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가, 잡초 - ‘타고난 약함’을 ‘전략적 강함’으로 승화시킨 잡초의 생존 투쟁기 이나가키 히데히로 생존 전략 3부작 2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소영 옮김, 김진옥 감수 / 더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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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서 잡초에 대한 연구는 필수적이다. 주로 효과적인 잡초 방제를 위해서이다. 그리고 잡초의 다양한 특성을 여러 방면으로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연구도 진행된다.
랄프 왈도 에머슨, "잡초는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다." 잡초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우리가 아직 모르는 잠재된 개개인의 가치, 개성이 있다.
저자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식물학자, 농학박사이다. 잡초생태학을 전공했고, 잡초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와 인생관을 친절한 설명으로 알려준다.

24쪽
잡초를 주변에 흔하고 하잘것없는 식물이라고 표현하지만, 길가나 밭에서 싹을 틔워 점점 번식해나가는 일은 식물에게는 상당히 특별한 일이며, 방해되는 식물이 되려면 그런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
잡초가 되기 쉬운 식물의 성질을 '잡초성weediness'이라고 하는데, 이 잡초성이 있는 식물만 잡초로 살아갈 수 있을 뿐 아무 식물이나 잡초가 되는 것은 아니다.
+ 잡초학자 베이커는 <잡초의 진화>라는 논문에서 '이상적인 잡초의 조건'으로 열두 가지 항목을 들었다. (생략)

31쪽
잡초의 첫 인상은 인간이 아무리 없애려 해도 없앨 수 없는, 강하고 끈질기게 자라며 생존하는 식물이었다. 그러나 잡초는 연약하다. 적어도 식물 사회에서는 경쟁에서 강한 식물을 이기지 못한다. 그래서 잡초는 강한 식물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길가나 밭, 하이킹 코스처럼 인간이 만들어낸 특수한 장소에서 자라난다. 
잡초의 기본 전략은 '싸우지 않는 것'이다. 강한 식물이 자라지 않는 곳만 골라서 자리잡는다. 한마디로 경쟁사회에서 도망친 낙오자인 셈이다.
식물의 전략: CSR 삼각형 이론. C: competitive(경쟁에 강하다), S: stress tolerance(스트레스에 강하다), R: ruderal(환경 변화에 강하다).

<휴면과 발아>
씨앗이 땅에 떨어진 시기와 발아에 적합한 시기가 다르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잡초를 포함한 야생식물은 씨앗이 무르익어도 바로 싹을 틔우지 않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 구조를 1차휴면(내생휴면)이라고 한다.
1차휴면은 발아에 적합한 시기를 기다리는 휴면이다.
식물의 씨앗이 봄을 느끼기 위한 필수 조건은 겨울 추위다. 겨울의 낮은 기온을 경험한 씨앗만이 봄의 따뜻함을 느끼고 싹을 틔운다. 겨울이 오지 않으면 진정한 봄도 오지 않는다.
싹을 틔우려고 했는데 환경이 발아에 적합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면 잡초 씨앗은 다시 휴면 상태에 들어가는데 이를 2차휴면(유도휴면)이라고 한다.
한편, 각성해서 싹을 틔울 때가 되어도 발아에 필요한 물이나 산소, 온도가 적당하지 않으면 씨앗은 싹을 틔우지 않는다.

발아율: 특정 종자 집단에서 정상적으로 발아한 종자 수의 비율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 심은 씨앗 수에서 건강하게 싹이 터서 살아난 씨앗의 비율.
(발아한 씨앗의 수/전체 심은 씨앗의 수) * 100%
발아세: 일정 기간 내에 발아한 종자의 수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 발아세가 높다는 것은 발아가 빠르고 왕성하게 시작되는 우량한 종자임을 의미한다.
식물 발아에 필요한 세 가지 요소: 물, 산소, 온도

