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세계문학 영국편


♧ 지붕위의 여자
도리스 레싱

폭염이 한창인 뜨거운 여름
지붕위에서 여자가 선탠을 하고 있다. 그것도 빨간 팬티만을 입고.. 가슴은 빨간 스카프로 동여매고..
건너편에 지붕위에는 세남자. 기혼자 둘. 미혼자 하나가 일을 하고 있다.
저절로 시선이 갈수밖에 없는 상황.
하루
이틀
하얗기만 했던 여자의 몸은 갈색으로 변해가고
처음에는 놀리는 듯이 희롱하던 세 남자..아니 두남자는 이들을 상관하지 않는 듯한 여자에게 화를 내고. 내 여자는 저런짓 하지 않을거라면서...
아직 미혼인 톰은 슬쩍 슬쩍 여자를 쳐다보면서 자신만의 상상에 빠진다..
날이 갈수록 남자들은 이 여자에게 화를 내고 여자는 여전히 이 남자들을 무시한 채 선탠을 즐긴다.
태양은 이글이글~~~ 맨살이 타들어갈것 같은 태양아래 선탠을 즐기는 여자.
일할 엄두도 나지 않는 날씨인데 아무렇지도 않는듯이 선탠을 하는 여자...

이 여자에게 화를 내는 남자..
이 여자에게 환상을 품는 남자..
이 환상을 실천에 옮기고 대응해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남자...

다음날은 폭염도 가고 하늘은 잿빛 .. 빗물이 듣는 축축한 지붕위.. 하던 일 마저 하겠지.
환상도 깨지고 화낼 대상도 없어지고
일을 못 하게하는 요인도 없어지고~



두 가지 일이 생각나는 단편이다.

좀 옛날 내가 결혼하기 전..
슬릿이 길게 들어간 롱스커트가 유행한 적이 있다.
아마 한 쪽이 아니 양 옆으로 길게 슬릿이 들어간 치마를 입고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었다. 브랜드도 안 잊어버린다. 톰**의 밝은 청치마 ㅋㅋ
걸어가고 있었을까 서 있었을까 앉아 있었나?
어째든 다리가 제법 드러났었나 보다.
앞에 앉아있던 아저씨 한분이 들고 있던 지팡이로 나를 가리키면서 말세라고~ 여자가 다리가 훤히 보이게 저러고 다닌다고~ 저게 멀쩡한 여자들이 입는 옷이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야단치고..
계속 있다가는 안 멈출것 같아 다음 역에서 내려버렸던 기억이..
생각해보면 내 다리를 보고 있었다는 말인데..
안 그럼 허벅지가 보이는지 속옷이 보이는지 어떻게 알았겠어...
어째든 황당한 기억 하나.

최근 일.
근처 관광지에서 놀다 온듯한 두 아가씨들.
끈. 시쓰루 원피스.
버스에 앉아 있는 두 아가씨.
위에서 내려보는데 가슴이 다 보인다는 것.
내 주변의 시선이 느껴지고 근처에 고등학교가 있어 남자아이들이 많았다.
수근수근~ 힐끗 힐끗~ 나도 느낄수 있을 정도였으니 그녀들도 알았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시선과 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둘이 이야기하면서 가는 것을 보았다.
나도 모르게 옷 좀 적당히 입지~
좀 과한데~ 시내한가운데도 아닌데~~ 하는 생각이..
내 시선도 어느덧 내가 젊었을때의 그 아저씨 시선으로 변해버린 걸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째든간에
작품속의 그 여자도.
어렸을 때의 나도
최근의 버스속의 그 여자들도
그 누구를 위해 하는 행동도 아니고
누구를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도 아닌데
화 내고 수근대고 지들 맘데로 생각하고.
성폭력을 당하지 않으려면 짧은 치마를 입지마라.
밤늦게 다니지 마라.
여자들이 빈틈을 보이니까 그런일이 가능한거다 등등 괘변적인 성폭력 방지대책들이 윙윙~~


그때도 난 좀 당당해질 필요가 있었어.
왜 피하듯이 도망쳤듯이 내러버렸을까
그때 그런 내 모습이 얼마나 초라해 보였을까
그 때 그 아저씨는 자신이 잘 했다고 생각해겠지~
그때는 내가 어설펐나보다.
갑자기 그랬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ㅎㅎ



