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가, 잡초 - ‘타고난 약함’을 ‘전략적 강함’으로 승화시킨 잡초의 생존 투쟁기 이나가키 히데히로 생존 전략 3부작 2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소영 옮김, 김진옥 감수 / 더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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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서 잡초에 대한 연구는 필수적이다. 주로 효과적인 잡초 방제를 위해서이다. 그리고 잡초의 다양한 특성을 여러 방면으로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연구도 진행된다.
랄프 왈도 에머슨, "잡초는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다." 잡초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우리가 아직 모르는 잠재된 개개인의 가치, 개성이 있다.
저자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식물학자, 농학박사이다. 잡초생태학을 전공했고, 잡초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와 인생관을 친절한 설명으로 알려준다.

24쪽
잡초를 주변에 흔하고 하잘것없는 식물이라고 표현하지만, 길가나 밭에서 싹을 틔워 점점 번식해나가는 일은 식물에게는 상당히 특별한 일이며, 방해되는 식물이 되려면 그런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
잡초가 되기 쉬운 식물의 성질을 '잡초성weediness'이라고 하는데, 이 잡초성이 있는 식물만 잡초로 살아갈 수 있을 뿐 아무 식물이나 잡초가 되는 것은 아니다.
+ 잡초학자 베이커는 <잡초의 진화>라는 논문에서 '이상적인 잡초의 조건'으로 열두 가지 항목을 들었다. (생략)

31쪽
잡초의 첫 인상은 인간이 아무리 없애려 해도 없앨 수 없는, 강하고 끈질기게 자라며 생존하는 식물이었다. 그러나 잡초는 연약하다. 적어도 식물 사회에서는 경쟁에서 강한 식물을 이기지 못한다. 그래서 잡초는 강한 식물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길가나 밭, 하이킹 코스처럼 인간이 만들어낸 특수한 장소에서 자라난다. 
잡초의 기본 전략은 '싸우지 않는 것'이다. 강한 식물이 자라지 않는 곳만 골라서 자리잡는다. 한마디로 경쟁사회에서 도망친 낙오자인 셈이다.
식물의 전략: CSR 삼각형 이론. C: competitive(경쟁에 강하다), S: stress tolerance(스트레스에 강하다), R: ruderal(환경 변화에 강하다).

<휴면과 발아>
씨앗이 땅에 떨어진 시기와 발아에 적합한 시기가 다르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잡초를 포함한 야생식물은 씨앗이 무르익어도 바로 싹을 틔우지 않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 구조를 1차휴면(내생휴면)이라고 한다.
1차휴면은 발아에 적합한 시기를 기다리는 휴면이다.
식물의 씨앗이 봄을 느끼기 위한 필수 조건은 겨울 추위다. 겨울의 낮은 기온을 경험한 씨앗만이 봄의 따뜻함을 느끼고 싹을 틔운다. 겨울이 오지 않으면 진정한 봄도 오지 않는다.
싹을 틔우려고 했는데 환경이 발아에 적합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면 잡초 씨앗은 다시 휴면 상태에 들어가는데 이를 2차휴면(유도휴면)이라고 한다.
한편, 각성해서 싹을 틔울 때가 되어도 발아에 필요한 물이나 산소, 온도가 적당하지 않으면 씨앗은 싹을 틔우지 않는다.

발아율: 특정 종자 집단에서 정상적으로 발아한 종자 수의 비율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 심은 씨앗 수에서 건강하게 싹이 터서 살아난 씨앗의 비율.
(발아한 씨앗의 수/전체 심은 씨앗의 수) * 100%
발아세: 일정 기간 내에 발아한 종자의 수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 발아세가 높다는 것은 발아가 빠르고 왕성하게 시작되는 우량한 종자임을 의미한다.
식물 발아에 필요한 세 가지 요소: 물, 산소, 온도