167쪽 "화학적 방제"
세균이나 박테리아, 해충은 수명이 짧고 1년동안 몇 번이나 세대를 갱신한다. 그러면 약제에 저항성이 있는 개체를 반복해서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잡초는 수명이 짧다고 해도 1년 동안 1세대만 거치는 정도다. 세대 갱신 속도가 이러니 저항성이 발달하지 않으리라고 추측해 왔다. 그런데 제초제를 남발한 나머지 기어코 제초제가 듣지 않는 저항성 잡초가 더 잇따라 나타나게 된 것이다.
제초제는 편리한 도구지만 그만큼 사용법에 더 신경 써야 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제초 방법을 사용하면서도 잡초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피해가 없는 정도로만 억제하도록 제안: 종합적 잡초 관리(IWM). 기존의 '종합적 병충해 관리(IPM)'를 잡초에 응용한 것.
해충은 천적이 있다. 숫자가 더 늘어나지 않는다.
But 잡초는 천적이 없다. 한 줌이었던 잡초가 순식간에 산더미처럼 불어난다.

제초제의 종류. 제초제에는 식물의 광합성을 저해하는 제초제, 아미노산 합성을 저해하는 제초제 등이 있다. 어떤 식물이든 시들게 하는 비선택성 제초제와 작물은 시들지 않고 잡초만 시들게 하는 선택성 제초제가 있다.

171쪽 "생물적 방제"
논에 오리를 풀어놓는 오리 농법. 오리가 해충을 쪼아 먹고. 오리가 논을 헤엄치면 진흙이 섞이며 물이 흐려져 물 속 땅까지 빛이 닿지 않게 되어 잡초 싹이 나지 않거나 시들어 버린다.
전통 잉어 농법을 참고하거나 미꾸라지, 투구새우, 실지렁이 등을 이용해서 잡초를 막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생태계에서 독주는 용납할 수 없다>

147쪽

식물들은 득이 될 수도 있고 해로울 수도 있는 다양한 화학물질을 내뿜어 주변 식물을 억제하거나 해충, 동물로부터 몸을 지키는데, 이를 타감작용(Allelopathy)이라고 한다.

원산지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외국으로 건너가 맹위를 떨치는 식물이 있다. 바로 주변에 천적이 없는 경우에서이다. 귀화잡초인 양미역취는 뿌리부터 유독한 물질을 내뿜는다. 이 물질이 주변에 있는 식물의 발아나 생육을 억제한다. 그렇게 해서 경쟁자가 사라지면 대량으로 한가득 번식하여 넒은 군락을 만들어낸다.

경쟁자 없이 독주하는 것, 주변이 온통 양미역취투성이가 되니 양미역취가 뿜어내는 독성물질이 자신의 발아나 성장까지 좀먹는 결과를 가져왔다.


'독주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서로 도와야 이득이다.' 이것이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35억 년 동안 생물이 진화하면서 이끌어낸 답이다. 그 어떤 도덕심도 없는 자연계에서 고르고 골라 얻어낸 답에는 이렇게 도덕심이 흘러넘친다.

‘독주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서로 도와야 이득이다.‘ 이것이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35억 년 동안 생물이 진화하면서 이끌어낸 답이다. 그 어떤 도덕심도 없는 자연계에서 고르고 골라 얻어낸 답에는 이렇게 도덕심이 흘러넘친다. - P209

