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 떴을 때 빵 냄새가 나면 좋겠어
발라 지음 / 콜라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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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과수원집 딸로 태어나 스무해를 시골에서 자란 작가 발라. 발라는 힌디어로 '어린 여자아이'라는 뜻이며 작가는 '순수한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행복해지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고 한다.

작가의 고향이 조금 부러웠다. 계절이 바뀌는 순간을 과수원만큼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을까.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 두꺼운 것을 밀어내고 움트는 기척과 살랑이는 냄새를 풍기는 곳.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때 연한 초록이 무성해지고 열매에서는 달콤한 냄새가 풍겨나고 소나기가 내린 뒤엔 초록도 열매도 진해지는 곳.

소도시의 골목에도 계절은 좁은 골목으로 스며들었지만. 그럼에도 계절의 변화를 선명하게 담아낼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살다 보면 겪어내야만 하는 시간이 있다. 밋밋한 일상에 파묻혀 행복한 생각 같은 건 잊고 지낼 때도 많다. 어쩌면 그 순간에 필요한 건 아주 맛있고 포근한 빵 한조각일 수도 있다. 막막한 순간 빵에 기대어 잠시 쉬기를, 시시각각 달라지는 당신의 모든 날이 행복한 빵 속에 담기기를 바란다.
흐린 날도, 햇살 가득한 날도,
물러진 마음을 잘 다독이며 살아갈 당신을 응원하며"
-아침에 눈 떴을 때 빵 냄새가 나면 좋겠어-

나는 빵을 좋아한다. 종류를 가리지 않고 무척 좋아한다. 한번은 빵 투어를 계획해본 적도 있었지만, 스스로에게 아서라 했다. 우리 동네만 해도 맛있는 빵집이 있고 빵은 언제나 어디서든 맛있었기 때문에 멀리 갈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붙였지만! ...사실이야 어쨌거나 빵을 보면 무조건 행복하다. 보는 것도 고르는 것도 먹는 것도 다.

이 책은 계절별로 어울리는 빵과 그 빵에 대한 맛과 느낌, 위로와 안녕을 건네는 작가의 단상이 함께 실었다.
제목도 표지도 표지 안에 담긴 그림도 좋다.
빵을 좋아하고 그 냄새와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따뜻한 오후의 빵집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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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황선미 지음 / 비룡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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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 표지의 여자아이는 거울 앞에 서서 거울을 향해...아마도 카메라 셔텨를 누르려고 한다. 카메라에 비친 자신의 모습, 아니 카메라에 비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응시하는 아이.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아이
장미는 버려진 아이다.
부모에게 버려져 할머니에게 키워졌고,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고모네 집으로 갔다. 하지만 햇볕이 잘 들고 따뜻한 물이 나오는 고모네 집에 자신이 마음 편히 머물 곳은 없다는 걸 아는 장미는 주말에는 백화점 수선실에서 일하며 스스로 돈을 벌고 눈치를 살피며 지낸다.
그 일만 없었다면, J라는 잘생긴 외모를 가진 남자아이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장미는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해 취업을 하여 고모네 집을 평온하게 떠나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J의 야비한 행동 때문에 장미는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된다.

결과는 참담하다.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처신' 운운하며 차갑게 대하는 고모네 집에서 쫓겨나듯 떠나야했다. 그 뒤로 장미는 갖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쉼터에 들어가 아이를 낳고 쉼터에서 도망나와 진주네 반지하방에 얹혀살며 사진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장미가 낳은 '하티'는 장미가 일을 나가는 동안, 어두컴컴하고 습한 반지하방에서 목이 쉬도록 울다 지쳐서 잠이 들고 갈수록 말라가고 있다. 태어난 기록조차 없는 하티, 장미는 하티가 아파도 병원에 데려갈 수조차 없었다. 반복되는 굶주림, 사라진 방, 사라진 하티.

그렇다면 장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든 장본인 J는 어떻게 되었을까. 여전히 번드르르하게 잘 생긴 얼굴로 대학에 다니며 잘 살고 있었지. 그러다 우연히 장미가 있는 사진관을 알게 되고, J는 당연하다는 듯 장미의 몸을 강탈한다.