167쪽 "화학적 방제"
세균이나 박테리아, 해충은 수명이 짧고 1년동안 몇 번이나 세대를 갱신한다. 그러면 약제에 저항성이 있는 개체를 반복해서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잡초는 수명이 짧다고 해도 1년 동안 1세대만 거치는 정도다. 세대 갱신 속도가 이러니 저항성이 발달하지 않으리라고 추측해 왔다. 그런데 제초제를 남발한 나머지 기어코 제초제가 듣지 않는 저항성 잡초가 더 잇따라 나타나게 된 것이다.
제초제는 편리한 도구지만 그만큼 사용법에 더 신경 써야 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제초 방법을 사용하면서도 잡초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피해가 없는 정도로만 억제하도록 제안: 종합적 잡초 관리(IWM). 기존의 '종합적 병충해 관리(IPM)'를 잡초에 응용한 것.
해충은 천적이 있다. 숫자가 더 늘어나지 않는다.
But 잡초는 천적이 없다. 한 줌이었던 잡초가 순식간에 산더미처럼 불어난다.

제초제의 종류. 제초제에는 식물의 광합성을 저해하는 제초제, 아미노산 합성을 저해하는 제초제 등이 있다. 어떤 식물이든 시들게 하는 비선택성 제초제와 작물은 시들지 않고 잡초만 시들게 하는 선택성 제초제가 있다.

171쪽 "생물적 방제"
논에 오리를 풀어놓는 오리 농법. 오리가 해충을 쪼아 먹고. 오리가 논을 헤엄치면 진흙이 섞이며 물이 흐려져 물 속 땅까지 빛이 닿지 않게 되어 잡초 싹이 나지 않거나 시들어 버린다.
전통 잉어 농법을 참고하거나 미꾸라지, 투구새우, 실지렁이 등을 이용해서 잡초를 막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생태계에서 독주는 용납할 수 없다>

147쪽

식물들은 득이 될 수도 있고 해로울 수도 있는 다양한 화학물질을 내뿜어 주변 식물을 억제하거나 해충, 동물로부터 몸을 지키는데, 이를 타감작용(Allelopathy)이라고 한다.

원산지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외국으로 건너가 맹위를 떨치는 식물이 있다. 바로 주변에 천적이 없는 경우에서이다. 귀화잡초인 양미역취는 뿌리부터 유독한 물질을 내뿜는다. 이 물질이 주변에 있는 식물의 발아나 생육을 억제한다. 그렇게 해서 경쟁자가 사라지면 대량으로 한가득 번식하여 넒은 군락을 만들어낸다.

경쟁자 없이 독주하는 것, 주변이 온통 양미역취투성이가 되니 양미역취가 뿜어내는 독성물질이 자신의 발아나 성장까지 좀먹는 결과를 가져왔다.


'독주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서로 도와야 이득이다.' 이것이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35억 년 동안 생물이 진화하면서 이끌어낸 답이다. 그 어떤 도덕심도 없는 자연계에서 고르고 골라 얻어낸 답에는 이렇게 도덕심이 흘러넘친다.

‘독주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서로 도와야 이득이다.‘ 이것이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35억 년 동안 생물이 진화하면서 이끌어낸 답이다. 그 어떤 도덕심도 없는 자연계에서 고르고 골라 얻어낸 답에는 이렇게 도덕심이 흘러넘친다. - P209

식물의 진화에서 씨앗은 획기적인 존재다. 씨앗은 딱딱한 껍질로 보호받으므로 건조에 견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씨앗 속에 들어있는 싹은 껍질의 보호를 받으며 발아시기를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있다. 식물은 물이 없으면 말라 죽는데, 씨앗은 물이 없어도 긴 시간 동안 기다릴 수 있다. 아주 오래된 씨앗에서 싹이 났다는 뉴스를 종종 보듯이 씨앗은 시간을 뛰어넘는 타임캡슐과 같다. 그리고 오랜 시간 유지된다는 것은 그동안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씨앗이라는 타임캡슐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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