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솔로 1 노희경 드라마 대본집 4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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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마술사, 노희경님의 글은 아무도 깨어 있지 않은 깊은 밤에 나 홀로 읽는 맛이 제대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 마음에, 내 코드에 쏙 맞는 드라마는 온통 드라마 속 상황에 몰입하여 주인공인 나인지, 내가 주인공인지 구별도 못한 채, 눈물, 콧물 다 흘려가며 이불 뒤집어 쓴 채 시청하듯이....활자로 되어 있는 이야기도 꼭 그렇게 책과 하나가 되어 읽어야 할 것들이 있는 것이다.

 

두권으로 구성된 <굿바이 솔로>는 노희경 드라마의 마니아인 내가 아쉽게도 놓쳐 버린 2006년도에 상영된 16부작의 드라마 대본집이다.

노희경드라마의 특색이야 다들 아시겠지만, 너무도 인간적인 사람냄새 물씬 나는 따뜻한 드라마라는 것이다.

노희경작가는 인간의 진정성을 들여다보고 사랑의 가치를 어루만지는, 사람 냄새 나는 작가. 감각적인 대사, 깊은 공감을 형성하는 인물과 설정으로 우리 삶의 애환과 감동을 드라마 속에 담아내는 TV 드라마 작가다. 개인적으로는 비록 분야가 달라 단순비교를 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지만, 노희경작가의 글은  기존 문단의 작가의 글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예술적, 문학적 성과를 가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슴을 울리는 움직이는 , 혹은 너무도 적확한 대사들은 나도 모르는 새 감정이입을 마력적으로 불러일으키는 삶의 정수를 관통하는 힘이 있다.

 

이 드라마는 이미 제목에서도 나타나고 있듯이, 각자 혼자라고 생각하는 등장인물들이 그 혼자라는 상황과 이별을 하고, 소통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기꺼이 맞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홀로 이 세상을 살아가지만, 또 언제나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어하고, 또 사랑받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슴 안에 숨기고 있다.

<굿바이솔로>는 각기 내면의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해 각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전체적인 울림을 만들어가는 ‘다중 구조’와 긴장감 넘치는 ‘추리적 요소’로 당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엄마의 외도로 태어난 민호, 아빠가 자주 바뀌는 수희, 남자를 자주 바꾼 날나리 미리, 농아가족이 힘겨운 지안, 날건달 호철, 거짓말하는 영숙, 말 못하는 미영할머니, ...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노희경님의 시선으로 잡아낸 그들은 다시없이 매력적이고 인간미 넘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세상을 헤쳐나가는 멋진 사람들이다.

<굿바이 솔로>에서 특히 좋았던 것은 관계맺는 방식에 있어서 통념적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닌, 그들만의 진정성으로 소통하는 방식이다.

일테면, 남자여자 사이는 친구가 될 수 없다, 과거에 연인이었단 사이는 친구가 결코 될 수 없다,가 아닌 과거에는 비록 연인이었다 하더래도 현재에는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고, 또 서로의 연인이 이들을 이해한다는 설정. 이런 부분이 난 꽤 마음에 든다. 진짜로 마음을 다해서 산다면 생각보다 인간관계는 질척거리지 않고 담백하다는 것을 난 알고 있다. 건강한 인간관계는 신뢰속에서 싹튼다는 것 또한 경험으로 깨닫고 있으니까. 노희경님이 바로 이 부분을 긍정하고 있어서 너무 좋다.

 

요 며칠 관계에 대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아니, 가슴까지 복잡했다고 말해야 옳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맺게 되는 모든 관계는 필요에 의해서 맺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상처를 꼭 동반한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은 상처를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관계는 다 개별적이어서 똑같은 양상이지는 않지만, 진정성을 밑방탕에 깔고 있다면 결국 우리가 그 관계속에서 원하는 것은 모두가 똑같다. 서로의 이해, 소통, 그리고 사랑.

 <굿바이 솔로>를 읽어보라고 권해야 할 사람이 생각났다.  아직도 내면에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품고 있는 두 친구....이 책이 그 친구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빌어본다.


사람들은 사랑을 하지 못할 때는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을 할 때는 그 사랑이 깨질까봐 늘 초조하고 불안하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우리는 어리석게 외롭다. 

 

첫사랑은 처음이란 뜻밖에 없는 것데 첫사랑때문에 목매는 것  비현실이라 싫었거든, 두번, 세번 사랑한 사람은 헤퍼보이게 하잖아. 성숙해질 뿐인데....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이해받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살아간다. 때로는 가족들에게, 때로는 오래된 친구에게, 때로는 이미 지나간 애인에게조차도, 그러나 정작 우리가 진정 이해받고 , 인정받고 싶은 건. 어쩌면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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