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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부처 - 불교에서 경영을 말하다
오구리 도에이 지음, 이나경 옮김 / 예문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종교와 경영의 줄긋기를 연상하니 그냥 기독교가 먼저 떠오른다.
동네마다 깜깜한 밤 신호등 숫자만큼이나 많은 빨간색 십자가가
이젠 익숙해진 지 오래다. 무서운 성장세로 커가는 교회들이 동네
미용실만큼이나 많아지고 있다보니 기독교을 연상했나 싶다.
그런데, 불교에서 경영을 말한다??
그 이해의 실마리는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것에서 찾았다.
일본의 불교가 우리나의 불교와는 사뭇 다른 점을 찾자면 다신교적이며
현세 기복적인 성격을 지녔다는 것이다. 현재에 필요한 실질적인 이득을
주는 신을 믿게 되므로 이익을 창출하는 경영과 한 배를 타기에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 않는가.
그러나, 엄밀히 이 책이 종교를 사칭해 돈을 버는 방법을 말하는 책은
아니다. 부의 창출과 진정한 행복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 즉 경영자의
마인드에 관한 자기계발서적에 가깝다.
그럼, 이제 제목그대로 'CEO부처'가 되는 길에 합류해본다.
제일 눈에 띄는 대목은 이익에 관한 접근이었다. 바로 '자리이타'!
'남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생각하고 그들로부터 보수를 받는 것'
이것이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정신이다.
기업인 모두가 자리이타의 정신이 있다면, 논란이 되던 쓰레기 만두나
멜라닌 분유 등 만나는 일은 없었을 듯 싶다.
'경영은 세상을 위해, 사람을 위해 헌신하는 보살행'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그 이면에 자리이타의 정신을 가진 보시(베푸는 행위)가 내재되어 있으니
그야말로 좋게 좋게 하다보니 돈도 자연히 따라오게 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하지만, 세상사 돈이 자연히 따라오는 법은 없는 법이다.
책의 중반부를 넘어서면 그 '보살행'을 위한 방법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세상엔 좋은 책들이 넘쳐나고 방법론들이 여저저기 널려있지만 정작 그걸
모델로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인 것을 보면 역시나 핵심은 '실천'이다.
바로 그 '실천'이라는 녀석을 꼭 데려와야만 이후 벌어지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겠지만, 그 방법은 계율을 설정하라는 것이다. 간단히 약속을 지킨다거나
즐겁게 일한다거나 하는 나만의 계율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참고로,미츠비시 그룹의 창업자인 이와사키 야타로는 다음과 같은
9가지 계율을 '이와사키 가문의 가훈'으로 남기고 있다.
1. 작은 일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큰 일을 하라.
2. 한번 일을 시작했으면 반드시 성공시켜라.
3. 투기적인 사업에 종사하지 말라.
4. 국가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모든 사업을 추진하라.
5. 공공에 봉사한다는 순수한 정신을 잊지 말라.
6. 최선을 다해서 일하고 검약하며 남을 배려하라.
7. 인재와 설비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라.
8. 피고용인을 제대로 대우하라.
9. 일을 벌일 때는 과감하게, 일을 추친할 때는 세심하게 하라.
공공에 봉사한다는 순수한 정신...역시 자리이타의 생각이 들어간 조항이
눈에 띈다. 그럼, 당장 나같은 사람은 무엇을 해야할까? 난 CEO도 아닌데...
자기계발서적을 읽은 후에 바로 당장 실천에 옮긴 적이 있던가?
난 늘 책을 덮고 하루 이틀정도 무언가 해야한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시간을
보내다 그냥 슬며시 잊어버리곤 했다.
그래서인지 '죽음에서 생각하는 인생설계'라는 대목에 인덱스를 붙였다.
'내가 살 수 있는 삶이 과연 몇 년이나 될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종착역을 정해놓고 거슬러 올라와 현재의 할 일들을 나열해보는 것!'
막연히 떠올리고 있던 나의 미래형 그림을 조금 더 세밀하게 만들어 보고 싶다
는 나의 욕구와 맞아떨어져기 때문인지 반가운 만남이었다.
치열한 경쟁에 마음이 답답해져 있다면 풀냄새 나는 정원에 앉아있는 듯한
평정심을 찾을 수 있게 만들어 줄 책 'CEO부처'를 만나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