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관음 1
하이옌 지음, 김태성 옮김 / 아우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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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인데, 나의 책을 선택하는 기준에는 작가의 명성이나 호불호, 그리고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 등이 영향을 끼친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때로는 출판사가 책선택에 많은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전에 아우라 출판사에서 출간된 <소년은 자란다>를 매우 흥미롭게 읽었던 경험은 출판사명 '아우라'를 뇌세포 깊숙히 새겨놓는 계기가  되었고, 금번의 러브스토리로 짐작되는 <옥관음>을 단지 출판사가 '아우라'라는 이유 하나로 기꺼이 선택하는 것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낯선 중국작가인 하이옌의 대표작이라는 이 책은 1, 2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탁월한 구성과 흥미진진한 전개로 인해 순식간에 읽히는 장점이 돋보인다.

 

표지에 채색수묵화 기법으로 그려진 여인은 옥으로 만들어진 관음상 목걸이를 목에 걸고 어딘가를 향해 시선을 두고 있다.

아마도 이 여자가 바로 이 소설속 사각러브스토리의 주인공 안신임에 틀림없다.

20대 초반의 청춘남녀들이 나누는 혹은 열렬히 빠져드는 사랑의 열정은 주변의 인물들까지 동화시키는 마력이 있는 거 같다.

이 책은 시종일관 여주인공 안신을 중심으로 한 세 남자와의 시간의 차를 둔 애절하면서도 기막힌 사랑과 인생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사회주의 체제하에서의 청춘이야기는 어떻게 다를까, 싶었는데, 세상 그 어느 곳에서나 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는 비슷한 전개를 보인다는 것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알 수가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한 가지 의아했던 부분은 안신에 대한 세 남자의 절대적인 마음이다.

안신이 비록 아름답고 그 마음이 지극하고, 현명한 여자라고 할지라도 마주치는 남자마다 절대적인 사랑을 바치는 정황이다 보니 비록 일반적인 세상사의 시선으로 보면 매우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아니 할 수 없는 그녀의 인생이지만, 한편으로는 세 남자의 폭포같은 사랑을 받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부러운 마음이 절로 든다. 이는 여자들이 자신의 지극히 순수한 사랑을 온 마음을 다해서 바치고 싶은 대상자를 꿈꾸기도 하지만 또한 그 대상자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러주길 간절히 소망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옥관음>이 2백만부가 넘는 판매부수를 자랑하기도 하지만, 영화와 TV드라마로도 제작되어 거의 모든 중국인들이 열광적으로 좋아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하는 마약반 전담수사대의 등장과 뭔가 비밀을 감춘 듯한 여주인공의 모습, 그리고 얼기설기 얽혀 있는 그녀를 둘러싼 주변의 상황은 소설의 원작으로도 매력있게 다가오지만, 영화와 드라마로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요소이기도 하다.

<옥관음> 을 읽으면서 중국의 풍속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오랜 사회주의 체제로 인해 남녀간의 성평등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잘 되어 있다고 알고 있었지만, 소설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남녀평등의 모습은 이채롭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비해 혼전순결문제가 많이 이완되고 있지만, 아니 오히려 그런 문제를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것이라는 관념이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당연시된다고 알고 있지만, <옥관음>에서는 이 부분이 특히나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남주인공인 양루이의  "한 여인의 순결은 그녀의 개성과 영혼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개인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리라"라는 매우 당연한 말에 줄을 긋게 만들었다.
'옥관음'은 안신의 모친이 그녀의 행복과 안녕을 빌며 염험하기로 소문난 칭몐 위안퉁사에서 만들어온 관음상이다. 이 옥관음은 그녀의 두번째 남자의 손에 목숨을 잃은 첫남편인 장톄쥔의 관에 넣어주려 하였으나, 시모에 의해 거부당한다. 두번째 남자와 아이까지 잃은 큰 사건을 겪어낸 그녀는 옥관음과 편지 한 통을 양루이에게 남긴 채 떠나게 된다. 그러나, 옥관음은 그녀 모친의 바람대로 양루이와 손에서 그와 함께 그녀의 안녕과 행복을 끝까지 기원하게 된다.

 

일견 통속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소설이지만, 소설의 결말이 주는 여운은 내심 반가우면서도 오래 여운처럼 남아 있다.

문체가 익숙치 않아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이입하고자 여러번 고쳐 읽기도 하였으나, 청춘의 맹목적인 열정은 누구라도 동화할 수 밖에 없는 순수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소개글에 나와 있는 변영주감독의 " 청춘의 욕망이 이해의 범주가 아니라 결심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 깊은 구렁에 빠질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다짐하며 한걸음 그것에 다다가는 것이 청년의 사랑이다. 그 질주하는 열정에 대한 믿음을 거두는 날이 노쇠의 시작일 것"이라는 말이 가슴에 콕! 박히는 순간,  지금 이 시대의 청춘들에 무한한 질투의 감정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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