식물의 진화에서 씨앗은 획기적인 존재다. 씨앗은 딱딱한 껍질로 보호받으므로 건조에 견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씨앗 속에 들어있는 싹은 껍질의 보호를 받으며 발아시기를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있다. 식물은 물이 없으면 말라 죽는데, 씨앗은 물이 없어도 긴 시간 동안 기다릴 수 있다. 아주 오래된 씨앗에서 싹이 났다는 뉴스를 종종 보듯이 씨앗은 시간을 뛰어넘는 타임캡슐과 같다. 그리고 오랜 시간 유지된다는 것은 그동안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씨앗이라는 타임캡슐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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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는 왜 세상을 구하지 못했을까? - 소녀가 소비하는 문화, 그 알려지지 않은 이면 이해하기
백설희.홍수민 지음 / 들녘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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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 번은 읽어 봐야 할 책이다. 몰랐던 단어들과 새로운 관점 그리고 여러 모순을 알 수 있었다. 어린이가 이렇고 저렇고 어떻다 하기 전에 어린이를 둘러싼 사회 문화 구조. 성인들의 문화부터 바르게 일구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소녀이거나 한때 소녀였던 사람들이 소비하고 향유했던 문화의 이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소비자의 수요를 잘게 나누어 접근하는 ‘시장 세분화 전략‘ 이게 마케터들에게 여러모로 이점이 많다네요. 특정 소비자를 겨냥하기 쉬워지고, 새로운 판매처를 개척해야 하는 부담도 줄어들고, 새로운 소비 정체성이 소비자에게 일종의 압력으로 작용하여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까지 발생하게 한다니..
예시를 들자면, 여자아이를 위한 선물로 양말 한 켤레를 구매하려는 성인이 있습니다. 그의 앞에는 기본 가격이 매겨진 흰 양말과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여아용 ‘분홍색‘ 양말이 진열되어 있네요. 이 경우 성인 소비자는 돈을 더 내더라도 ‘여자아이를 위한 것 같아 보이는‘ 분홍색 양말을 구매하게 됩니다.
˝기존 애니메이션에 편안함을 느끼던 시청자라도, 스스로가 ‘소녀‘이거나 ‘소녀‘인 자녀가 있으면 소녀 정체성이 새로이 부여된 또 다른 카테고리에 소비 책임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곧 타깃 집단의 소비 증대로 연결되고요.˝

미디어 믹스 전략, 슈퍼전대와 세일러문 말고 지금 거의 대부분의 프랜차이즈가 미디어 믹스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꼬마마법사 레미> 당시 스태프들은 오로지 시청률과 완구 판매 수익에만 신경쓰고 있었다. <프리큐어> 애니메이션 ‘장난감 문제‘. 완구 제조 업체가 애니메이션의 스토리에까지 관여? 시장 경제 구조에 완전 찌들어버린 우리 사회..

나다움어린이책 창작 공모전. 이 있었다.
성평등 어린이 청소년 책 목록 등

sf나 판타지 장르 속
어슐러 르 귄이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찾게 된 과정을 말하는 인터뷰 내용도 흥미로웠다. 작가가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여자가 하기에 가장 쉬운 일은 남성 작가인 척하는 것, 남자를 이야기의 중심에 두는 것이었다고 한다. 작가로서 어슐러 르 귄은 마치 남자인 척 생각하는 여성처럼 행동해 왔다고 이야기한다. 소설 쓰기에 대한 접근 방식을 재고해야 했다. 성(gender)적인 측면에서 특권과 권력과 지배력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sf나 판타지가 그간 해오지는 않았지만.

여성을 이야기의 중심에 두면 몇몇 독자들을 잃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날카롭고 끔찍한 페미니스트라는 비난을 받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죠.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명예 남성‘을 가장하지 않거나, 세상이 남성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비로소 저 자신을 스스로의 중심에 둘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사실이 글쓰기에 좋은 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등 어슐러 르 귄의 에세이, 단편소설이나 중편소설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남성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여성 주인공의 존재는 언제나 유의미하다. 하지만 이러한 인물들이 갖고 있는 위험성 또한 경계해야 한다. 이 여성 인물들이 지닌 초현실성이 현실에 존재하는 성차별의 가림막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무수한 여성 영웅이 실존해왔음에도 성차별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 P158

(•••) 이처럼 걸그룹은 어른이 되어서도 유아동의 표상을 흉내 내야 하지만 동시에 아동기에 이미 ‘섹시 콘셉트‘를 소화하는 존재입니다. 여성학자 정희진이 『페미니즘의 도전』에서 지적한 것처럼 사회가 여성에게 ‘달성 불가능한 이중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지요. 2000년대 초중반에 유행했던 ‘베이글‘이라는 단어의 뜻을 다시금 떠올려봅시다. "베이비 페이스지만 몸매는 글래머러스하다." 우리 시대의 여성상은 이토록 절충적이면서도 모순되게 빚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순 속에서 여성은 평범한 인간이 아닌, ‘불가능을 목표로 하는 존재‘로 거듭납니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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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논술 특강 - 자기 주도 논술 시험 훈련법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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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과 글쓰기를 두려워했던 사람이었지만, 요즘 들어서 독해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책꽂이에 있는 책을 무작정 들어 읽었다. 독서, 토론, 글쓰기의 중요성을 상기하게 되었다. 논술 시험을 준비하는 독자를 위한 시험 글쓰기 훈련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의 별책 부록이지만 먼저 읽게 되었다. 나중에 글쓰기 특강도 읽어보고 싶다.

