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도서관에서 하고 있는 토론동아리에 참여하기 위해 <이방인>을 읽다가 문득... 도리스 레싱의 <지붕위의 여자>가 생각이 났다.  

 

폭염이 한창인 뜨거운 여름

지붕위에서 여자가 선탠을 하고 있다. 빨간 팬티와 스카프만을 한 채 .

건너편에 지붕위에는 남자 셋.

저절로 시선이 간다. ~~~~~

하루

이틀

하얗기만 했던 여자의 몸은 갈색으로 변해가고

처음에는 놀리는 듯이 희롱하던 세 남자..아니 두 남자는 이들을 상관하지 않는 듯 한 여자에게 화를 내고. 내 여자는 저런 짓 하지 않을 거라면서...

아직 미혼인 톰은 슬쩍 슬쩍 여자를 쳐다보면서 자신만의 상상에 빠진다..

날이 갈수록 남자들은 이 여자에게 화를 내고 여자는 여전히 이 남자들을 무시한 채 선탠을 즐긴다.

태양은 이글이글~~~ 맨살이 타들어갈 것 같은 태양아래

일할 엄두도 나지 않는 날씨인데 아무렇지도 않는 듯이 여자는 선탠을 즐긴다.

 

 

폭염이 한창인 뜨거운 여름, 덥고 태양이 내리 쬐는 한 낮..

태양빛이 너무 빛나 살인을 저지른 뫼르소가 당연히 연상되는 것은 나만이겠지?

실제 한 여름 너무 뜨거워 아스팔트에 아지랑이가 아른아른 거리는 날씨에는 문득 뫼르소를 떠 올린다. 그 날이 이정도의 날씨 였을까하고..

알제리를 가 본적이 없으니...

 

-- 태양의 불길이 내 두 뺨을 엄습했고, 난 땀방울들이 눈썹위에 고이는 게 느껴졌다. 엄마의 장례를 치르던 날과 똑같은 태양이었고, 그때처럼 특히나 이마가 아팠고, 이마의 모든 혈관들이 살갗아래에서 한꺼번에 요동치고 있었다. 더 이상 도저히 견뎌낼 수 없는 태양의 불길 때문에, 난 왼쪽으로 움직였다. 나는 그게 바보 같은 짓이라는 걸, 한 발짝을 움직인다고 해서 태양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난 한 발짝, 단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몸을 일으키지도 않은 채로 아랍이니 칼을 꺼내더니, 태양 아래 서 있는 내게로 내밀었다. 햇빛이 칼레 반사되어 번쩍이는 장검으로 내 이마를 찔러 댔다. 바로 그 순간, 눈썹 위에 고여 있던 땀방울이 단번에 눈꺼풀 위에 흘러 내려 미지근하고 두터운 너울로 눈꺼풀을 덮어 버렸다. 소금기를 머금은 눈물 막에 가려져 내 두 눈이 캄캄해졌다. 난 내 이마 위에서 태양의 심벌즈가 울리는 것 밖에 느끼지 못했고, 어렴풋이나마, 여전히 내 눈앞에 있는 칼에서 뿜어져 나오는 눈부신 양날 검이 느껴질 뿐이었다. 그 불타는 검이 속눈썹을 쏠아내며 고통스러운 내 두 눈을 후벼대고 있었다. 바로 그때 모든 것이 흔들렸다. 바다가 깊고 뜨거운 숨을 토해냈다. 하늘 전체가 온통 열려서 불비를 퍼붓는 것 같았다. .../ 이방인 중에서

 

뫼르소는 사형을 선고받는다.

