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의 마지막 키스 역사 속으로 떠나는 비엔나 여행 2
프레더릭 모턴 지음, 이은종 옮김 / 주영사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클림트의 '키스' 로 장식된 표지가 먼저 눈에 들어오던 책,<황태자의 마지막 키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이 이 가을에 어울릴 듯 하여 읽기 시작하였다.

누구나 운명같은 사랑을 꿈꾼다.

어떤 이에게는 사랑이 장식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 사랑이 목숨이 되기도 한다.

역사 속으로 떠나는 비엔나 여행이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온 것은 책을 다 읽고 난 후이다.

그때서야 이 책이 처음에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는 좀 다르게 다가왔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황태자의 마지막 키스>는 크게 두 개의 축으로 소설의 전개가 펼쳐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루돌프 황태자와 메리라는 17세 소녀와의 만남에서 죽음까지의 사랑이야기가 한 축을 이루고 있고, 다른 한 축은 당시의 시대적, 정치적 배경과 오스트리아 비엔나 도시의 풍경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그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았던 서른 살의 황태자가 17세 소녀와의 사랑을 권총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결론을 맺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에 대한 호기심이 이 책을 대하는 나의 자세였다면, 이 책은 이런 나의 자세를 살짝 비웃어 준다.

전체적으로 황태자의 애절하고도 극적인 러브스토리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역사 속으로 떠나는 비엔나 여행'이라는 부제에 더 부합하는 그런 소설의 내용이었다.

유럽황실에 대한 자세한 묘사, 귀족계급, 중산층, 서민들에 대한 사실적인 표현, 주변국과의 외교적인 관계, 등에 대한 상세한 기록은 이 책을 읽음으로써 19세기 유럽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한몫을 했다. 황태자의 아버지인 프란츠 요제프는 1848년에 황제에 오른 뒤, 1916년에 죽기까지 무려 68년을 통치했다.

당시 오스트리아는 내부적으로 여러 민족간의 분열이 잠재되어 있었고, 독일의 압박이 있었다. 프랑스나 영국처럼 근대의 물결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못한 채 비엔나의 거리는 예술과 고풍스러운 품위의 예절만이 중요시되는 분위기였다. 루돌프는 황제와는 달리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고, 직접 실천하고자 했으나, 황제는 황태자가 황실의 품위를 드러내주는 자리에만 존재해주기를 바랬다. 정치적으로도, 사회속에서도 루돌프의 자리는 없었다. 시민이 원하는, 황제가 원하는 품위있는 꼭두각시로서의 황태자자리만이 주어졌을 뿐. 루돌프는 사적인 삶의 만족을 구할 수 밖에 없었고, 이내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메리 베체라라는 17세 소녀뿐이었던 것이다. 세상 누구보다 특별하고 싶었던 메리는 황태자의 죽음의 권유에 기꺼이 동참하게 되고 이들은 1989년 1월 마이얼링 숲속 별장에서 두 발의 총성과 함께 동반자살이라는 이름으로 스러진다.

 

현재 오스트리아는 인구가 약 820만 정도의 아주 작은 나라이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비엔나가 인류의 정신문화에 끼친 영향은 철학, 음악, 미술, 경제학 등에서 아주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 표지그림의 화가인 구스타프 클림트 또한, 비엔나에서 활동한 화가이기도 하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에 루돌프 황태자가 죽지 않고, 그의 뜻을 펼쳤다면 세계 제1차대전은 막아지지 않았을까.

독특한 문체와 함께 한 비엔나 여행은 매우 매력적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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