글쓰기 계획과 메모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관련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해서 읽기 쉬웠다.


논술 시험 기출 문제 3문제를 통해 시간 활용, 답안 설계, 문장 쓰기까지 살펴본다.

1. 논술 시험 문제를 받으면 가장 먼저 제시문과 논제를 대략 훑어보고, 시간표를 짠다.

2. 같은 문항에 논제가 둘 이상 있으면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독해하는 데 집중한다.

3. 배경지식에 의존하지 말고 제시문과 논제를 독해하는 데 집중한다.

4. 시험 시간의 절반을 제시문과 논제를 독해하고 중요한 정보나 논리를 메모하는 작업에 쓴다.

5. 메모를 최대한 상세하게 수정 보완한 다음에 문장 쓰기를 시작한다.

6. 정해진 분량을 지켜서 쓴다.

7. 문장은 단문을 기본으로 하고 꼭 필요할 때만 복문을 쓴다.

8. 불필요한 정보는 쓰지 말아야 하고 필요한 정보라도 반복하지 말아야 하며 출제자가 요구하지 않은 것은 절대 쓰지 않는다.


 책 곳곳에 숨어있는 수험생을 향한 작은 응원들: 배경지식이 없어도 글 쓸 수 있다, 대학교수와 수험생의 갑을 관계, 이 책에서 보여 주는 예시 답안에 미치지 못하는 글을 써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상관관계: 한 변수가 변할 때 다른 변수도 함께 변하는 경향

인과관계: 한 사건이 원인이 되어 다른 사건을 발생시키는 관계

무슨 일이든 마음의 자세가 중요하다. 논술 시험도 그렇다. 논술 시험 수험생에게 꼭 필요한 마음의 자세가 있다. 첫째는 겁을 내지 않는 것이다. 글쓰기에 확고한 자신감을 가진 수험생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자신감이 없으면 논술문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 논술 시험은 정답이 없다. 논술문은 틀린 것과 맞는 것이 있는 게 아니다. 말이 되는 글과 말이 되지 않는 글이 있을 뿐이다. 논술문은 말이 되게 쓰기만 하면된다.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해서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실력이 있어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 P16

실전 연습을 할 때는 실제 시험장과 비슷한 환경에서 시간을 엄격하게 지키며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훈련을 실전처럼 해야만 실전에서 훈련한 대로 할 수 있다. 논술 시험은 훈련을 실전처럼 하지 않아도 실패하고 실전을 훈련처럼 하지 않아도 실패한다. 35년 전 군복무를 할 때 늘 외치던 구호가 있다. ‘훈련의 땀 한 방울은 실전의 피한 방울 훈련을 실전처럼 진지하고 실감 나게 하라는 것이다. 이 구호는 시험 글쓰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장난처럼, 그냥 한번 해 본다는 식으로 훈련하면 실전에서 효과가 없다. - P22

논리적 글쓰기는 자기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표현하는 작업이다. 토론은 타인을 거울삼아 자신의 내면을 비추어 보는 일이다. - P167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다. 현실에서는 펜이 아니라 칼이 강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칼의 힘은 글과 책의 힘만큼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펜보다 칼이 강해 보일 때가 많지만 길게 보면 펜이 칼보다 강한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은 글의 힘에 대한 찬양이 아니다. 글로 표현한 생각의 힘을 우러러보는 말이다. 말과 글의 힘은 모두 생각에서 나온다. 생각은 힘이 세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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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튼의 아름다운 야생 동물 이야기 1218 보물창고 9
어니스트 톰슨 시튼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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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책이지만 요즘 다시 읽고 싶어져서 읽기 시작한 책. 이 책으로 동물 문학이라는 장르를 처음 알게 되었다.

