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빈느
마르셀 에메
마르셀 에메는 벽을 통과하는 남자로 알고 있는 작가다.
그의 다른 작품인 ˝사빈느˝
사빈느는 비범한 능력을 가지는 여자다.
손오공도 아닌데 손오공처럼 분신술을 하는 여자다.
이전까지는 그저 약간의 편리를 위해 그 능력을 사용했지만 영혼을 사로잡는 듯한 남자 테오뎀을 만나고 과감히 분열하여 그를 사랑하기로 하고 이중 생활을 하게된다.
남편은 가끔 황홀경에 빠져 아주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는 사빈느를 보고 의아해하면서도 좋은 게 좋은거라고 행복해하는 그녀를 보고 흡족해한다..
테오뎀을 위해 몸과 마음뿐만 아니라 가지고 있던 재산도 바치고 더 이상 바칠게 없어진 사빈느는 제 3의 남자 베르나르경을 만나 그를 따라 다시 사랑에 빠지고 테오뎀에게는 물질적으로 후원한다.
베르나르경과 살게된 사빈느는
사랑하고픈 남자를 만나면 털 날려 분신을 만드는 것처럼.... - 손오공과는 달리 자신의 감정도 가지고 느낌도 가지고 주인이 회수하지 않으면 나름의 인격으로 살게되는 - 분신을 만들고 만들고 또 만들어 전 세계에 사빈느를 퍼트리게 된다.
사랑을 하면서 최고의 행복을 느끼면서도
마음 한 켠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죄책감. 이래도 되나 하는 불안감등..
별로 반갑지 않은 감정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다가 퀴네공드라는 사빈느의 최후의 분신격인 여자가 그녀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루이즈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창녀처럼 비참하게 살기로 결정한다. 가장 최악의 동네로 들어가 살고 있는 루이즈에게 고릴라같은 남자가 들이닥쳐 그녀를 폭행하고 무단숙식을 하게된다.
루이즈가 당한 일에 인해 전세계에 퍼져있는 사빈느들은 자신들이 욕망대로 하고 있는 그 일이 즐거운 일인것만은 아닌걸 알게 되고루이즈가 당할때마다 죄책감을 가지고 자선을 베풀고 소위 선한 일들을 한다.
한편 제 2의 사빈느의 육체적. 심적. 물질적 후원을 받던 테오뎀은 그 돈으로 자신의 재능을 포장하다 사빈느에게 버림받고 환골탈퇴하여 방탕하고 사치스러우며 여자를 등쳐 먹고 살던 시절을 반성하고 영혼이 담긴 예술작품을 만들어 그 이름을 높이게 된다.
우연히 루이즈가 살고 있는 마을로 오게된 테오뎀은 비참하게 살고 있는 루이즈를 만나 그녀와 하룻밤을 지낸다.
그때 그 고릴라 같은 놈이 처들어와 그 둘을 목 졸라 죽이고 만다. 딴 놈이랑 눈 맞았다고..
그와 동시에 전 세계의 사빈느들은 스스로 자신을 목을 졸라 자살을 하게 된다..
여자가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를 분열한다?
완전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재미있을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올~~ 그렇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사빈느 멋지구리~~
제 2 사빈느. 3사빈느. 4사빈느... 제곱. 세제곱. 네제곱으로 불어나는 사빈느를 보면서 통쾌함 비슷한 감정까지 느낄뻔했으나....
루이즈가 등장하면서..
고릴라가 등장하면서...
이게 뭐지?
왜 이런 장면을 넣은 거지?
지금까지의 사빈느의 욕망발현이 잘못이라는 말인가?
왜? 여자가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면 안되나?
그렇다 하더라고 왜 루이즈가 속죄양이 되어야하지? 다른 사빈느들이 스스로 자인의 욕망에 절제할 만한 자정능력이 있을텐데..
그래 거기까지 이해해보려고 노력할께..
정말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근...
데...
왜 고릴라같은 무뢰한 무식한 인간같지도 않은 놈이 루이즈를 성폭행하는거지?
이게 소위 처벌인가?
너희 사빈느들의 무절제한 욕망에 대한 댓가이라는 말인가?
물론 마르셀 에메의 의도는 그런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왜 궂이 여자의 욕망을 소재삼고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가기만 한 사빈느들에게 죄책감을 들게했는지..
- 여자들 등처먹은 테오뎀은 예술적으로 거장을 만들어놓고-
왜 이미 속죄하기로 하고 가난하고 가장비참한 마을에 들어와 살고있는 루이즈에게 저런 비참한 수치심을 느끼게 해야만 했는지..
그리고 테오뎀 저가 뭐라고 수행이라도 해 주듯이 루이즈와 자주고 ..결국 고릴라같은 무식한 놈한테 죽음을 당하게 하는지,
그리고 왜 다른 사빈느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는지..
유쾌하게 시작했다가 작가의 의도대로 읽기에는 불편한 감정들이 많이 들게하는 작품이었다.
작가의 의도는 알겠는데
무의식중에 녹아있는 여자에 대한, 여자의 욕망에 대한, 그에 대한 응징을 당연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읽히는 그때부터.
이 책은 독특한 소재의 기발한 내용을 담은 단편이 아니게 되었다..
이런 작품이 이 작품 하나 뿐일까..
무의식이 두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