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질문들
김경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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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변화시켜온, 그러니까 발전시켜온 인물들은 과연 어떤 면에서 비범했을까? 그들은 기존의 질서를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거기에 의문을 갖고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연구하고 행동했다는 점에서 남달랐다. 그리고 그 혜택을 후손들인 우리가 누리고 있다.


책에는 세상에 큰 변혁을 일으킨 여러 인물들이 소개되어 있다.


동물 해부를 바탕으로 한 기존 해부학에 의문을 품고 직접 인체를 해부하고 화가를 고용하여 그림으로 남겨놓은 베살리우스. 그로 인해 관념적이고 사변적인 학문의 틀에서 벗어나 실제로 연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실제적인 의학으로 발전했다. 지금 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르네상스 시대에 그가 이룩한 결과들 및 그의 정신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 시대부터 신처럼 받들여진 갈레노스 해부학에 의문을 제기하고, 시체를 찾아 헤매던 그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다. 깨달은 바가 컸다. 글자로만 익힌 것을 아무런 의문도 없이 신봉하면 발전을 바라기는 커녕 바보가 될 수도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배우고 익힌 것이 정말로 맞는 것이 의심하고 확인하는 절차가 없다면 진정한 지식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책상에 앉아 있어서만은 아니된다. 지식인을 자처하는 그 누구라도 명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명 인상적이었던 사람은 로베스 피에르이다. 워낙 세계사에 약하다 보니 로베스 피에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은 있으나 단두대, 공포정치라는 단어 이상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책을 읽고 보니 로베스 피에르는 진정으로 청렴결백한 존경스러운 혁명가였다. 자신의 권력이나 이득에 연연한 적이 없이, 결혼도  하지 않고 민중의 힘의 중요성을 알고 그들을 위해 혁명과업을 완수하려 했던 사람. 혁명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항상 질문하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멋진 정치가의 모습은 현대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어려웠던 프랑스 혁명시대의 부르봉 왕가, 자코벵파, 좌파, 우파 등에 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역사책으로 배우는 것 만큼이나 그 시대를 살았던 중요인물을 통해 보는 역사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외에도 여러 인물들의 질문들과 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한 그들의 여정이 너무나 흥미로웠다. 치열하게 살다간 그들을 보며 지금의 나는 무얼 하고 있는 것인가 되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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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의 연인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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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타이베이는 아들녀석과 함께 하는 게임 '부루마블'에 나오는 한 도시일 뿐이었다. 이 책을 읽기전까지는...

그렇기에 특별히 가보고 싶은 나라에 들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책에 묘사된 타이완의 도시와 시골 모습들, 맛있는 음식들, 아름다운 남국의 풍경들, 쏟아지는 햇살과 퍼붓는 스콜들이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도시와 나라가 되었다.


일본에서 타이완에 신칸센을 수출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들이 7년여에 걸쳐 그려진다.

그 상황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잔잔히, 빠른 전개없이, 드라마틱한 사건없이 진행된다.

책을 다 읽고 살펴보니 이 책의 원제는 "길"이라고 한다.

<타이베이의 연인들>이라는 제목만큼의 강렬함, 뭔가를 상상하게 만드는 자극적인 요소가 없는 심심한 제목이지만 내용과는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10년전 학생때 대만으로 여행을 와서 우연히 반나절을 함께 보내게 된 두 남녀.

각자는 엇갈리게 되어 다시 만나지 못하고 일본여자는 타이완에서, 타이완 남자는 일본으로 가서 각자의 직업을 갖게 된다.

그때의 강렬했던 만남이 각각의 길로 그들을 이끈 것이다.

그들이 우여곡절끝에 다시 만난다고 해서 지금 애인과 헤어지면서 열렬하게 다시 사랑에 빠져드는 등의 드라마틱한 상황이 막 펼쳐지지는 않는다.

그저 담담히 받아들이고, 지금의 일에 충실하고, 뭔가를 억지로 끌어맞추려 들지 않는 모습들이 편안하게 다가왔다.

오픈 결말로 끝나는데 그들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마구마구 궁금해지지도 않는다.

순리대로 그들은 풀어나가지 않을까.