"재래시장 뒤 켠. 중앙 라인만 시장 기능을 유지하는 곳이라 뒤쪽의 폐쇄된 상점 골목은 상자를 대강 쌓아 두는 거대한 창고나 다름없었다. 희미한 불빛조차 없었다.
이런 데를 훤히 알고 있다는 게 바로 J의 속성이었다. 어둠 속으로 숨어들 때부터 J의 숨소리가 거칠어졌고 절망적으로 버티는 순간 장미는 내동댕이쳐졌다. J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앗다. 여전히 잔인했다.
아니, 전보다 더 사납고 강했다. 자기가 내려야 할 곳에서 내리지 못한 분풀이부터 시작됐다. 거기에 며칠 전 장미가 벤 옆에서 이죽거리는 바람에 생긴 분노까지 실려 있었다. 비명 지르지 못하게 입까지 막는 J의 손에서 벗어나고자 장미는 몸부림쳤다. 가차 없이 주먹이 날아들었다. 피하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주먹이 귀를 찍었다. 머리가 깨지는 듯한 엄청난 충격으로 장미는 무기력해졌고 속에서 뭔가 터졌다는 걸 감지한 순간 반항을 포기했다. 그저 J의 머리카락을 움켜 쥐었을 뿐. 버르적거리다 머리카락을 움켜쥐던 하티. 그렇게 작은데도 손아귀 힘이 만만치 않았던 걔가 소름 끼치게 떠올랐다. 그 징그러운 게 도대체 왜 생겼을까. 이렇게 끔찍한 폭력의 증거. 그런 건 생기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이런 짓을 또 당하지 않을걸." -엑시트 중

J는 그걸로도 모자라 장미의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월급봉투를 빼앗는다. 진주가 맡겨버린 곳에서 다시 하티를 찾아오기 위해 필요한 돈이었다. 장미는 J에게 말한다. 그때 임신했었고 태어난 아이가 하티라고. 하지만 J는 그 말에 분노하며 '미쳤나. 아 재수없어.' 라는 반응을 보이고 장미의 월급봉투를 가지고 떠나버린다.

<엑시트>에서는 사회적 약자들이 쉽게 짓밟히고 소외되는 장면을 장미와 J의 관계를 통해서 보여준다. 완전한 피해자인 장미를 향해 가해자J가 보이는 행동, J의 모친이 보이는 행동은 현실에서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장미가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아이라는 걸 안 순간부터 J같은 부류들은 악마적 속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어릴적부터 장미는 늘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해본 적이 없었고 어떤 일이 생겨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견딜 수 없는 상황에서도 견디려고 안간힘을 썼다. 사진관이 있던 건물 청소부를 만난건 행운이었다. 장미의 아픈 순간을 모두 목격한 청소부는 다정한 말이나 미소는 없지만 묵묵하게 장미를 간호하고 집에 머물게 한다. 그리고 장미에게 유일한 어른이 되어주었다.

"청소부가 식탁 귀퉁이에 놓였던 쪽지를 집어 들었다. 밤에 하티 분유를 타던 중에 장미가 적어 놓은 거였다. 제가 너무 나쁜 애라서 정말 죄송해요. 청소부가 마음을 풀고 용서해주기를, 모든 걸 눈감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적은 거였다. 경찰에 연락할 줄 알았으면 남기지 않았을.
청소부가 장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넌 나쁜 게 아니라, 아픈 거야."
그 소리가 장미의 심장에 쿡 박혀 버렸다. 감당할 수 없게 몸이 떨려서 장미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말이 되지 못한 뜨거운 덩어리가 가슴에서 목구멍으로 기어올랐다. 몸이 뜨거워졌고 울음이 터져 나왔다.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도망치는 장미를 청소부가 붙들었다. 그리고 숨도 못 쉬게 끌어안았다. 청소부의 앞자락에는 조금 전에 만든 음식 냄새가 배어 있었다. 장미처럼 뜨겁고 장미처럼 떨고 있는 가슴이었다. 그 모든 것으로 장미는 믿었다. 괜찮을 거야. 나쁜 일 아냐." -엑시트 중

자신의 이름을 한번도 꽃으로 여겨본 적이 없었던 장미가 '로즈, 장미'를 되뇌었던 밤에 장미는 꿈을 꾸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돌절구에 뭔가를 빻고 있었다.
붉은 꽃무늬 옷을 입은 할머니는 엄마처럼 젊었고 절구질을 하며 흥겨운 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아빠 주려고 만든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본 적도 없는 아빠와 엄마를 꿈 속 할머니를 통해 보게 된 것.

