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제국사 미래의 고전 2
백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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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편의 멋들어진 작품을 읽게 되었다.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가의 창작 세계에 혀를 두르게 된다.

어쩜 작가들은 누구나 한 가지 이야기 거리로도 이처럼 멋진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인지 알고 싶다. 작가의 말로 첫 페이지를 여는 이야기에 호기심을 더하여진다.

정말 고양이가 땅을 파는 장소를 엿보고 판 땅에서 쪽지가 나왔을까? 그래서 이 작품을 쓰게 된 건지 정말 알고 싶다.   

 

고양이를 목에 두르고 파리의 경매장에 줄줄이 나타난 기이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고양이 제국사 이 책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유럽과 우리나라를 연결지어 스펙터클하게 진행된다. 이 책에서는 고양이의 우두머리인 파라오 마우라 불리는 고양이에 의해 세계의 역사가 만들어진다. 고양이와 인간 계약자간의 계약에 의해 계약자는 고양이에게 모든 것을 바친다. 서로 의사소통은 물론이고 감정까지 공유한다.  


과거 고구려의 제지술을 유럽으로 전파하려는 마우 스랑의 결정에 의해 고구려가 멸망하였다는 설정은 정말 뜻밖이다. 마우 아랑과 고구려 왕족의 후계자인 파로의 관계는 마우 아랑을 대적하는 마우 아라안지즈와 계약자가 되면서 더욱 복잡해진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위한 진정한 길이 무언지 눈앞의 상황에만 집착하는 파로는 과연 이런 결과를 어머니가 원하실까 하는 물음에 좌절하고 만다.  소미의 죽은 언니를 살리고 과거의 행복했던 그 시절로 가기를 원하지만 결국 언니가 살린 아이가 다시 죽어야만 언니를 살릴 수 있다는 그 답에 소미 역시 언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남을 위한 희생이지만 가족의 불행한 삶을 좌초하게 된 결과는 가슴 아프지만 현실의 상황 속에 모든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고자 하는 결말이 소미의 한층 성숙된 모습을 보여준다.

아랑를 파로에게 데려다 준 소미의 자신의 소원은 결과적으로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
이제는 소미도 아랑과 같이 편안한 마음으로 파로를 대하듯 죽은 언니를 떠나보낼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에 의한 모든 역사의 재발견이라는 발상 자체가 인간에 의하여만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우리의 생각을 뒤집는다. 이 놀라운 상상력이 주는 반전과 스릴 모두가 책의 내용에  사로잡히게 한다. 환타지 소설이라면 우리네 글과는 다소 거리가 먼 듯, 우리의 실정에는 맞지 않게 생각했던 선입견을 당당하게 깨 버리는 멋진 이야기이다.

예족의 늠름했던 기상을 느끼며 우리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다는 게 이 소설의 또 한 가지 매력이다. 우리의 제지술이 그만큼 뛰어났기에 이 글의 기초가 될 수 있었으리라.

긴긴 겨울 방학 동안 고양이 제국사의 매력 속으로 푹 빠져 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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