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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왕부루 1 ㅣ 책읽는 가족 35
박윤규 지음, 이선주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산왕부루라...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어미 없이 아버지 호랑이와 자라는 바루는 마음이 천성적으로 선량하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먹이 사슬의 제일 위에 있는 호랑이가 생존을 위한 살육조차 꺼려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 점도 있지만 그만큼 바루의 마음이 자비롭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죽은 아버지 고시리의 뒤를 이어 산왕의 자리를 놓고 불곰인 무쇠갈퀴가 멧돼지 돌쇠박이와 싸우다 항복한 돌쇠박이를 죽이려고 한다. 그런 무쇠갈퀴와 대항해 싸우는 어린 숙적인 바루를 무쇠갈퀴가 죽이려던 찰라 늑대인 푸른 목도리가 구사일생으로 바루를 구한다.
아버지의 명도 있고 다시 산왕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바루는 그의 꾀주머니인 은빛 구름과 험난한 바닷길을 용왕거북의 도움을 받아 건너고 한라산까지 이르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휜 사슴의 사향을 먹고 용기와 지혜를 얻고 다시 지리산 칠선골에 돌아오지만 날짐승과 전쟁 중에 있는 길짐승인과의 사이에서 날짐승의 왕인 독수리 붉은 번개를 처치한다. 하지만 약삭빠른 여우 코캥캥이의 계략에 의지하는 무쇠갈퀴가 짝을 찾아와야 진짜 산왕의 자리를 놓고 다툼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백두산에 있는 자신의 짝을 찾아 떠난다.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 청계산의 우리에 갇혀 있는 호랑이한테도 가며 수목원에 있는 시베리아의 호랑이도 만나지만 자신이 찾는 암컷 호랑이가 아니다.
관악산에서 만난 투견 진돗개 킬러는 부루 일행과 백두산에 가던 중 자신의 옛 주인과 재회하는 해후도 나오는데 무척이나 감동스럽다. 잘린 꼬리 덕에 자신의 어린 꼬마 주인와 다시 만나게 되는데 킬러를 훔쳐간 사람에게 투견으로 키워지며 모질게 당했던 서러움을 모두 잊게 될 것 같다.
휴전선도 어렵게 통과해 결국 자신의 짝 백두산 호랑이인 솔나고 만나며 다시 지리산으로 돌아와 신왕의 자리를 찾게 된다.
다소 허무맹랑한 스토리지만 호랑이 부루가 지리산 깊은 산속에 살고만 있으면 좋겠다. 일제 강점기 백두대간의 산의 정기를 꺾기 위해 곳곳에 쇠말뚝을 박았던 그 내용이 다시 상기된다. 남북으로 절단되어 버린 우리의 아픔을 짐승마저 함께 느낀다는 게 공감이 간다. 사람뿐 아니라 남북의 동물들도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된 것이다.
우리의 산왕 부루 이야기가 비록 허구지만 다시 한번 나의 마음을 뜨겁게 타오르게 하는 게 책을 읽는 동안 신이 난다. 또 좋았던 건 각각의 동물들이 지니고 있는 이름들이 우리 한글 이름 그대로이며 산왕의 꾀주머니나 돌쇠박이, 은빛구름이나 은빛 수염등 정겨운 이름들이 다정스럽고 재미있다. 비록 이야기지만 읽는 내내 멸종된 호랑이가 우리 산에 살고 있다는 게 현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꾸 가지게 된다. 참으로 우리 산 깊은 곳에 호랑이가 존재한다면 좋겠다. 진정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우리 백두대간에 호랑이의 기상이 다시 살아나기를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