이외에도 일제시대때 타이완에서 나고 자란 일본노인이 전쟁패망이후 일본으로 돌아간 뒤 다시 귀성하는 모습, 타이완의 느긋한 청년이 신칸센 정비공장에 취직하고 어릴적부터 친구였던 여자와 결혼하는 모습, 타이완으로 파견나온 직원이 아내와 이혼하고 현지 여성과 새롭게 사귀어 사랑을 이어가는 모습들이 잔잔하게 그려져 있다. 또한 타이완인들의 느긋함, 여유로움과 일본인들의 고지식함, 성실함 등이 부딪치는 장면들도 많은데 결코 심한 충돌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가며 잘 어우러진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잘 버무려져 500쪽이라는 두꺼운 책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또한 결말이 너무나도 궁금하여 책장을 마구 넘겨가지 않으며 한장 한장을 음미하듯이 읽을 수 있는 아름다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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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야간비행 - 정혜윤 여행산문집
정혜윤 지음 / 북노마드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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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통속성"

그렇다. 나는 여행에 대해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저 단어를 만났을 때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여행은 항상 거창한 어떤 것으로 생각되었고, 여행자는 진지한 자세로 공부하듯이 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모든 여행자들은 저 단어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어떤 여행자들은 셀카봉을 들고 다니며 그 장소가 목적이 아니라 그 곳에 온 자신만을 포커스에 담으려 한다. 그렇다면 집에 있으나 여행을 떠나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또한 피렌체하면 르네상스, 메디치가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만이 보고 느끼는 것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여행자의 통속성이라는 낱말에서 느끼고 각성할 것은 각자가 정해야 할 일이다.


또한 이 책은 여행 에세이는 이러저러하다는 상식의 틀을 와장창 깨뜨려주는 여행산문집이기도 하다. 좌충우돌의 경험들을 풀어나가는 에피소드들, 실용적인 조언들, 그 곳에서 꼭 가봐야할 핫 스페이스들에 대한 소개 및 비평들로 이루어진 일반적인 여행 에세이가 아니다. 유명 장소에서의 경험들로 이루어진 것들이 아니, 어쩌면 여행이라는 것을 떠나지 않고도 일상의 순간들에서 잡아냈을수도 있을 법한 사색들이 독특한 문체와 시적인 감성으로 그려져있다.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생각의 폭을 넓혀주었고 어떤 한 방향으로만 고집하던 생각들을 저쪽으로도 전환시켜 준, 그리고 평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내밀한 고민들에 대해 약간의 대답들도 내어준 고마운 책이다. 스페인 야간비행이라는 치우쳐진 제목과 성의없는 책표지가 이 아름다운 책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는 점이 참으로 가슴 아프다.


작가가 여행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리스본, 그리고 필리핀의 보홀 등에서의 경험이 한 챕터씩 구획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선을 따라 여기저기 넘나들며 그려진다. 작가는 과연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고 생각했고 사랑하는 것인가. 각각의 장소에서 좋아하는 작가와 연관된 생각들을 하며 풀어가는 이야기들은 한 사람의 여행자 내면만을 향해 있는 것만은 아니었기에 보편적 감수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우리라는 공통된 인류로 생각의 방향이 뻗어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또한 그러고 싶었다.


미스 양서류, 미스 영장류는 작가의 또 다른 자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스 양서류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어쩌면 그것은 작가가 자신에게 보내는 메세지가 아니었을까. 작가가 소개해준 포르투갈의 어떤 시인처럼 말이다. 그 시인, 페소아는 자신안에 있는 수많은 자아들을 거부하거나 무시하지 않았고 하나하나의 인격체로 만들어 수많은 이름을 가진 자아들이 각자의 생각을 피력한다. 정말 멋지지 않은가. 나또한 내안의 무수한 나를 인정해주지 않고 눌러오고, 억압해 온 것이 사실이니 획기적인 아이디어이자 나를 받아들이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많은 작가 및 책에 대한 내용들이 그 곳의 풍경들과 함께 녹아있다. 하나하나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또한 정혜윤이라는 멋있는 작가를 발견하게 되어 너무나 기쁘다. 그녀의 다른 책들 또한 찾아서 읽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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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에게서 온 편지 : 멘눌라라 퓨처클래식 1
시모네타 아녤로 혼비 지음, 윤병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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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에게서 편지가 도착한다. 죽은 사람은 알펠리가 가문의 가정부이자 재산관리인이었던 멘눌라라, 받는 사람은 유산을 받고 싶어 모여든 알펠리가 가문의 세남매이다. 그들은 멘눌라라를 파렴치하고 잘난척하며 그들의 재산을 가로채어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는 존재로 인식하고 헐뜯으면서도 돈을 받기 위해 마지못해 편지의 지시대로 이행한다. 소문이 바로바로 퍼지는 작은 마을이기에 동네 사람들의 관심또한 이 사건에 집중된다. 그리고 죽은 멘눌라라를 두고 예전 기억부터 시작하여 여러 이야기가 오간다. 자신의 신분 처지는 생각도 안하고 농부들 위에 군림하였다느니, 사람들과 말을 잘 섞지도 않는 무뚝뚝하고 잘난척 하는 사람이었다느니... 여러 이야기들이 그들의 회상과 함께 오고 간다.


