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이 누나 사계절 아동문고 65
권영상 지음, 허구 그림 / 사계절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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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마저 병으로 눕게 된다면...

만약 내게 이런 가정이 생긴다면(물론 둥글이와 같은 나이로 돌아가서 말이다)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하며 엄마의 병원 뒷바라지에 두 동생을 돌볼 수 있었을까 ?

이 책에 나오는 둥글이는 이런 가정이 현실로 닥친 아이다. 아직은  열여섯의 꿈 많은 소녀임에도 현실에 닥친 두려운 일상은 둥글이를 아버지 노릇과 엄마의 빈 자리를 채우며 둥글이 누나를 강하게 만들고 있다.

형 신구는 아버지의 빈 자리가 너무 가슴이 아플 뿐이다. 신구는 아버지가 눈을 꼭 보이게 해주겠다는 그 말을 희망으로 삼고 살아왔을 테니 아버지의 상실감은 곧 볼 수 없게 된다는 좌절일 수도 있겠다. 그러기에 자신이 집안에서 필요 없는 존재니 죽으려고까지 생각했겠지만... 동생 신해가 가르쳐주는 글씨를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과 꼭 눈을 고쳐주겠다는 누나의 말에 다시금 생기를 찾게 된다.

주위엔 온통 불행한 사람들뿐이다. 예전엔 천재 소리까지 들었다는 먼 친척인 바가지 아저씨는 지금은 저는 다리에 술값이나 둥글이에게 얻어가며 살고 있다.

사회주의 사상에 빠져 빨갱이 소리를 듣고 죽은 형을 가슴에 묻은 바가지 아저씨는 술에 취하지 않으면 이 세상을 바라보기가 힘든가보다.

말더듬이 돈만인 지지리 가난한 집 아이지만 온 동네 소식통이며 통 모르는 게 없는 아이다. 세상에 대한 눈이 가난과 함께 빨리 띄었을 거다. 희멀건 누룽지 죽을 먹을 때 친구인 신해를 초대하는 넉넉한 마음을 가지기도 했다.

사랑방에 경섭이 아저씨가 들어오게 된다. 아저씨는 서울서 대학까지 나왔고 좋은 직장생활을 하다 포도 농사를 지으러 이곳으로 왔다. 아저씨는 신해, 신구, 둥글이, 둥글이 엄마에게 각각 마음 속 희망을 심어준다. 수원에서 이사 온 순지는 신해와 좋은 친구가 된다. 좋은 사람들이 곁에 점점 생기면서 둥글이네도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더니만 신구의 병원비를 꿀꺽 삼키곤 사라진 엄마의 고모네 때문에 기운을 잃는다.  하지만 집 마당의 오동나무를 대신해 키우게 된 노란 병아리는 다시금 이 집의 새로운 희망이 된다. 신해는 마음속 눈을 뜨는 연습을 하게 되며 점차 성숙하게 된다. 신해의 졸업식 날 경섭 아저씨의 나침판 선물은 삶의 방향을 잃게 될 때 올바른 방향을 찾아 다시 힘을 내라는 아저씨의 마음의 선물이다. 선생님이 선물로 주신 호두나무를, 잘라낸 오동나무의 곁에 심으면서 이 가족의 새순이 다시 돋아나는 것 같다.

봄이 앞마당까지 들어왔다는 신해의 목소리에 형 신구의 설레는 윤기어린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책을 덮으면서도 이젠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백여 마리의 병아리는 어느덧 훌쩍 커서 닭으로 바뀌어 달걀을 엄청 많이 생산하게 되지 않았을까? 많아진 달걀 수만큼이나 마음의 눈을 뜨게 된 신구는 마음 속 희망도 재차 키워갈 것 같다. 난 해피엔드가 좋다. 희망이 있는 가슴을 울리는 따스한 메시지를 좋아한다.

어려운 시절에도 가족간의 사랑을 잃지 않고 서로를 북돋는 이야기는 현재의 내 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풍족한 시절이 되었음에도 어찌하여 예전보다 마음은 더 각박하고 희망도, 별다른 꿈도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삶의 방향을 잃을 때에나 가족의 의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싶을 때 이 책을 다시 읽게 된다면 가족이란 얼마나 따사로운 말인지 새삼 잘 알게 될 것 같다. 곁에 두고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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