♤ 가든파티
캐서린 맨스필드

아름다운 밤 아니 낮입니다.
한창 가든파티를 준비하던 마음씨 착하고 동정심 많은 로즈 아가씨는 비극적인 소식을 접합니다.
옆마을 남자가 일하다가 사고로 죽었답니다.
헉~~ 파티를 멈춰야 되는것 아닌가? 잠깐 생각하지만
엄마도 그렇고 언니도 그럴필요 없다고 해서
잊어버리고 아름다운 옷과 모자로 치장을 하고 멋진 파티를 즐깁니다.
그런데 아직 사건이 안 끝났군요.
엄마가 에피소드로 시작한 그 이야기를 아버지가 진지하게 받아들입니다. 마음씨 착하고 동정심 많은 로즈아가씨는 그 죽은 사람의 집에 조문을 가기로 합니다.ㅈ
파티하던 차림 그대로 아름다운 깃털 모자까지 쓰고
피크닉 바구니에 먹을것과 카라꽃까지 담아
그 집으로 갑니다.
그렇죠~~ 당연한 결과~
그런 이질적인 그녀를 누가 반기나요
동정으로 시작한 일이 모욕으로 끝나버리는 씁쓸한 에피소드~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냥 모른척하지..
그게 그들을 더 배려하는 것 일수도 있는데..

난 동정심이 많지 않아 누군가를 위해 해 줄수가 없다.
장례식이나 병문안같은 위로해야하는 자리가 불편하고 - 말 주변이 없어서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난 그저 옆에 가만히 있다가 오거나 손 잡아만 주고 온다.
위로한답시고 동정한답시고 말 잘못 해서 그들을 상처주고 싶지 않아서.
여기에 계급과 부가 결합이 되면 그 상처는 더 크겠지..

옛 속담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지.
배려는 받는 사람이 배려라고 생각되어지는 그것이 배려이지.. 일방적으로 하는 배려는 배려가 아니라고 했던 드라마속의 대사도 생각난다.

* 거기에는 한 젊은 남자가 깊은 잠에 빠진채- 너무 곤히, 너무나 깊이 잠들어서 두 사람 모두에게서 멀리 멀리 떨어진 채- 누워 있었다. 아, 이렇게 초연하고, 이렇게 평화로울 수가. 그는 꿈을 꾸고 있었다. 다시는 그를 깨우지 마라. 그의 머리는 베개에 파묻혀 있고, 눈은 감겨 있었다. 감은 눈꺼풀 두 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온통 꿈에 빠져든것이었다. 가든파티니 바구니니 레이스 드레스니 하는 따위가 그 에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는 그 모든 것들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는 정말 멋있고 아름다웠다. 그들이 웃어대고 악단이 연주하는 동안, 이런 기적이 이 골목에 찾아온 것이었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모든 게 잘 되었다, 라고 저 잠자는 얼굴은 말하고 있다. 일어나야만 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나는 만족한다고... - 2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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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9-05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버스에서 제 앞에 할아버지 한분과 속옷이 과하게 비치는 망사? 상의를 입은 여자분이 앉아있었는데 할아버지가 여자분한테 같이내리자고하고 여자분은 어의없어하던 기억이 납니다 속으로 얼마나 할아버지 욕을 퍼부었는지 ㅎㅎ남자중엔 그런사람이 있는거 같아요 `자기를 위해서`그렇게 입는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런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 때문에 문제가되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또 어떤 범죄전문가는 여자 가방, 신발, 옷만봐도 범죄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 말을듣고 베란다에 옷가지 널기도 참 신경이 쓰이더라구요. 요즘은 분노라든지 충동장애가 많은 세상이니 스스로가 움츠려들수밖에 없는것 같다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답니다 ㅠㅅㅠ

지금행복하자 2015-09-05 10:1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고~ 어디든 안전한 곳이 없는 것 같아요~ 애들도 그렇고~
교육부터가 어긋나 있으니 어디에서 바로 잡아야 할지~~
일단 조심부터 하자고는 생각하는데~ 그러다보면 움츠러들수 밖에 없고 .. 그럼 그놈들은 더 의기양양해지고~~
안타까워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