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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에게서 온 편지 : 멘눌라라 ㅣ 퓨처클래식 1
시모네타 아녤로 혼비 지음, 윤병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죽은 사람에게서 편지가 도착한다. 죽은 사람은 알펠리가 가문의 가정부이자 재산관리인이었던 멘눌라라, 받는 사람은 유산을 받고 싶어 모여든 알펠리가 가문의 세남매이다. 그들은 멘눌라라를 파렴치하고 잘난척하며 그들의 재산을 가로채어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는 존재로 인식하고 헐뜯으면서도 돈을 받기 위해 마지못해 편지의 지시대로 이행한다. 소문이 바로바로 퍼지는 작은 마을이기에 동네 사람들의 관심또한 이 사건에 집중된다. 그리고 죽은 멘눌라라를 두고 예전 기억부터 시작하여 여러 이야기가 오간다. 자신의 신분 처지는 생각도 안하고 농부들 위에 군림하였다느니, 사람들과 말을 잘 섞지도 않는 무뚝뚝하고 잘난척 하는 사람이었다느니... 여러 이야기들이 그들의 회상과 함께 오고 간다.
그러면서 점점 드러나는 진실은 멘눌라라가 알펠리가 집안에 충성스럽고 정직한 하인이었다는 것, 주인 오라치오와의 사랑, 세남매를 위한 아낌없는 사랑들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열세살에 가정부로 들어와 식구들을 부양하고 언니를 시집보내고, 정작 자신은 노처녀로 죽고 불임 수술까지 받은 가련한 인생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녀에 대한 오해가 풀리면 풀릴수록, 사실들이 들어날수록 멘눌라라가 너무나 불쌍했다. 같은 여자로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앎에 대한 열망, 끈질긴 노력, 그녀의 방식으로 사랑을 지켜낸 모습들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기적이고 앞을 내다볼줄도 모르는 어리석은 알펠리가 사람들을 품은 그녀의 모습이 위대해보였다. 결국엔 그 남매들도 자신들만의 행복한 삶을 이어나가도록 이끌어준 모습까지도.
책의 배경이 1960년대의 시칠리아섬이다. 그에 대한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이기에 약간의 이질감도 느껴졌지만 그것 또한 책을 읽는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이탈리아에서 마피아의 역할은 정확히 무엇인지 또한 궁금해졌다. 점점 밝혀지는 사실들이 뭘까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추리의 즐거움이 책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인간 군상들의 여러 모습들이 책의 진정한 묘미이다. 한 여자와 가문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서술해나가기에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들에 묘한 재미를 준다. 작가의 눈에 비치는 모습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시선에서 전개되기에 그런 것 같다.