그러면서 점점 드러나는 진실은 멘눌라라가 알펠리가 집안에 충성스럽고 정직한 하인이었다는 것, 주인 오라치오와의 사랑, 세남매를 위한 아낌없는 사랑들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열세살에 가정부로 들어와 식구들을 부양하고 언니를 시집보내고, 정작 자신은 노처녀로 죽고 불임 수술까지 받은 가련한 인생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녀에 대한 오해가 풀리면 풀릴수록, 사실들이 들어날수록 멘눌라라가 너무나 불쌍했다. 같은 여자로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앎에 대한 열망, 끈질긴 노력, 그녀의 방식으로 사랑을 지켜낸 모습들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기적이고 앞을 내다볼줄도 모르는 어리석은 알펠리가 사람들을 품은 그녀의 모습이 위대해보였다. 결국엔 그 남매들도 자신들만의 행복한 삶을 이어나가도록 이끌어준 모습까지도.


책의 배경이 1960년대의 시칠리아섬이다. 그에 대한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이기에 약간의 이질감도 느껴졌지만 그것 또한 책을 읽는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이탈리아에서 마피아의 역할은 정확히 무엇인지 또한 궁금해졌다. 점점 밝혀지는 사실들이 뭘까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추리의 즐거움이 책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인간 군상들의 여러 모습들이 책의 진정한 묘미이다. 한 여자와 가문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서술해나가기에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들에 묘한 재미를 준다. 작가의 눈에 비치는 모습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시선에서 전개되기에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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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두고 읽는 니체 곁에 두고 읽는 시리즈 1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정은 옮김 / 홍익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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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름, 니체. 철학을 공부해 보고는 싶지만 엄두가 안날때, 여러 명의 철학자들에 둘러싸여 머리를 싸매며 골머리를 앓는 것보다는 대표적인 한 사람만이라도 깊게 파보는 것은 괜찮은 방법일 것이다. 물론 난 스스로 깊게 파지는 않았다. 사이토 다카시 교수가 다 파놓고 정리해 놓은 것을 쉽게 받아먹었을 뿐이다. 편안했다.


일단 니체라는 이름에 끌렸고, 등불이 어둠을 밝혀주는 환한 느낌의 표지도 좋아 책을 선택하여 읽게 되었다. 니체는 허무주의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치열하게 하루하루의 삶을 대했고 매일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본인이 연구한 지식들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25세에 교수가 될 정도로 천재로 태어나 당시 사람들의 호응을 얻지는 못하였으나 시대를 앞선 선각자로서 지금의 우리들에게는 금쪽같은 조언들을 던져주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니체는 존재하지도 않는 내세를 위하여 현재의 삶을 소홀히 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해 "신은 죽었다"라고 소리쳤고, 지금의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나날이 향상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초인"의 개념을 사용했다. 매일 새로운 이상을 만들고 그것을 향해 날아가는 한 발의 화살이 되라고 말했다. 또한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모든 것에 "왜"라는 호기심을 갖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어린 아이처럼 크게 웃으라고 했다. 육체를 무시하지 말고 거기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사랑해주라고 한다. 대지와 함께 호흡하라고 한다. 예수, 붓다, 공자,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에 무조건 복종하지 말고 새로운 가르침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라고 말한다. 이외에도 좋은 말들이 무궁무진하게 많다. 철학이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관념적이고 어려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전부 우리가 사는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실제적인 것이다. 니체는 본인의 천재적인 머리와 부단한 노력을 개인의 영달을 위해 쓰지 않고, 인류에게 주는 큰 선물처럼 남기기 위해 부단히 책을 썼다. 주변의 평판과 싸워가며. 정말 위대한 인간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그의 아포리즘들을 인용하여 저자가 풀어놓는 이야기들은 그 어떤 자기계발서들보다 나를 자극했다. 20대 시절 한참 읽었던 자기계발서들을 어느샌가 끊고 지냈는데 니체가 그 역할을 해줄 줄은 몰랐다. 니체의 경구들이, 니체의 삶 자체가, 또한 니체를 곁에 두고 항상 노력한 사이토 다카시 교수의 모습이 읽는 이에게 열심히 살고 싶다는 의욕을 고취시켜 주는 자극제가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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