야생 동물을 우리에 넣고 키우는 일이 아닌 오랜 시간 동안 동물과 함께하며 제대로 아는 것, 살아가는 모습을 통찰하는 일에 관한 이야기이다.


기억에 남는 것들만 조금 요약


1. 커럼포의 늑대 왕 로보

 p.17 암소를 내동댕이친 뒤에 로보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시간 낭비할 것 없이 바로 이렇게 해치우면 되잖아?" : 인상적이었던 문장이다.

 p.30~31에서 로보의 짝으로 추정되는 늑대 블랑카가 카우보이들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을 때, 카우보이들은 그 날 하루 종일 로보가 블랑카를 찾아 배회하는 소리, 애달픈 울음소리를 듣게 되고, 작가이자 서술자인 '나'는 블랑카가 로보의 짝이었음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는 말을 한다. (🥺)


2. 은색 점박이 까마귀 실버스팟

 훑어보다가 새(까마귀) 울음소리 악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책 볼 때 글자보다 삽화나 지도, 표, 악보 같은 부수적인 자료에 먼저 관심이 생기는 사람이라 주의하면서 읽었다. (사실 악보를 볼 줄 모르지만 ^^)

이 챕터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동물인 까마귀 실버스팟은 20마리 정도 되는 까마귀 무리에서 가장 나이 많고 현명한 지도자 역할을 한다. 까마귀 무리는 마치 잘 훈련된 군사 부대처럼 만들고, 어른 까마귀들은 어린 까마귀들에게 날개를 펼치고 접는 때와 야생 위험 요소 등을 가르친다. 

 실버스팟에게는 취미이자 약점 하나가 있는데, 바로 조개껍데기와 주석 조각 같은 반짝이는 것들을 쌓아 놓은 무더기를 햇볕이 잘 드는 곳에 펼쳐서 집었다 놓았다 하며 가지고 놀고 알처럼 품기도 하고, 다시 나뭇잎과 흙으로 보물들을 덮어두고 하는 것이다. 책에서는 실버스팟 자신도 왜 좋아하는지는 모르지만 행동은 꽤 진지하다고 묘사했다. 이 설명이 조금 재밌었다. 까마귀가(아니면 다른 어떤 동물이든) 수집 취미를 가질 수 있다는 건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나도 그런 취미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 (사실 모을 수 있는 것을 찾기보단 우선 비워내야 할 것이 많다)


3. 깔쭉귀 솜꼬리토끼 래기러그

 토끼를 잡는 각종 야생 동물을 피해 도망가는 법, 냄새를 지우는 법, 주변의 장미 덤불을 이용해 숨는 법, 연못에서 수영하기 등을 엄마 토끼 몰리로부터 배우게 되는 어린 수컷 토끼 래기러그.

 발로 땅을 두드리는 것이 토끼들의 언어임을 알게 되었다 ㅎㅎ

 덩치 큰 토끼와 래기러그의 싸움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작은 토끼가 자신의 지혜를 믿고 자신의 엄마인 몰리를 괴롭히는 덩치 큰 토끼에 맞서 싸우는 장면, 사냥개를 유인해서 덩치 큰 토끼를 쫓아내는 장면과 그때 래기러그가 느꼈을 감정, 기분, 장소의 분위기(까지는 아닌듯) 등이 글을 읽으면서 정말 잘 와닿았다.

 여우에게 쫓기던 엄마 토끼 몰리가 차가운 연못에 뛰어들어 앞만 보며 뛰어 달아나는 장면은 정말 긴박했다. 심장 박동이 느려지며 결국 몰리가 죽게 되는 장면은 정말 슬펐다. 

