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흔들리지 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박은지 지음 / 강이북스 / 2015년 2월
평점 :
당신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당신은 어릴 때 고양이가 많은 동네에서 살았고 그들을 도둑고양이라고 부르며 자랐다. 무엇을 훔치는지, 정말로 훔지는지는 잘 몰랐다. 당신은 검은 비닐봉투 근처를 서성이거나 밤길에 날카로운 눈으로 당신의 걸음을 살피는 고양이가 그저 쭉 싫었던 것 같다.
---- 144쪽 중.
나는 "길냥이들"을 무서워한다. 내가 덩치가 더 큼에도 불구하고 눈이 마주치면 나에게 와락 달겨들어 할퀼 것만 같은 공포심이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나를 끌었다. 요즘 대세가 고양이어서일지, 제목이 끌었을지, 아니면 이제 그만 그러한 공포심에서 놓여나고 싶었는지. 이유는 확실치가 않다.
저자는 동물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다. 도로위에 쓰려져 있는 아기 고양이를 더 다칠까봐 신호가 바뀐 틈에 들어다 본인의 품에 넣고 보니 눈을 마주칠 사이도 없이 숨을 거두었다는 구절에서는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호들갑 떠는 걸 싫어한다는 저자는 책에서도 고양이에 대한 사랑을 호들갑떨지 않고 과장하지 않으며 담담히 보여준다.
호들갑 떠는 걸 싫어하는 나로서는 그 동네 고양이들의 대수롭지 않은 태도를 보면 마음이 놓인다. 무엇을 해도 좋고, 무엇을 하지 않아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랄까.
----- 61쪽
애묘인들의 손길과는 거리가 먼 길고양이들에게나 우리에게나 삶은 버겁다. 길고양이들의 밥벌이, 하루하루의 역경, 이 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고 그저 순간순간을 성실하게 살아내야 한다는 사실 등등 공통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무섭게만 느껴지던 고양이들의 눈빛이 책에 삽입되어있는 사진들을 통해 하나하나 표정을 담고 있고 있음을 알게 됐다. 가끔은 사진을 찍건 말건 무표정한 그 눈빛에서 하루를 살아갈 용기와 위안을 얻게 되었다. 힘들다느니 괴롭다느니 하는 투정들이 민망하게 만들어줬다. 오늘부터 길에서 마주치게 되는 고양이들에게서 도망치거나 피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아야 겠다. 그리고 오늘하루 얼마나 힘들었을지 위로해 주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