사람을 죽여서 사형에 처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남자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눈물을 흘리지 않아서 사형을 선고받는다. 아랍인을 죽였기 때문에 뫼르소의 죄를 용서받을 가치가 있었을까 검사와 판사 신부는 뫼르소를 회유한다. 하지만 그들이 제시한 도덕적 법적 종교적 회유를 거부하고 뫼르소는 사형을 선고받는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그들만의 권위와 체제에 굴하지 않아 뫼르소는 사형을 선고받는다. 어머니를 요양원에 맡기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 담배를 피우고 어머니의 장례식에 눈물을 흘리지 않고 끝나자마자 쌩 가버린 매정한 뫼르소는 죽어 마땅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뫼르소는 자신이 죄인이 되었음을 인식한다. 이런 된장!!

장례식이 죽자마자 애인과 영화보고 잠자고.. 이 모든 것이 뫼르소를 죄인으로 만들어간다.

 

-- “어머니가 사망한 다음날. 너무나도 추잡한 난봉질에 빠졌던 바로 그 인간이 그럴 만한 이유가 없이. 게다가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치정사건을 뒤치다꺼리하기 위해 살인을 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본 검사는 저 인간이 범죄자의 마음가짐으로 어머니의 장례를 치렀기 때문에 기소하는 바입니다.” / 이방인에서

 

이런 죄목으로 뫼르소를 기소했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발견...

역시 책은 여러번 반복해서 봐야 해.

별 희안한 죄목도 다 있다 싶은 대목.

 

-- 그녀는 햇살에 눈이 부셔 눈을 깝박이고는 응시하다가, 다시 고개를 묻었다. 관심없다는 이 몸짓에 스탠리, , 그리고 나이든 해리는 셋이 다 같이 휘파람을 날리고 소리를 질러댔다. 해리는 젊은 축들을 놀리면서 흉내내는 것이었지만 화가 나기는 그도 마찬가지 였다. 남자 셋이 자기를 구경하든 말든 전혀 무관심한 여자의 태도에 다들 화가 났다.

 

-- 스탠리는 다시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다 발을 쿵쿵구르기 시작했고, 얼굴이 점점 시뻘게지며 여자한테 대고 휘파람을 불고 고함을 지르고 악을 써 댔다. 발을 구르고 휘파람을 불어대는 그는 정말 미친 것 같았지만, 여자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미동조차도 하지 않았다.

 

-- 햇볕이 좋으신가요? 그는 빛나는 여자의 등에다 대고 물었다.

침묵. 그는 당황해서 어절줄을 모르며, 그를 품에 안고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그를 왕처럼 자기 침대에 앉혀 놓고 평생 맛본적이 없는 상쾌한 술이 담긴 잔을 가져다 주던 여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무릎을 꿇고 여자의 어깨, 여자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면 여자가 돌아 누워 그를 꼭 안아줄 것만 같았다.

그는 말했다. “ 햇볕이 내리쬐도 괜찮은가봐요? ”

여자는 고개를 들고 조그만 두 주먹으로 턱을 괴었다. “꺼져요.” 여자가 말했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거 봐요여자는 힘들게 분노를 억누르는 느리고 이성적인 목소리로 화가 나서 지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 비키니 입은 여자를 구경하는 게 그렇게 좋으면, 6펜스짜리 버스를 타고 옥외 수영장에나 가보지 그래요? 힘들게 올라오지 않아도 수십명은 구경할 수 있을텐데..”

여자는 그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따. 여자의 부당한 말에 그는 얼굴이 창백해 지는 느낌이었다. 그는 더듬더듬 말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좋아요. 쭉 지켜봐왔는데.....”

여자는 그렇게 누워 있었다. 그는 그렇게 서 있었다. 여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계속 버티고 있으면 여자쪽에서 무슨 말이라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몇분이 빨리 지나가고 여자가 시간을 의식하는 기미는 없었다. 등과 넓적다리와 팔에 어린 긴장감.. 그가 가기를 기다리는 긴장감을 빼고는........

여자에 대한 반감이 마침내 그를 움직여 그는 자리를 떠나 사다리를 내려가 건물을 통과해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여자가 미운 마음에 취하도록 술을 마셨다.