 이 챕터를 읽으면서 나는 책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처럼 작가가 가상의 동물 캐릭터를 만들어서 지어낸 이야기 같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책에서 동물 사회의 직업, 자동차, 경찰, 격식에 맞는 의상 같은 것들이 묘사되고 있지는 않다. 얕은 추측일 뿐이지만 작가('나'라고 표현되는 서술자?)나 인간이 이야기에 개입하는 부분이 적어서 아니면 없어서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p.102에 묘사되어 있는 것처럼 오롯이 자신이 속한 작은 세상에서 치열하게(?)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토끼들의 이야기였다.


4. 영원한 나의 개 빙고 (늑대의 삶을 살았던)

 강아지에게 빙고라는 이름은 너무 흔한 이름인가? 외양간과 마구간을 거치며 훈련을 받는 빙고. 개와 인간 사이의 어떤 충성심 같은 것이 느껴지는 챕터였다.


5. 스프링필드의 여우

 여우 한 마리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으나 여우 가족에 관한 이야기였다. 스카페이스와 빅슨, 그리고 아기 여우들이 주변의 야생 동물을 괴롭히며 아니 사냥하며 살아가는 이야기. 암탉, 들쥐, 우드척, 청설모 등등을 잡는 법, 발자국 쫓기, 냄새 맡기 등등을 배우게 되는 아기 여우들. 스프링필드의 집에서 암탉들이 자꾸만 사라지는 이유가 여우들 때문임을 작가는 알면서도 아기 여우들이 신경 쓰였다는 문장이 기억에 남았다. 

 삼촌은 닭장에서 닭이 사라지는 것에 분노를 느껴 여우와의 전쟁을 선포하는데, 여우 가족이 살고 있는 굴을 알아낸 사냥개들은 쫓아 들어가려 하고, 일꾼들이 삽과 곡괭이를 들고 와서 굴을 팠다. 세 마리 새끼 여우가 목숨을 잃고, 나머지 한 마리는 개들이 물지 못하도록 꼬리를 잡아 높이 들어올린 덕에 살릴 수 있었다. 쇠사슬에 묶이게 된 아기 여우 한 마리는 쇠사슬을 물어뜯고 끊어 보려고 애쓰지만 허사였다. 엄마 여우 빅슨은 자식이 잡혀 있는 곳에 매일매일 찾아와서 먹이를 물어다 주고 따뜻하게 해주었다. 3장의 엄마 토끼와 아들 토끼 이야기도 그랬지만 헌신적이고 영웅적인 어머니 역할을 하는 동물이 여우 가족 이야기에서도 나타나서 좀 신기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조금 달랐던 점, 빅슨은 자신의 새끼가 사람들 손에 잡혀 비참하게 살아가게 내버려 두는 것보단 자신이 새끼를 죽임으로써 사람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우선이었던 것 같다. 


6. 야생마 무스탕 페이서

 야생 암말 9마리를 이끌고 다니는 검은 종마, 무스탕 페이서는 유난히 체력이 좋고 달리는 속도도 빨랐다. 무리 속에서 암말들의 황금색 털과 종마의 검은 털이 대비되었다. 암말들을 유혹해 잘 몰고 다녀서 항상 목장주들의 골칫거리가 되었던 페이서를 잡기 위해 야생마 무리와 원정대의 긴 추격전이 펼쳐진다. 작전은 야생마들을 무작정 빨리 달리게 만들고, 갈증에 물을 자주 마시게 하여 몸이 무거워진 말들을 서서히 지치게 하는 것이었다. 암말들은 뒤쳐졌지만, 페이서는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지치지 않고 달렸다. 원정대는 암말들을 잡아들였으나, 페이서를 잡는 데엔 실패했다. 이에 또 다른 작전을 짜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페이서가 일상적으로 물을 마시러 오는 장소인 앤틸로프 샘 근처에 큰 구덩이를 파놓고, 가지와 풀, 흙으로 덮어 함정을 만들어놓고 또 다른 구덩이 안에 숨어서 사람들이 지켜보고 타이밍 맞춰 총을 쏘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또 실패하고, 그 뒤로 페이서는 그곳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원정대 중 요리사 토마스 베이츠는 자신의 갈색 암말을 이용해 검은 종마를 유혹하는 작전을 실행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서 들판은 날이 갈수록 푸르러졌다. 암말은 구애하는 울음소리를 내며 무스탕 페이서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페이서는 자신의 코로 암말의 코를 건드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암말이 반응하자, 경계심은 잊고 정복의 기쁨에 온몸을 내던졌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함정이었고, 올가미에 뒷발이 묶인 페이서는 결국 잡히고 말았다. 톰은 두 번째 올가미를 던져 앞발을 솜씨 좋게 묶고, 재빨리 발 네 개를 함께 옭아맸다. 말은 완전히 무력해진 채 땅에 쓰러져 흐느꼈다. 톰은 암말의 굽을 떼어 불에 달군 뒤 말의 왼쪽 어깨에 낙인을 찍었다. 마지막으로 말을 집으로 데리고 가는 일이 남아 있었지만 미친 듯 날뛰는 말을 몰고 가는 일은 고역이었다. 톰은 자꾸만 달아나려 하는 말에 채찍질을 하고 허공에 총을 쏘아대며 방향을 바꿔 보려고 했지만, 허사였다. 절벽을 향해 달려 올라가는 말은 허공을 향해 뛰어내렸고, 결국 바위에 부딪혀 죽고 말았다.

