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습격 - 영화, 역사를 말하다
김용성 지음 / MBC C&I(MBC프로덕션)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만나기 바로 전에 영화 "쌍화점"을 관람했었다.

<쌍화점>의 예술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은 차치하고 고려말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중심으로 전개된 왕과 왕후, 그리고 근위대장과의 삼각러브스토리는 그 소재의 진부성에도 불구하고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매우 흥미롭게 해석되었다. 그 왕이 공민왕을 묘사한 것이지, 아니면 여타 여러명의 왕모델을 조합했는지는 잘 알지 못하나, 고려말 원나라와의 국제적 관계는 분명코 역사적 사실이기에 영화를 통해서 접하는 과거의 역사는 새로운 느낌을 주며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키기도 했다.

 

저자는 저널리즘 20여 년의 공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내었다고 한다. '정보'의 양보다는 '느낌'의 양을 많이 하려 하였다는 저자의 마음이 고맙다. 저자의 '역사를 알면 영화가 더 잘 보인다'는 말의 의미를 이 책을 통해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은 영화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콜럼버스 이후 서양 제국주의의 침탈사를 거시적으로 살펴보려 했다고 한다.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가 서양의 식민지나 반식민지로 전락하는 과정은 어떠했으며 그것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무엇이 있는가, 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하는 영화읽기, 우리의 무의식속에 각인된 서양 중심적 사고의 핵심은 무엇인지, 그 기원은 어디로부터 비롯된 것이지에 대한 것을 저자의 영화읽기를 통해서 우리는 다각적인 역사인식을 하게 된다.

 

우선 영화의 소재로서 작용하는 시대적 배경과 역사를 광범위하고 세세하게 소개한 이후에 영화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풀어놓는다. 영화를 얘기하는 도중에도 역사를 교차시켜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은 그러니까 '영화속의 역사임과 동시에 역사속의 영화'를 작가의 시각으로 얘기해주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정보의 양보다는 느낌에 호소하는 글을 말이다.

1. 격동의 아시아 부문에서는 홍콩, 차이나<차이니즈 박스>,<화양연화>,상하이, 동방명주<태양의 제국>,<색,계>,타이완해협의 거친파도<쓰리 타임즈>,칼의 나라 일본<라스트 사무라이>,<바람의 검, 신선조>,비운의 대한제국<한반도>등

2. 혼혈의 땅, 라틴아메리카 부문에서는 1492년 제국의 습격<1492 제국의 습격>, 열리는 섬, 쿠바<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고독한 대륙<모터싸이클 다이어리>, 혼혈의 대륙<중앙역>, 뉴스페인의 명암<마스크 오브 조로><레전드 오브 조로>등

3. 북아메리카 쟁탈전 부분에서는 퀘벡, 미아가 되다<대단한 유혹>, 슬픈 루이지애나<데자뷰>, 제독과 해독<마스트 앤드 커맨더>, 새로운 제국<패트리어트-늪 속의 여우>, 제국의 그늘<크래쉬>등

4. 아프리카의 꿈 부문에서는 기니만의 비극, <블러드 다이아몬드>, 동아프리카의 유럽인<러브 인 아프리카>, 추방의 역사<추방된 사람들>, 분쟁을 넘어<호텔 르완다> 등

 

저자는 네 장으로 나누어  작은 소제목을 통해 미루어 짐작되는 영화영상이 주는 화려함 뒤에 숨어있는 역사의 진지함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격동의 시기에 역사와 함께 흘러가는 인간들의 삶을 그려낸 영화들은 영화적 상상력이 비록 그 안에 존재하지만, 그 상상력이 오히려 새로운 역사인식을 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주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기도 하는 것이다. 영화적 상상력은 역사적 상상력을 우리에게 불러일으켜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 서있는 위치를 제대로 파악함으로써 인류가 제대로 가야 할  미래를 꿈꾸게도 하는 것이다.

 

책의 구성은 마치 한 편의 논문을 읽는 듯, 영화에 접급하는 방식이 매우 탐구적이고 분석적일 뿐 만 아니라 전문지식이 요구됨을 알 수 있다.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영화담당 기자를 지낸 평론가인 저자의 이력에서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가 주는 친숙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안목높은 내용에도 읽어나가기가 부담스럽지 않은 점이 이 책의 첫번째 장점이요, 제목만 훑어보아도 결코 가벼워보이지 않는 참고문헌과 영화자료, 그리고 칼라사진이 첨부된 내용의 알찬 구성이 이 책의 두번째 장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저자가 선정한 영화들은 모두 DVD로 출시가 되어 있다고 하니, 시간을 내어 필히 소개한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본 영화도 영화 새로보기가 가능할 거 같고, 미처 못본 채 놓친 영화는 이 책을 통해서 아는만큼 더 넓고 깊이있는 영화이해가 될 것으로 믿어 본다. 영상언어로 풀어낸 입체적인 새로운 시각은 기존의 알고 있던 지식만이 전부가 아닌 세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이 책은 내게 주었다. 세상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 다진다면 앞으로의 나의 삶도 그만큼의 깊이와 넓은 품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가슴설레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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