이 책에는 미성년 미혼모가 된 장미의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혼모가 되어 사회적으로 방치되고 짓밟힌 장미를 중심으로 해외로 입양이 되었다가 다시 한국을 찾은 사람들, 입양 떠나는 아기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에 다 담을 수 없었던 그 뒷이야기들, 아무래도 해결되기에는 어렵지만 장미의 경우처럼 '유일한 어른'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볼 수는 있기를.

"장미는 계단에서 내려가 뒤에서 청소부의 허리를 안았다. 몇 번이나 이렇게 하고 싶었는데 청소부가 움찔해서 둘 사이에 잠시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어색하게 닿은 가숨과 등. 청소부타 틈을 메우기라도 하듯 장미의 팔을 잡아당겼다.

"서류가 정리돼야 하틴가 하는 애도 데려올 수 잇어. 아직은 아냐. 준비가 안 됐잖아. 너부터 커야 뭐라도 하지. 일단 시설 쪽에서 노하영으로 출생신고를 했다. 하티는 좀 이상하잖아. 한 글자씩 모아서 이름을 만들어 봤는데, 괜찮으냐? 이름 바꾸는 거야 어려운 일도 아니고, 싫으면 나중에 얼마든지 알아서 해."

짓궂게 말하는 사람의 허리를 장미는 더 힘껏 안았다. 청소부가 손을 뒤로 돌려서 이상하게 업힌 듯한 애를 토닥였다. 몹쓸 가래가 그만 떨어지려는 듯 장미의 목구멍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 -엑시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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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인간 김동식 소설집 1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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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에 적힌 단편의 제목을 읽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을 것 같았던 책.
<회색인간> <낮인간, 밤인간> <디지털 고려장> <인간 재활용> <스크류지의 뱀파이어 가게> 등 제목부터 강렬한 이 책에는 스물 네 편의 짧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작가는 2016년 5월에 첫 작품을 올린 뒤로 1년 6개월 동안 300여 편이 넘는 단편을 완성했다고 하는데, 보통은 2-3일에 한 편씩 쓰고, 어느 날에는 아침 저녁으로 한편씩 쓰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아연주물공장에서 일하면서 작품의 소재를 자연스레 떠올렸다고 했다.

기대에 부풀어 첫 페이지를 넘기고 읽기 시작해서.. 그 자리에 앉아 금방 다 읽어버렸다. 그만큼 가독성이 좋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책을 다 읽고 아이들에게 <낮인간, 밤인간>의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다른 이야기를 더 해달라고 하는 대신에 책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몇 편의 이야기를 읽은 뒤 표정이 복잡해졌다. 감상을 물었더니 "무섭고 재미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도 그렇게 느꼈다. 무섭고 재미있는 이야기. 재미있어서 금방 읽었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무서웠다. 좀비, 바이러스, 식인, 흡혈 등의 소재가 주는 공포가 무섭다는 말이 아니다. 요즘은 드라마에서도 더 무서운 소재가 등장하니까. 다만 그러한 일이 벌어졌을 가상의 현실 속에서 사람들이 벌이는 행태가 무섭다.

이 책에는 <어디까지 인간으로 볼 것인가>라는 단편이 있다.
어느 날, 우주에서 거대한 살덩어리가 지구에 떨어져서 도시를 꿀꺽 삼켰다. 그리고 한 시간 뒤 그 살덩어리에서 삼켜진 사람들의 상반식이 돌기처럼 돋아났다. 살덩어리는 점점 커져갔고, 그에 따라 살덩어리에서 돋아나는 사람들의 상반신도 늘어났다. 인류는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진다. 그들을 인간으로 볼 것이냐, 인간으로 보지 않을 것이냐? 사람으로 봐야한다는 온건파와 돌기일 뿐이다라고 하는 강경파가 대립하고, 결국 강경파의 주장대로 그들에 대한 대공습이 결정된다. 마지막으로 온간파는 돌기에 속한 한 소녀에게 마지막 소원을 묻는다. 처음에 아무런 말도 없던 소녀는, 온건파가 당신들은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으니 무엇이든 좋으니 꼭 해달라고 부탁한다. "노래를 할게요." 소녀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소녀의 근처에 있던 다른 상반신들도 노래를 함께 하기 시작한다. TV로 그 모습을 본 지켜본 세계의 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예정대로 대공습은 진행된다.