 카우보이 한 명이 무스탕 페이서가 자주 나타나는 지역과 장소를 다 꿰고 있어도, 말과 사람들을 동원해 장거리 추격전을 벌여도 강철 같은 체력과 빠른 속도를 가진 검은 말 하나를 잡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온갖 작전을 실행해도 잡히지 않던 검은 종마가 암말의 유혹 하나에 넘어가 올가미에 잡히게 되는 일은 황당하면서도 수컷 말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구나 싶었다.


7. 황구 울리

 : 자신의 주인과 양들에게는 친절하지만 세상에 대해선 불친절한 개

 양 374마리를 몰고 공장 매연이 자욱한 사우스쉴드에 간 늙은 양치기 로빈과 울리. 양들이 우중충한 연기를 보고 제각각 달아나는 것을 본 로빈은 울리에게 양들을 데리고 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로빈은 양 수를 세다가 한 마리가 없어진 것 같아 나머지 한 마리를 찾아오라고 울리에게 시킨다. 울리는 없어진 양 한 마리를 찾아 온 도시를 헤맸다. 떠날 시간이 촉박해지자 로빈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울리가 양의 수를 메꾸기 위해 양을 훔치기라도 하면 일이 커질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개를 버리고 갔다. 그렇게 울리는 몇 년 동안 선착장에서 배를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냄새를 맡으며 주인을 찾기 시작하게 된다. 

 뱃사람들은 울리의 충성심을 대단하게 여기고 음식과 집 등을 챙겨준다. 울리는 처음엔 꺼렸지만 결국 뱃사람들을 받아들여 도움을 받게 된다. 어느 날, 울리는 한 가축 상인에게서 익숙한 냄새를 맡게 된다. 로빈이 만든 털장갑과 털목도리를 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울리는 털장갑의 주인과 함께 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다시 한 번 양을 지키는 개가 될 수 있었다. 새로운 곳에서 새 주인 돌리와 살게 된 울리는 양들을 한 마리도 잃어버리는 일 없이 양들을 무사히 지켜냈다. 그러나 돌리네를 제외한 이 지역의 목장주들은 밤마다 악마의 구멍에 사는 요상한 여우에게 공물을 바쳐야 했는데.. (더보기) (스포일러) 뒷이야기가 조금 무서웠다. 


8. 붉은 목 깃털의 자고새 레드러프

 앞 챕터에 비해 읽으면서 너무 귀엽다고 느껴진 챕터였다. 엄마 자고새와 아기 자고새 여러 마리가 숲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텍스트만으로도 새들의 움직임과 숲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 잘 전달되고 상상이 되었다. 진행될수록 자고새 무리에서 몸이 약해 낙오되거나, 병에 걸리거나, 다른 동물들에게 잡아먹혀 아기 새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지만. 이야기는 아기 새들 중 장남 자고새 레드러프의 삶으로 이어진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무엇무엇의 달'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베리가 익는 달', '사냥꾼의 달', '도토리의 달', '미친 달', '눈이 내린 달', '눈보라가 치는 달', '굶주림의 달', '잠에서 깨어나는 달', '갯버들 달'. 숫자로 된 날짜 표현보다 계절감이 느껴지는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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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판절판 책으로 읽었다.


