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해서 직장을 그만 두고 광주로 내려오면서 생긴 큰 변화중 하나가 더 이상 지하철을 타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버스 노선하나면 어지간한 동네를 다 다닐수 있었고
걸어서 20~30분이면 갈 곳은 다 다녔고
택시를 타도 만원을 넘지 않았으니 분명 내가 살던 옛날 그 곳인데도 뭔가 신기했었다
옛날그곳에는 돈 없는 학생이 살던 때니 택시 탈일도 없으니 잘 몰랐을것이다
방송에서 나오는 지하철의 모습이 낯설어지기 시작하고 지하철한번 타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아이들도 있던 때도 있었다. 벌써 16년전 일이니까
지금은 광주에도 지하철이 있어서 지하철 타보는 것이 소원인 아이는 없을 것이다.
하긴 서울 지하철 타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아이는 만난 적 있다 ㅋㅋ
광주나 서울이나 다를것 없다고 해도 서울 지하철은 꼭 타 봐야한다고...
그 때 지하철 타고 출근 하던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그림책 한권을 만났다
기나긴 터널을 까맣게 지나가던 우리집을 지나가던 그 지하철..
그림책에서도 지하철은 그 때 살던 동네 역을 지나쳐 준다
아마 그 역에서 정차하지 않았다면
그저 또 하나의 그림책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
구의역 1번 출구로 나와 약 2백미터 정도의 길을 따라 걸으면 우리집이었다
그 걷는 길에 나의 일용할 양식을 책임져 주던 부식가게도 있었고 봉선화 연정의 현철 집도 있었고 그 집에서 지금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되었으니 나에게 아직도 서울집은 구의역 그 집으로 기억된다
2~3년후에 아차산 근처로 이사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닫히는 지하철 문을 다시 열어주는 기관사 아저씨도 생각나고 늦게 돌아오면 술에 취해 의자에 길게 늘어져 주무시던 아저씨도 생각나고
파업하는 바람에 한시간에 한 번씩 오는 지하철에 갓난아이를 데리고 타 더워 사람이 많아 울면 달래느라 진땀빼던 젊은 엄마도 생각이 난다
생각해보면 지하철에도 나도 모르게 많은 기억들이 담겨져 있다
지금은 지하철 탈일이 별로 없다
심지어 버스 탈일도 없다
자동차를 가지고 다녀 편해진 만큼 나중에 새록새록 떠 올릴 만한 기억들이 없어지는듯 하다
아쉬운 일이다
그렇다고 다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머시기 거시기하고
이미 게을러진 몸이라~~
광주의 지하철은 낯설다
깊고 깊은 곳에 쌩 달려 가야하는 정거장 갯수보다 빠져나오는 길이 더 멀고 높은 지하철이다
그리고 우리동네를 거치지 않아서 탈일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차든 길이든 동네든
나와 관련이 없으면 그냥 사물에 불과한듯 하다
언제 시간내서 광주의 지하철 타러 가봐야지
지금까지 딱 한번 타 봤으니 말 다 한거다
그것도 개통기념으로 무료승차기간에 타 봤다 ㅋㅋ
작년엔가 구의역을 가본적 있다
지금은 집밥느낌의 작은 식당이 생각이 나서였다
꼭 집에서 해주는 밥처럼 소박하고 담백한 밥집이었다
동생이랑 자주 다녔었는데 지금도 있을까 궁금해서 가봤더니 동네는 완전 다 바껴서 하나도 모르겠는데 동생이 어디론가 막 가더니 언니야.. 그대로 있어 좀 바뀌긴 했는데 아주머니도 그대로고...
그런데 건물이 바껴서 그런지 밥맛이 예전 밥맛이 아니었다
내 입이 바꼈을 수도 있다
책속의 구두방 아저씨가 예전의 그 구두방 아저씨는 아니겠지... 왠지 그 아저씨 일것 같은 작은 착각을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