이 짧은 이야기에서 보여주듯 《회색인간》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다.
대부분 극한상황을 설정하고,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타인에게 어떤 모습을 드러내는지를 보여준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가' '어떤 경우에도 진실은 밝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거쳐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한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보다는 명분과 실리가 승리하고, 이기심이 이타심을 누르면서 선하고 정의로운 인간은 생존하기 힘든 세상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부조리한 부분을 풍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냉소적이거나 비관적이지 않다. <회색인간>이 표제작으로 쓰였다는 것,작가가 바라고 있는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회색인간>에서 지하의 지저인간들에게 잡혀가 끝없는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서로 미워하고 죽이면서 무표정한 회색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어느날 노래를 하는 여인에 의해 그들은 인간다움에 대해 깨닫게 되며, 이후로도 계속 배가 고프고 죽어갔지만 더이상 회색이 아닌, 사람들로 남아 이곳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진다는 내용.

사람이 사람답게 살 때 비로소 희망의 싹도 틔울 수 있다는.

두번째 소설 <무인도의 부자노인>에서도 비슷한 세계관이 이어진다.
"통조림 몇 개 때문에 한 노인을 죽이려고 했을 때, 저희는 짐승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한 노인을 살려주고 나니, 그제야 저희는 사회 속에 사는 인간이 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저희는 살았습니다."

나머지 이야기들은 좀더 자유롭고 기발한 면들이 많다. <어린왕자의 별>처럼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나무》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도 몇몇 있다. 이야기로서 재미있는 측면만을 본다면, 개인적으로는 <신의 소원> <흐르는 물이 되어><영원히 늙지 않는 인간들>이 좋았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읽어도 좋고, 여러 주제에 대해 사람들과 함게 토론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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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화 빨간 자전거 - 당신을 위한 행복 배달부 TV동화 빨간 자전거 1
김동화 원작, KBS.쏘울크리에이티브.KBS미디어 기획 / 비룡소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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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 년간 편지를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아니 학교를 졸업한 후에 누군가 나에게 손으로 쓴 손편지를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집에서는 아이들과 가끔 편지를 주고 받는다. 말로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글로 풀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우표를 붙여서 보내는 고유한 형태의 편지는 아주 오랫동안 받아보지 못했다.

우편함에 있는 우편물은 납부고지서, 보험안내문, 광고전단지... 일방적인 알림뿐들이다.

 

  김동화의 <빨간 자전거>를 본 순간 얼굴이 가벼워졌다.

마음으로 와닿기전, 얼굴이 벌써 알아본 것이다.

  어릴적 받았던 편지들, 전화로 하지 못했던 말들을 글로 전했던 마음들.

너무 편리하고 빠른 세상 속에서 편지는 어느새 사라진 옛말이 되어버린 건지....

 

 

<빨간 자전거>는 시골마을을 달리는 우편배달부의 눈에 들어온 고향의 모습이다.

 

 

 

 

 

어린이와 청년들이 점점 사라지고 할아버지, 할머니만 남은 시골마을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들 사이의 온기이다. 

 

 

 

그런 온기를 느끼기 위해서 이 책은 아주 천천히 읽어야 한다.

 

하루에 책 한 권을 다 읽는 것이 아니라 며칠을 두고 천천히 그림과 이야기와 추억을 오래오래 마음에 그려보는 것이다.

 

 

김동화 화백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화폭에 담아낸다. 내가 어렸을 적, 유명한 만화가이셨던 김동화 화백.

 

그 분의 만화를 아주 푹 빠져서 읽었던 기억이 엊그제같은데 이제는 이런 예쁜 동화로 만나보게 되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계절이 지나도록 변하지 않은 것은 자식과 부모,



 

 

<빨간 자전거>를 읽고 있으면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듯 불현듯 떠오른다.

 

이런 세상에 지나간 기억, 그리움을 담아내는 감성이 무어 중요하냐 할 수 있지만

 

겉보기에 작고 소소한 감성 하나가 세상의 풍경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황순원의 <소나기>같은 이야기도 할머니가 들려주던 당신의 젊은 시절 이야기도

 

<빨간 자전거>는 참 곱디곱게  담아내고 있다.