새삼스럽게 그 촌스러운 보따리로 나를 알리는 것보다는 선생님이 내 이름도 알고 있을 것 같지 않은 존재 없는 아이의 소외감과 열등감에 안주하는 게 훨씬 속편했다기억에 남았던 문


 책에서 묘사되는 장면이 머릿속에서 정말 잘 그려졌다. 마치 생생한 수필 같았다. 아니면 잘 쓴 소설 비스무리한 일기 같기도 했다. 소설은 허구적 이야기라고 알고 있는데, 이 산문은 순전히 기억에만 의존하여 써 보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기억은 허구인가? 아니면 기억의 속성 중 하나가 허구적인 건가? 같은 상황 시간 사건에 대한 기억도 사람에 따라서 다 다르게 묘사하니까 실제적(객관적?)이지 않고 허구적(주관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걸까? 주관이 들어가게 되면 비로소 소설이 된다고 하는데, 그런 이야기인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싱아가 무엇일까? 제목을 보고 나에게는 생소한 단어였던 싱아가 눈에 띄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싱아는 여러해살이풀이며, 어린 대에 신맛이 있어 날로 먹을 수 있는 풀이다. 주인공이 어린 시절 살던 박적골에서는 싱아가 산기슭과 길가에 지천이었다. 학교 진학을 위해 서울 가까이에 이사를 오게 된 주인공은 통학길로 인왕산을 타고 넘어가며 산림녹화 사업을 위해 심어진 아카시아 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는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서울의 아이들은 산에 떼를 지어 다니면서 아카시아 꽃을 따먹었다. 주인공도 아카시아 꽃을 따서 먹어 보았지만 비릿하고 들척지근한 맛에 헛구역질했다. 아카시아 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기 위해 신맛이 나는 싱아를 간절히 찾았지만 싱아는 어디에도 없었다(고향이 아닌 서울의 산이었기에). 고향과 다른 서울의 환경에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이질감을 느끼며 무의식적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주인공의 마음을 서울 산의 아카시아 꽃과 박적골의 싱아를 대조하면서 표현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이 서울에 있는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고 여름이 되었을 무렵, 저녁을 먹고 오빠와 바람을 쐬러 선바위까지 올라가는 장면이 있다. 습관적으로 먹을 만한 풀을 찾으며 길목에 자란 풀들을 본 주인공은 고향의 싱아를 떠올리며 향수를 느끼는데, 이 시점에서는 싱아가 주인공에게 어린 시절 고향인 박적골에서만 겪을 수 있는 경험에 대한 추억, 서울 아이들은 알 수도 느낄 수도 없을 법한 자신만의 추억을 회상하는 매개체로 자리 잡은 듯하다. 마침내 주인공은 여름방학을 맞이하고, 시골에 내려가게 된다. 너무너무 반가운 고향이었지만, 그전과는 다르게 서울에서 온 자신을 아니꼽게 바라볼 고향 동무들과의 사이. '들판의 싱아도 지천이었지만 이미 쇠서 먹을 만하지는 않았다' 라는 구절을 통해 어린 시절 박적골의 추억과 멀어지며 자신은 이제 서울 학교의 학생이라는 정체성이 더 짙어짐을, 현저동과 그곳에서의 생활에 완전히 적응했음을 비유적으로 말하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이 책의 맨 마지막에 있는 김윤식 문학평론가의 작품해설에서 싱아가 상징하는 것은 작가 박완서의 기억 회상이라고 이야기한다. 기억에 시간이 더해지고, 주관이 있어야 비로소 순수 소설이 된다는 김윤식의 말을 빌려, 더 세밀하게 말하자면 이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어린 시절 박적골에 대한 기억과 현저동에 정착해나가는 과정에 대한 기억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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