하면서도 슬프게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소재가 워낙 충격적인데, 실제로 이런 마을이 있었다고 하고 이 실태를 알리다 중국의 미움을 받아 미국으로 망명한 의사도 있다고 한다.
중간에 엉엉 운 부분도 있었는데, 어떤 부분에서 많이 슬퍼하는지를 정확히 알게 되었다. 예전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고 엉엉 울었던 마음과 정확히 일치했다. 그리고 옌렌 커에게 너무 반해서 이 작가를 유명하게 해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도 읽고 있는데 여자가 배신할까봐 조마조마하며 뒷이야기 못 읽는 중.. 하.. 읽어야 하는뎅. 배신하면 너무 속상할 거 같다. 이 책 영화화도 되었다고 하는데, 미친듯이 글을 잘 썼지만 나는 <딩씨>가 훨 백배 나은 거 같다. 사랑의 문제보단 인간의 깊은 내면과 사회를 다룬 이야기를 더 흥미있어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몇 년만에.
암튼 중국은 왜 이리 피를 뽑고 난리였는지 궁금했는데 아마도 수출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역사전공 친구가 말해주었다. 피 뽑으면 주는 돈이 꽤 큰 금액이어서 중국 내에서 환자들에게만 쓰는 거라면 그렇게 큰 돈을 줄 수 있을까 싶었다-사실 현재 우리나라만 해도 헌혈은 봉사지 돈을 주진 않으니까 말이다. 하긴 환자는 돈으로 사긴 하지. 좀 이상한 시스템이네-근대기의 중국 매혈에 대해 관심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워낙 유명한 <허삼>을 읽기 시작했단 거다. 몇 시간 안되어 후루룩 읽어낼 수 있을 정도의 가벼운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