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튼의 아름다운 야생 동물 이야기 1218 보물창고 9
어니스트 톰슨 시튼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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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책이지만 요즘 다시 읽고 싶어져서 읽기 시작한 책. 이 책으로 동물 문학이라는 장르를 처음 알게 되었다.

야생 동물을 우리에 넣고 키우는 일이 아닌 오랜 시간 동안 동물과 함께하며 제대로 아는 것, 살아가는 모습을 통찰하는 일에 관한 이야기이다.


기억에 남는 것들만 조금 요약


1. 커럼포의 늑대 왕 로보

 p.17 암소를 내동댕이친 뒤에 로보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시간 낭비할 것 없이 바로 이렇게 해치우면 되잖아?" : 인상적이었던 문장이다.

 p.30~31에서 로보의 짝으로 추정되는 늑대 블랑카가 카우보이들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을 때, 카우보이들은 그 날 하루 종일 로보가 블랑카를 찾아 배회하는 소리, 애달픈 울음소리를 듣게 되고, 작가이자 서술자인 '나'는 블랑카가 로보의 짝이었음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는 말을 한다. (🥺)


2. 은색 점박이 까마귀 실버스팟

 훑어보다가 새(까마귀) 울음소리 악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책 볼 때 글자보다 삽화나 지도, 표, 악보 같은 부수적인 자료에 먼저 관심이 생기는 사람이라 주의하면서 읽었다. (사실 악보를 볼 줄 모르지만 ^^)

이 챕터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동물인 까마귀 실버스팟은 20마리 정도 되는 까마귀 무리에서 가장 나이 많고 현명한 지도자 역할을 한다. 까마귀 무리는 마치 잘 훈련된 군사 부대처럼 만들고, 어른 까마귀들은 어린 까마귀들에게 날개를 펼치고 접는 때와 야생 위험 요소 등을 가르친다. 

 실버스팟에게는 취미이자 약점 하나가 있는데, 바로 조개껍데기와 주석 조각 같은 반짝이는 것들을 쌓아 놓은 무더기를 햇볕이 잘 드는 곳에 펼쳐서 집었다 놓았다 하며 가지고 놀고 알처럼 품기도 하고, 다시 나뭇잎과 흙으로 보물들을 덮어두고 하는 것이다. 책에서는 실버스팟 자신도 왜 좋아하는지는 모르지만 행동은 꽤 진지하다고 묘사했다. 이 설명이 조금 재밌었다. 까마귀가(아니면 다른 어떤 동물이든) 수집 취미를 가질 수 있다는 건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나도 그런 취미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 (사실 모을 수 있는 것을 찾기보단 우선 비워내야 할 것이 많다)


3. 깔쭉귀 솜꼬리토끼 래기러그

 토끼를 잡는 각종 야생 동물을 피해 도망가는 법, 냄새를 지우는 법, 주변의 장미 덤불을 이용해 숨는 법, 연못에서 수영하기 등을 엄마 토끼 몰리로부터 배우게 되는 어린 수컷 토끼 래기러그.

 발로 땅을 두드리는 것이 토끼들의 언어임을 알게 되었다 ㅎㅎ

 덩치 큰 토끼와 래기러그의 싸움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작은 토끼가 자신의 지혜를 믿고 자신의 엄마인 몰리를 괴롭히는 덩치 큰 토끼에 맞서 싸우는 장면, 사냥개를 유인해서 덩치 큰 토끼를 쫓아내는 장면과 그때 래기러그가 느꼈을 감정, 기분, 장소의 분위기(까지는 아닌듯) 등이 글을 읽으면서 정말 잘 와닿았다.

 여우에게 쫓기던 엄마 토끼 몰리가 차가운 연못에 뛰어들어 앞만 보며 뛰어 달아나는 장면은 정말 긴박했다. 심장 박동이 느려지며 결국 몰리가 죽게 되는 장면은 정말 슬펐다. 

