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진아 팬클럽 회장님 책읽는 가족 54
이용포 지음, 한지선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느티는 아프다를 읽고 이용표 작가를 알게 되었었다.

인간냄새 물씬 나는 작품을 즐겨하는 나는 이런 감동적인 내용이 좋다.

여러 단편적인 내용들이 소외된 노인들의 삶을 대표하고 있는 것 같다.

혼자 외로이 살기에 화만 내는 버럭 할아버지를 시작으로  어버이달을 맞이하여 그런지 내 부모를 생각하게 하는 내용들이 다 남의 이야기 같지만 않다.

아이의 눈에서 보는 할아버지는 양면성을 보인다.

화만 버럭 버럭 내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마음의 버럭 할배이다.

동생 환이의 눈에는 할아버지의 틀니가 악어처럼 보인다. 길에 넘어져 우는 동생을 데려와 약을 발라주는 할배의 모습이 그동안 생각해왔던 할배와는 다르다.

아이가 그리워, 사람이 그리워 할아버지는 화만 냈던 게 아니었을까? 


순종적이기만 하던 할머니의 색다른 변신은 손녀인 나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여자라기보다는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무조건 가슴을 내리 쓸며 참고 살아왔던 할머니가  막내를 결혼시키고는 이혼하신다기에 극구 만류하다 결론지어졌다.

이혼대신에 할머니가 남은 생애동안 하시고 싶은 건  다 하며 살겠다고 말이다.

태진아 팬 클럽의 회장이 되어 귀걸이도 차고 빨간색 립스틱도 칠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사교 댄스에 인라인 수강과 운전까지 하신다.

할머니의 반란에 당황하는 할아버지와 나는 고아원 봉사를 하는 모습의 할머니를 보며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손녀가 선물한 싸구려 귀걸이를 (너무 야하다시며 손사래를 치던 그 귀걸이를) 하신 할머니의 모습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우리의 어머니들의 모습이기도 한 싸구려 귀걸이를 한 할머니가 자꾸 안쓰럽기만 하다.

한평생을 자신의 희생으로만 인내해왔던 할머니는 자신을 위해 남은 인생을 사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치매 걸린 할머니를 뒷바라지 하는 할아버지의 모습 또한 또 다른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지금 세대에 얼마나 치매 노인들의 비율이 높아지는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이 낳은 자식도 싫다고 떠나는 판에 남의 새끼를 키우느라 가슴이 무너져 내리던 심정을 누가 알까 싶다. 못된 짓만 일삼고 끝내 어머니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던 둘째 아들은 자신이 선물한 촌스런 분홍 빛나는 스카프를 아직도 기억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한바탕 울어도 속이 시원하지 않을 거다. 그런 자식의 모습에 또한 내심 흐뭇해하는 할아버지를 보며 과연 자식사랑이란 부모의 끝없는 내리 사랑이란 생각이 든다.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외로운 노인의 모습은 이제 전화가 울리는 환청으로까지 들린다.

혼자 사는 어머니에게 전화조차 자주 하지 않는  내게 책의 내용은 날 눈물짓게 만든다.

자식이 뭔지 다른 것도 해드리는 게 없는데 그깟 전화하는 게 뭐 그리 힘들다고 전화도 자주 못하는 건지 모르겠다.

문을 열고 비가 오는 날씨에 자식들을 위해 수제비를 한 솥 끓여놓는 외로운 할머니가 꼭 우리 어머니 같이 느껴진다. 말로는 매번 오지 말라지만 얼마나 자식이 오는 걸 기다리고 계실런지...  지금 바로 어머니, 잘 계신지 전화부터 걸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