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생각이 나는 동화

말하는 인형 미라벨 ㅣ 그림책 보물창고 32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이유진 옮김, 피자 린덴바움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5월

브리타에게

브리타야. 나에게도 어려서 가지고 싶었던 인형이 있었단다.

아담한 침대와 옷 몇 가지가 포함된 인형 셑트였었는데 내 눈에는 너무나도 예쁜 인형이었지.. 그걸 사기 위해 용돈도 모으고 아껴서 결국 몇 달 뒤에 그걸 가지게 되었을 때 난 너무나도 기뻤었단다. 네 미라벨을 보니 꼭 그때일이 생각난다. 가지고 싶었던 인형을 가졌을 때의 심정은 정말 경험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은 알 수 없을 거야.

너도 네가 울타리 문을 열어준 할아버지가 준 씨앗이 (세상에나! 인형의 씨앗이었다니) 물을 줄때마다 자라는 인형을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상상이 간다.

나에게도 그런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 행운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너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내 어렸을 일이 더욱 생각난단다.

누구에게나 가지고 싶은 게 있지, 특히 너처럼 꼬마 여자아이들에게는 인형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가 되는 거지.

미라벨을 네가 지은 마르가레타라 불렀을 때 내 이름은 그게 아니라고 당돌하게 말하는 미라벨의 모습이라니... 네가 얼마나 놀랐으며 당황했을까?

어려서 내가 가지고 놀던, 아직도 기억나는 짧은 곱슬머리 인형이 미라벨의 모습과 많이 닮은 것 같아.

너에게만 말하고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는 얌전한 인형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미라벨은 영락없는 내숭쟁이 아니겠니? ㅎㅎ

네가 미라벨의 엄마 노릇을 해보니 엄마의 입장도 잘 이해할 수 있지 않니?

2년 동안이나 미라벨을 돌보느라 힘들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너와 네 가족의 또 다른 식구인 미라벨을 나도 보고 싶구나, 좁다란 오솔길을 따라가면  너와 미라벨이 문에서 아직도 기다리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