 이 챕터를 읽으면서 나는 책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처럼 작가가 가상의 동물 캐릭터를 만들어서 지어낸 이야기 같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책에서 동물 사회의 직업, 자동차, 경찰, 격식에 맞는 의상 같은 것들이 묘사되고 있지는 않다. 얕은 추측일 뿐이지만 작가('나'라고 표현되는 서술자?)나 인간이 이야기에 개입하는 부분이 적어서 아니면 없어서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p.102에 묘사되어 있는 것처럼 오롯이 자신이 속한 작은 세상에서 치열하게(?)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토끼들의 이야기였다.


4. 영원한 나의 개 빙고 (늑대의 삶을 살았던)

 강아지에게 빙고라는 이름은 너무 흔한 이름인가? 외양간과 마구간을 거치며 훈련을 받는 빙고. 개와 인간 사이의 어떤 충성심 같은 것이 느껴지는 챕터였다.


5. 스프링필드의 여우

 여우 한 마리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으나 여우 가족에 관한 이야기였다. 스카페이스와 빅슨, 그리고 아기 여우들이 주변의 야생 동물을 괴롭히며 아니 사냥하며 살아가는 이야기. 암탉, 들쥐, 우드척, 청설모 등등을 잡는 법, 발자국 쫓기, 냄새 맡기 등등을 배우게 되는 아기 여우들. 스프링필드의 집에서 암탉들이 자꾸만 사라지는 이유가 여우들 때문임을 작가는 알면서도 아기 여우들이 신경 쓰였다는 문장이 기억에 남았다. 

 삼촌은 닭장에서 닭이 사라지는 것에 분노를 느껴 여우와의 전쟁을 선포하는데, 여우 가족이 살고 있는 굴을 알아낸 사냥개들은 쫓아 들어가려 하고, 일꾼들이 삽과 곡괭이를 들고 와서 굴을 팠다. 세 마리 새끼 여우가 목숨을 잃고, 나머지 한 마리는 개들이 물지 못하도록 꼬리를 잡아 높이 들어올린 덕에 살릴 수 있었다. 쇠사슬에 묶이게 된 아기 여우 한 마리는 쇠사슬을 물어뜯고 끊어 보려고 애쓰지만 허사였다. 엄마 여우 빅슨은 자식이 잡혀 있는 곳에 매일매일 찾아와서 먹이를 물어다 주고 따뜻하게 해주었다. 3장의 엄마 토끼와 아들 토끼 이야기도 그랬지만 헌신적이고 영웅적인 어머니 역할을 하는 동물이 여우 가족 이야기에서도 나타나서 좀 신기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조금 달랐던 점, 빅슨은 자신의 새끼가 사람들 손에 잡혀 비참하게 살아가게 내버려 두는 것보단 자신이 새끼를 죽임으로써 사람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우선이었던 것 같다. 


6. 야생마 무스탕 페이서

 야생 암말 9마리를 이끌고 다니는 검은 종마, 무스탕 페이서는 유난히 체력이 좋고 달리는 속도도 빨랐다. 무리 속에서 암말들의 황금색 털과 종마의 검은 털이 대비되었다. 암말들을 유혹해 잘 몰고 다녀서 항상 목장주들의 골칫거리가 되었던 페이서를 잡기 위해 야생마 무리와 원정대의 긴 추격전이 펼쳐진다. 작전은 야생마들을 무작정 빨리 달리게 만들고, 갈증에 물을 자주 마시게 하여 몸이 무거워진 말들을 서서히 지치게 하는 것이었다. 암말들은 뒤쳐졌지만, 페이서는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지치지 않고 달렸다. 원정대는 암말들을 잡아들였으나, 페이서를 잡는 데엔 실패했다. 이에 또 다른 작전을 짜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페이서가 일상적으로 물을 마시러 오는 장소인 앤틸로프 샘 근처에 큰 구덩이를 파놓고, 가지와 풀, 흙으로 덮어 함정을 만들어놓고 또 다른 구덩이 안에 숨어서 사람들이 지켜보고 타이밍 맞춰 총을 쏘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또 실패하고, 그 뒤로 페이서는 그곳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원정대 중 요리사 토마스 베이츠는 자신의 갈색 암말을 이용해 검은 종마를 유혹하는 작전을 실행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서 들판은 날이 갈수록 푸르러졌다. 암말은 구애하는 울음소리를 내며 무스탕 페이서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페이서는 자신의 코로 암말의 코를 건드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암말이 반응하자, 경계심은 잊고 정복의 기쁨에 온몸을 내던졌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함정이었고, 올가미에 뒷발이 묶인 페이서는 결국 잡히고 말았다. 톰은 두 번째 올가미를 던져 앞발을 솜씨 좋게 묶고, 재빨리 발 네 개를 함께 옭아맸다. 말은 완전히 무력해진 채 땅에 쓰러져 흐느꼈다. 톰은 암말의 굽을 떼어 불에 달군 뒤 말의 왼쪽 어깨에 낙인을 찍었다. 마지막으로 말을 집으로 데리고 가는 일이 남아 있었지만 미친 듯 날뛰는 말을 몰고 가는 일은 고역이었다. 톰은 자꾸만 달아나려 하는 말에 채찍질을 하고 허공에 총을 쏘아대며 방향을 바꿔 보려고 했지만, 허사였다. 절벽을 향해 달려 올라가는 말은 허공을 향해 뛰어내렸고, 결국 바위에 부딪혀 죽고 말았다.