 

 



 

 

김동화 화백의 그림이 언제부터 이렇게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어릴적 보았던 기억으로는 서양인형같은 커다란 눈망울과 이목구비를 그려냈던 것 같은데,

 

이제 굉장히 동양적인 수줍고 고운 선으로 사람들을 그려낸다.  풍경도 너무 아름답고.

 

책을 읽고 나면 한적한 시골길을 걷고 싶어진다.

 

만약 시골이 고향이라면 당장 기차를 타고 내려가보고 싶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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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고개 탐정 1 :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 - 제1회 스토리킹 수상작 스무고개 탐정 1
허교범 지음, 고상미 그림 / 비룡소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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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이들의 책은 아이들이 선택해야 옳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아이들의 책은 '추천도서' '필독서'라는 명분하에 어른들의 선택이 되었던 경우가 많다.

물론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권하는 것은 아이들이 책을 선택하는 것만큼 옳다.

그것이 강제성을 지니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독서가 마땅히 해야 하는 숙제가 되어버린다면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즐거움'을 잃어버리니 말이다. 즐거움을 잃어버린 독서는 글씨를 읽는 것에 지나지 않다. 독서는 즐거움을 읽는 것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한 좋은 책이다.

 

'즐거운 읽기'를 하니 독서가 마냥 즐거워질 수 밖에 없다. '비룡소'의 책들에는 재미있는 책들이 많은데, 이 책 역시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는 책이다.

 

일단 어른의 기준에서 볼 때 '좋은 책'이라는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재미있는 스토리를 펼쳐낸다.

 

100인의 어린이 심사위원이 직접 당선작을 뽑았으니 어른의 눈으로 본 어린이의 세계가 아닌, 실제 어린이의 세계가 펼쳐지는 즐거운 책이다.

 


 

추리소설 형식을 지닌 이 책은 '스무 고개'의 질문으로 모든 사건을 파헤칠 수 있는 '스무고개 탐정'이 나오는데,

그러한 등장인물의 캐릭터에 맞춘 이야기의 진행이 재미있다.

 

 

 

주요 등장인물은 문양, 스무고개탐정, 마술사, 명규, 다희, 교장선생님, 말라깽이형.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장난감. 이 부분에서 참 재미있는게 내가 잘 알던 한 아이도 이 장난감에 푹 빠져서 모았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어린이 독자들이 (특히 남자 어린이라면) 이 부분에서 많이 공감했을 것이다.

 

 

장난감을 사고 싶은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마술사와 내기를 하는 문양이. 사건이 전개되는 순간이다.

 

스무고개 탐정을 비롯하여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가 확실하게 잡혀 있다. 그에 따라 그림도 확실한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한 몫을 한다.

 

 

유일한 여자 등장인물인 다희. 많은 지면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사건해결에 중요한 실마리를 준다.

 

 

스무고개 탐정과 마술사의 사건이 끝이었다면 이 책은 그저 그런 아이들다운 책. 어쩌면 교훈적으로만 여겨질 수 있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 사건의 서막에 불과했으니....

 



 

 

아이들의 힘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벅찬 사건이 기다리고.

 

스무고개 탐정은 '나이'와 '경험'이라는 큰 벽에 부딪힌다. 

 

완벽하게 보이려고 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탐정의 모습에서 아이들은 실소하면 공감할 것이다.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한데, 별다른 의미없이 보이는 장면도 역시 의미없지 않다는 사실.

 

말라깽이 형의 활약은 반전. ㅎㅎ

 

 

마술사와 스무고개 탐정 사이의 사건이 해결되고 어떤 사건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리고 그 사건은 과연 스무고개만으로 해결될까.

 

이야기를 읽는 동안 속도감과 재미에 푹 빠져서 읽었다.

 

100이의 어린이 심사위원이 심사를 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이야기의 비밀을 안고 있는 교장선생님과 명규에게 한 방의 무언가가 더 있을 것 같은데,

 

그러한 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만약 이 책이 2권 정도로 나와서 더 자세하고 치밀하게 이야기를 파고 들어가면 훨씬 풍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후속편을 기대해본다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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