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와 여우의 대사중 이런 부분이 있다

˝ 만일 당신이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는거야
그리고 당신은 나에게 있어서 이 세상 단 하나의 유일한 존재가 될 것이며
나 역시 당신에게 있어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여우가 될 거야

가령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만큼 나는 더 행복해질거야
4시가 되면 이미 나는 불안해지고 안절부절 못하게 될거야.
나는 행복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거야˝


캐롤 오츠의 대디러브를 읽으면서 어린왕자와 여우의 대화가 생각났다
많은 사람들이 관계맺기를 이야기할 때 어린왕자가 여우를 만나는 이 부분을 인용한다.
하지만 나는 서로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에 대해 불편한 느낌이 들었었다
누군가에 길들인다는 것은 결국 그 사람 없이는 살수 없게 된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그 누군가에게 종속된 삶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길들인 그 누구가 떠나버리면 남은 여우는 어떻게 될 건지 생각해봐야한다고..

캐럴 오츠의 대디러브는 납치당한 아이가 그 납치범을 아버지로 생각하고 살고 있다가 다시 가족에게 돌아오는 전체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5살의 로비는 엄마와 마트에서 쇼핑을 하던 중 주자창에서 납치 당한 후 대디러브라는 납치범을 아버지로 인지하고 살고 있다가 6년 후 즉 로비가 사춘기가 되면서 아이의 모습이 아니라 남자의 모습을 하게 되는 시기가 되면서 대디러브로 부터 매장을 당하려는 순간 탈출해 다시 친부모에게로 돌아간다.

보통 아이가 부모에게서 떨어지고 자신의 세계에 관심을 보이는 나이가 5세 정도라고 한다. 이전까지는 아이의 세계는 부모에 한정되어있고 부모가 전부라고 생각하고 산다.
부모의 사랑을 받기위해 노력을 하는 시기인듯하다.
이 역시 일종의 길들임이 아닐까
부모와 자식이 혈연이 아닌 상호관계의 측면에서 본다면 결코 수평적관계가 될수 없다. 부모의 도움이 없다면 밥도 먹을 수 없는 시기이니 말이다.
그런 의미로 보면 이 역시 길들임이라고 볼 수 있다.
엄마로서의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길들임.

그래서 자신의 영역을 가지기 전 5세에 로비는 납치를 당한다.

또 한번의 갓난 아이와 부모의 입장으로
납치당한 로비는 또 한번의 길들임을 당한다
감금와 매와 학대..성적인 길들임.


물론 성질상으로 엄마와 납치범인 대디러브의 길들임의 전혀 다르다.

부모의 길들임은 보호와 양육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수순을 따르면 아이는 그 길들임에서 나이에 따라 벗어나 자신의 영역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대디러브의 길들임음 거의 사육의 수준이다. 너 살고 싶으면 내 말 들어.

살기 위해 스스로를 버려 그에게 길들여 져야하는 상황까지 가게 된다.

이성으로는 이 삶이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시기가 왔음에도 기드언은 이 생활을 떠나지 못한다. 떠날수 없다. 이와 다른 삶을 생각해보지도, 볼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디러브의 가학적인 사랑이라도 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 기드언은 눈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길들여졌겠지만 이후에는 살기위해 스스로 길들여짐을 선택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12살정도 되어 기드언은 더이상 길들일수도 길들여진 척 할수도 없는 나이가 된다.

자신의 분노를 감추지 못해 방화를 한다. 대디러브에게서 배운 응징의 방법을 이용해서.


하지만 이제는 버려질때인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가지게 되는 순간.

그리고 대디러브에게 전적으로 속해 있지 않음을 알려지는 순간.
기드언과 대디러브의 길들임 아니 사육. . . 은 끝이 나고 기드언은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은 찾아볼 수 없는 개인의 사리 사욕을 위해 타인을 길들이는 행위, 이것은 대디러브의 기드언에 대한 길들임이다. .

그리고 버려진다
그리고 다시 로비가 된다

로비가 기드언이 되었고 기드언은 로비가 되었다
그러나 이 로비는 6년전의 로비가 아니다

로비의 엄마 다이너는 로비의 귀환으로 다시 이전의 가족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다시 길들임의 시작이다.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도 있겠다,
다시 로비가 길들여질까?
로비의 납치로 다이너가 댓가를 받았으니 그 보상으로 로비는 길들여져야만 하는 걸까?