 카우보이 한 명이 무스탕 페이서가 자주 나타나는 지역과 장소를 다 꿰고 있어도, 말과 사람들을 동원해 장거리 추격전을 벌여도 강철 같은 체력과 빠른 속도를 가진 검은 말 하나를 잡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온갖 작전을 실행해도 잡히지 않던 검은 종마가 암말의 유혹 하나에 넘어가 올가미에 잡히게 되는 일은 황당하면서도 수컷 말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구나 싶었다.


7. 황구 울리

 : 자신의 주인과 양들에게는 친절하지만 세상에 대해선 불친절한 개

 양 374마리를 몰고 공장 매연이 자욱한 사우스쉴드에 간 늙은 양치기 로빈과 울리. 양들이 우중충한 연기를 보고 제각각 달아나는 것을 본 로빈은 울리에게 양들을 데리고 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로빈은 양 수를 세다가 한 마리가 없어진 것 같아 나머지 한 마리를 찾아오라고 울리에게 시킨다. 울리는 없어진 양 한 마리를 찾아 온 도시를 헤맸다. 떠날 시간이 촉박해지자 로빈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울리가 양의 수를 메꾸기 위해 양을 훔치기라도 하면 일이 커질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개를 버리고 갔다. 그렇게 울리는 몇 년 동안 선착장에서 배를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냄새를 맡으며 주인을 찾기 시작하게 된다. 

 뱃사람들은 울리의 충성심을 대단하게 여기고 음식과 집 등을 챙겨준다. 울리는 처음엔 꺼렸지만 결국 뱃사람들을 받아들여 도움을 받게 된다. 어느 날, 울리는 한 가축 상인에게서 익숙한 냄새를 맡게 된다. 로빈이 만든 털장갑과 털목도리를 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울리는 털장갑의 주인과 함께 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다시 한 번 양을 지키는 개가 될 수 있었다. 새로운 곳에서 새 주인 돌리와 살게 된 울리는 양들을 한 마리도 잃어버리는 일 없이 양들을 무사히 지켜냈다. 그러나 돌리네를 제외한 이 지역의 목장주들은 밤마다 악마의 구멍에 사는 요상한 여우에게 공물을 바쳐야 했는데.. (더보기) (스포일러) 뒷이야기가 조금 무서웠다. 


8. 붉은 목 깃털의 자고새 레드러프

 앞 챕터에 비해 읽으면서 너무 귀엽다고 느껴진 챕터였다. 엄마 자고새와 아기 자고새 여러 마리가 숲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텍스트만으로도 새들의 움직임과 숲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 잘 전달되고 상상이 되었다. 진행될수록 자고새 무리에서 몸이 약해 낙오되거나, 병에 걸리거나, 다른 동물들에게 잡아먹혀 아기 새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지만. 이야기는 아기 새들 중 장남 자고새 레드러프의 삶으로 이어진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무엇무엇의 달'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베리가 익는 달', '사냥꾼의 달', '도토리의 달', '미친 달', '눈이 내린 달', '눈보라가 치는 달', '굶주림의 달', '잠에서 깨어나는 달', '갯버들 달'. 숫자로 된 날짜 표현보다 계절감이 느껴지는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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