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 - 생활 속 지리 여행
이경한 지음 / 푸른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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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리가운데 삶을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막상 지리, 라는 단어에서 이질감을 느낀다. 일테면 학문적인 느낌으로 다가오거나, 아니면 쇳덩어리 하나 들고다니며 땅속 물길 알아내는 풍수지리가(지관)가 먼저 연상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의 소개글을 보았을 때는 언뜻 그런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내 지레짐작과는 살짝 다른 내용이었지만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는 우리가  살아오면서 등한시해 왔던 것, 때로는 아주 무관심했었던  바로 지리적 현상이라는 분야를 우리네 일상속으로 끌어와서 설명해주고 있다.

평소에 책을 처음 받아보면 책날개의 나와 있는 저자에 대한 소개나, 들어가는 말 등을 아주 꼼꼼하게 읽는 편이다. 왜냐하면 그래야 그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파악할 수 있고, 그러한 사실을  전제로 하여 읽음으로써 작가의 의도와 책의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접근했을 때 참 반갑고 흥미로운 책이었다.

우선은 저자가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인근대학 교수였기에 친밀감이 더 컸고, 휘리릭~~ 넘겨본 책속의 사진이나 지명들이 바로 내가 발 디딛고 사는 지역의 장소들이 태반이었기에 '어머, 여기는..어머, 이곳은' 하는 반가움이 왈칵 컸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익히 알고 있었던 이야기꺼리이기도 했지만, 막상 발 디딛고 살면서도 미처 알지 못했던 내 땅의 이야기들을 만나는 즐거움은 다른 독자와는 좀 차별되는 지점이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워낙에 여행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지리라는 분야는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유적을 답사하기 위한 역사여행이나 아름다운 풍광을 보기 위한 정서여행은 당연히 지리적인 국토의 모양새를 들여다 보게 한다. 중고시절, 국토지리와 인문지리라는 두 과목으로 나뉘어져 우리가 발 디딛고 사는 땅과 인간과의 관계를 말해주던 학문들을 참 재미나게 배웠던 기억도 난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만난 내용들은 기존의 앎과는 전혀 다른 일상을 떠난 여행이나 책속에서만 만나는 지리적 세상이 아니라 우리네 일상적인 생활가운데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돌아가는 지리이야기였다.

이 책에는 6개의 단락으로 구분하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지리적 현상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하고 더 나아가 우리의 삶과의 연관성에 대해서 알아보고,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지리적 환경을 어떻게 유지 발전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입지- 자리잡기의 미학, 환경 - 갈등을 넘어 공존 모색하기, 사회와 문화-장소 속의 의미 찾기, 지형경관-모양의 원리 알아보기, 기후와 식생-바람과 온도의 미학, 경제활동- 돈벌이의 질서 , 등 에 나타난 저자의 시각을 따라가다 보면 일상적으로 보아왔던 주변의 풍경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되고, 낯설었던 풍경들은 오히려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이 우리의 삶을 좀 더 풍요롭고 의미있게 해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내비게이션에 대한 부분은 평소 나의 생각과도 매우 일치했기에 반가왔다..문명의 이기는 분명히 인정하지만, 길에 대한 감각이 남다른 나는 언젠가부터 내비게이션에 의존하게 되면서부터 그 감각이 퇴화하고 있음을 알았다..암산이나 전화번호 외우기는 이미 계산기나 휴대폰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또 하나의 감각이 퇴화하고 있음이렸다. 공상과학영화에서처럼 로봇에게 지배받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가끔 두려운 생각이 든다.

전주 완산칠봉의 비오톱, 순천만의 갈대밭에서 보여지는 시민들의 자연신탁제도는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외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자연환경, 유적지,역사적 건물 등을 시민들의 성금이나 기부금으로 사들여 국민신탁을 하는 제도가 우리나라도 일반화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도 가져본다.

영토를 놓고 벌이는 한중일의 현재, 백두대간과 태백산맥의 의미, 주택계급의 사회계층 양극화, 마이산의 풍화혈, 등을 통해 자연과 함께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인간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다음번 등산길에는 산 정상에서 필히 삼각점 표지석을 찾아봐야겠다. 뿐인가. 얼마 전에 다녀왔던 전주성의 위봉산성을 분수계를 따라서 다시 이해하기도 한다. 멋진 커피숍을 발견하면 현무암으로 장식했는지 살펴볼 일이다.

가장 완벽한 도시라 하여 완전전자를 써서 전주인 도시가 이제 여름날 날씨예보를 할 때마다 꼭 짚어주는 도시의 하나가 되었다. 인간의 이기심이 낳은 무분별한 도시개발이 자연이 준 완벽함에 균열을 내어 열섬현상을 가져온 것이다.  한 대학에서 이 문제로 연구비를 투입하여 전주의 열섬현상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서 연구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이 책에서는 그 대책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건물 형태의 제한, 주차장의 지하화, 수변 공원의 조성, 공원 면적 확보의 의무화 등을 언급하고 있다.  한번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훼손된 자연은 그 원래의 모습으로 되살리기는 매우 어려울 뿐 만 아니라 설사 되살린다 하여도 그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지리에 대한 방대한 내용을 에세이식으로 풀어낸 이 책을 읽고 나니 새삼 콘크리트 건물로 둘러싸인 주변이 더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연을 잘 관리하고 자연과 더불어 자연친화적으로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 그것은 우리가 차츰 멸종되어 가는 생태계의 정점에 서 있는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과 함께 꼭 기억해야 할 진실인 것이다.

이제 곧 3월이 다가온다. 중국의 사막화와 공업화는 올해에는 어김없이 삼천리 금수강산의 봄날에 뿌연 하늘을 자주 선물해 줄 거 같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안 환경문제에 있어서 '전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메세지를 다시 점검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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