/ 지붕위의 여자 중에서

 

 

이 순간.

bang, bang, bang

여자가 가만히 있지 않고 묵묵히 그가 가기만을 기다리지만 않고

이방인의 뫼르소처럼 뜨거운 태양빛이 눈 부셔 그 남자들을 향해 총을 쏘았다면,..

여자에게 내려질 죄목은 무엇일까? 살인죄?

남자들 앞에 몸을 훤히 보인 불경죄?

뜨거운 여름날 열심히 일하는 남자들을 무시한 죄?

이방인의 그 검사는 이 여자에게 무엇을 죄목으로 기소할까

 

그렇습니다. 본 검사는 저 인간이 성범죄 유발자의 마음가짐으로 지붕위에 올라갔기 때문에 기소하는 바입니다.” 그럴까?

 

20여년 전에 영화 델마와 루이스에서는 자유를 향해 절벽으로 차를 달렸었는데..

21세기 지금은 다른 결말이 나올까..

현실은 책 속이 맞을 지도. .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기온은 내려가고 그들은 그들의 일을 다시 하고

여자의 모멸감은 여자의 기억 속에서만. . . . .

남자들은 일 하다가 소일거리로 술 마시고 안주거리로 씹어대겠지..

 

- 다음 날 깨어보니 하늘이 재빛이었다. 그는 물기를 머금은 잿빛하늘을 바라보며 고소해했다. "자 이제, 당신도 하는 수 없겠지. 응? 꼼짝없이 당했단 말이야"

세 남자는 아무도 일광욕을 하지 않은, 빗물이 듣는 축축한 지붕들. 비로 미끄러운 검은 지붕들에 둘러싸여, 일찌감치 차가운 연판작업을 시작했다. 이제 서늘해졌으니 그날로 일을 마칠 수 있을 것이었다 / 지붕위의 여자중에서

 

 

<빨래하는 페미니즘>에서 헐리우드에서 여자배역에 캐릭터잡기가 무척 힘들다는 이야기나온다.

여성캐릭터를 잡으려면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잘 지켜야한다고. 똑똑하지만 지나친 자신감 때문에 위협적으로 보여서는 안 되며 섹시하되 천박해서는 안 되고 재미있되 귀여운 방식으로 그려야만 한다고 했다. 데이트와 다이어트, 그리고 쇼핑외에 다른 것에 흥미를 가진 여자. 분개하는 여자. 복잡적인 캐릭터는 표현할 수 없다고..

떠오르는 두 배우. 줄리아 로버츠. 앤 해서웨이.

내가 인턴을 보면서 불편했었던 것은 당연한 것이었던가 ㅎㅎㅎ

 

조디 포스터가 주연했던 예전 영화에서는 어떻게 되었었지?  그 때도 술먹고 행실이 안 좋은 여자에 대한 성폭행에 대한 영화였었는데.. 제목도 기억이 안난다..

법정 영화였었는데... 이제는 그런 영화가 나오지도 않는 것 같다.  

한번 찾아 볼까 하다가도... 귀차니즘과 시간이 없음증이 발현... ㅎㅎㅎ

생각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도... ㅎㅎㅎ

그러고 보면 조디포스터나 수잔 서랜든 이런 배우들은 헐리우드의 여배우 공식에서 벗어나는 캐릭터들을 많이 연기했었다는 것을 다시 새삼 느껴진다.

역시 멋진 배우들...

 

 

 

 

 

BANG!! BANG!! BANG!!

그들의 일방적인 폭력에 한방 날리고 싶어진다.

제발 내버려 두세요. 그 여자들은 아무 것도 안 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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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6-01-30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고인>이요^^ 맞아요. 저도 가끔 소리치고싶을 때 있어요. 제발 그냥 좀 내버려두라고.ㅜㅜ

지금행복하자 2016-01-30 13:09   좋아요 0 | URL
맞아요~ 피고인.. 정말 오래된 영화인데.. 어려서 그랬는지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