책속에서 다이너는 로비에게 그 때 주차장에서 다친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나중에는 결국에는 하게된다. 나도 이렇게 고통을 받았어라고...
소위 다이너가 원하는 가족의 모습을 갖기위해서?
하지만 이제 그 길들임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그들은 한 번의 균열을 겪었고 그 균열을 메꾸기에 너무 먼 길을 걸어온 듯 해보인다
이는 다이너도 알고 있고 로비도 알고 있다

과연 로비는 살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가족으로의 일원으로의 길들임. 아니면 혼자 살기위한 독립,

그러나.. 아직 로비는 12살이다.

납치를 당한 후 6년밖에 흐르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성장해야 하는 시기임에도 로비는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이전의 로비를 알고 있는 부모와 전혀 다른 로비가..

로비의 선택이 궁금하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무력해지는 것이다
무력해지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살기위해서 그랬어 라고 말하면 일단 한 발자국 뒷걸음질 하게 된다
용서까지는 아니어도 용인이 되어지는 틈이 생긴다.
살기 위해서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들고
살기위해 발악하는 인간은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든다

어째든..
눈에 보이는 악인 대디러브만이 악일까
그런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만이 공포일까
그가 뒤집어 쓰고 있는 가면은 종교라는 가면인데. 이는 가장 쉽게 방어벽을 허물어 버리는 가면이 아닌가..

지금 우리를 길들이고 있는 악은 과연 눈에 보이는 걸까
차라리 눈에 보이는 악. 구별될 수 있는 악은 다행이 아닐까
거부나 방어라도할 수도 있으니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스멀 스멀 파고 드는 그런 악은?

문득 그런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길들여지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또 내가 길들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살기위해 이 사회에서 버텨나가기 위해 내가 자발적으로 길들여지기를 선택한 것은 무엇일까..
또 내가 누군가를 길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선의든 아니든.. 거부하거나 방어도 못하게 길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디러브처럼 타인에 대한 악의적인 길들임이 아니니까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로비가 어떻게 살아나갈지 궁금하다
이들의 가족이 어떤 모습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그들이 적응해가는 과정은 결국에 또 다른 서로에 대한 길들임일 것이다.

일방적인 길들임이 아니라 서로의 다른 점을 인정해야 하는 그런 길들임일 것이다.

무기력하게 만들어 주는 길들임이 아니라 힘들 때 손을 내밀어 도와줄 수 있는 그런 길들임이어야 할 것이다.

어린왕자와 여우의 길들임은 그런 길들임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로비와 다이너 가족이 어떻게 서로를 길들여갈 것인지..
그들의 선택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하는 모습이기도 할것 같다

 

 


- what is this thing called love?
이것은 수수께끼였다. 어려운 질문이었다. 사랑, 이것은 무엇인가?
...
여자는 아기를 가지면 약간 미치는 걸까? 아기에게 익숙해질까? 아기에게 익숙해지길 바랄까? 다이너는 로비 이전의 삶, 출산전의 삶을 떠올릴 때면 자신이 얼마나 하찮았는지 깜짝 놀란다. 그저 자신일 뿐이었다 (45p)

- 목격자들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볼 뿐, 눈에 띄지않는 것은 보지 못한다 (67p)

- 뇌가 하도 길들여져서 한 때 좋아했었던 즐겁게 먹었던 음식을 보면 뇌에서 먹어! 라고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로 단시 씹는 맛이 나리라는 것을 다이너르 알았다. 이게 인간의 정신적 삶의 실상일까? 그녀가 인간심리의 보잘것 없는 진실을 꿰뚫어 본 것 일까? (275p)

- 인간이 아닌것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몃 반감이 더 커진다 섬뜩한 계곡현상 (281p)

-다이너는 인정했다. 어쩌면 제가 너무 말이 많은지도 몰라요. 너무 열렬하고요. 어쩌면 그게 사람들을 지겹게 할거에요.
위트는 인정했다. 어쩌면 제가 너무 회의적인지도 몰라요. 세상에 대해 비관적이에요.
누구도 이것은 인정하지 않았을것이다. 웬일인지 우리 사랑이 다른 것으로 변해버렸어요. 죄책감이랄까? ( 350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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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01-05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galma : ˝어쩌면 제가 너무 말이 많은 지도 몰라요. 너무 열렬하고요. 어쩌면 그게 사람들을 지겹게 할 거에요˝
.....(-ㅁ-)˝

지금행복하자 2016-01-05 19:45   좋아요 1 | URL
ㅋ 왜 그러세요 ㅋ 아갈마님의 말 많음은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